|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Gentle () 날 짜 (Date): 1995년08월11일(금) 16시33분14초 KDT 제 목(Title): [Ebben ? Ne andro lontana] ..... (3) 그 일을 회상해 보니 참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땐 나도 갑작스레 벌어진 사태에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뜬 채, 그냥 그 아이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더욱 우스운건 그 아이를 보면서 큰 일 났다거나, 미안하다는 생각 보다는.. '참.. 이쁘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려내는 그때의 일들과, 나의 생각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정확한 것이라는 자신히 없다. 왜냐하면, 물벼락을 맞고나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 아이가 뒤로돌아 울면서 뛰어갈때.. 나는 웬지 모를 강렬한 아쉬움을 느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연 그때, 울면서 뛰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 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확 쓸려 나가는 허전함과 아쉬움을 정말 느꼈었는지, 아니면 그 모습을 추억하는 지금.. 나에게 그런 감정이 강하게 솟구치는지.. 나는 도대체 모르겠다. 그 후 그 아이와 정식으로(?) 만나게 된 것은 3 학년때 같은 반이 되어서였다. 어느정도 점잖은 모습을 갖추게 된 나는 또다시 반장이 되었지만 내가 제대로 반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차렷', '경례'하고 구령 부치는 것이 고작 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모든 면에서 부반장 다웠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단정한 모습과, 나처럼 성적이 뜰쑥 날쑥 하지도 않고 항상 공부 잘하는 우등생 이었다. 지금 그녀의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고 있지만.. 점차 떠오르긴 해도 완전 히 그려낼 수는 없다. 어딘가가 자꾸만 희미하고 모호해 지는 것이다. 그리고, 한장의 사진처럼 정지된 모습으로 떠오르는 수돗가의 기억에서는 더욱 모호해 지고 있다. 분명히 국민학교 3 학년이었던 어릴때의 일인데도 지금의 내 모습과 긴 생머리에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가씨로의 그 아이가 서 있는 것이다. 3 학년 1 학기가 끝날 무렵의 마지막 환경미화 심사 전날이있다. 그날도 비가 왔었다. 아침에 등교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아서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학교가 파할때 쯤에는 굵은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반장이라는 이유 로 환경미화 심사 준비를 위해 남아 있어야 했다. 물론, 부반장인 그 아이도 함께. 모든 준비는 선생님이 다 하셨고 우리는 그냥 교실 뒷편 학급 게시판에 그림이나 붙이면 된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모든 일이 끝나고 선생님은 교무실로 올라 가셨고, 나와 그 아이만 남아서 마무리 청소를 했다. 그 아이가 대충 쓸어내고 난 밀걸레로 바닥을 닦았던 것 같다. 청소를 끝내고 밀걸레를 빨러 수돗가로 갔다. 수돗가는 3 학년 교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다행히 그 옆에는 비를 막아주는 작은 플라타너스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수돗가를 완전히 덮을 만큼 큰 나무도 아니고 또 워낙 드세게 내리는 장대 비라서 수돗가에서는 나뭇잎 틈새로 어지럽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아야만 했다. 나뭇잎에 맺혔다가 떨어지는 빗방울은 맞을 때마다 깜짝 놀랄만큼 컸었다. 주위에 어지럽게 떨어지는 커다란 물방울들은 바닥에 부딪히먼서 그 육중하고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작은 파편이 되어 튀어 올랐다. 결국.. 조금만 지나면 비를 고스란히 맞는 것과 진배 없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이상하게 변했다. 퉁 퉁 거리는 맑은 공명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주위로는 더이상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거기에는 언제 와 있었는지 뽀얀 얼굴의 그 아이가 두 손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가 그 아이의 얼굴에 번졌다. 거기에서 모든 것이 멈추어 버렸다. 빗소리도, 그 아이의 미소도,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던 물줄기도, 떨어지던 빗방울도, 그리고 야릇한 아픔을 느끼며 지금까지 떠올리던 나의 회상도.. 멀리서 사진을 찍어 놓은 듯이 그 장면 그대로 멈추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나와 그녀는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계속] 나의 시작속에 나의 끝이.. Gent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