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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entle ()
날 짜 (Date): 1995년08월11일(금) 16시32분05초 KDT
제 목(Title): [Ebben ? Ne andro lontana] ..... (2)





   노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던 국민학교 1 학년.. 그 아이를 처음 보았던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학교에서 소문난 개구장이였다. 반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이 말썽꾸러기인 나에게서 비롯 되었고 늘 내 주위에는

나와 비슷한 장난꾸러기들이 몰려 다녔다. 지나가는 여학생 치마 들추기 부터

분필가루 던지기, 예쁜 모양의 지우개를 칼로 도막내기, 물싸움.. 등등 매일같이

말썽 이었고, 그 때문에 담임 선생님은 매일 매일 우는 아이를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상하게 생각 되는 것이, 그렇게 말썽만 피우고 다닌 내가 반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반장이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지만....



   사람의 기억 체계는 참 신기한 것 같다. 까마득히 잊혀져 지냈던 먼지덮힌

기억들이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엔 이렇듯 선명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예전에도 몇번 경험 했듯이 지금도 나는 그 아이를 처음 보았던 그날의

일을 아무 어려움 없이 모두 기억해 내고 있다.



   난 그날 옆반 애들과 물싸움을 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가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낡은 교실건물의 옆 마당에서 나는 친구들과 고인 흙탕

물을 튀기며 놀다가 자연스럽게 옆반 애들과 물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끼리 서로 흙탕물을 발로 튀기며 하던 물장난이 내가 물컵을 들고 나오면서

부터 장난이 아니라 본격적인 물싸움으로 발전되어버린 것이다.



   물컵으로 던지는 위력적인 물공격에 몇번 당한 옆반 녀석들이 하나씩 하나씩

무기(?)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옆에서 구경하다가 튀기는 물에 옷이

젖어버린 녀석들도 이 싸움에 끼어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두 반의 남자 애들 거의

모두가 제각각 주전자 뚜껑, 필통 뚜껑, 물컵.. 등으로 무장하고 무차별적이고

전면적인 물싸움을 시작 했다.



   우리들은 적당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물을 뿌려댔다.

물 웅덩이에 들어가 양손으로 흙탕물을 퍼던지는 박격포 부대도 있었고, 작은

물컵에 물을 담아 들고 적지에 뛰어들어 잽싸게 뿌리고 나오는 특공대도 있었다.



   전투가 한껏 치열해 졌을때 난 교실로 뛰어들어가 식수대에서 오봉 (주전자와

컵을 얹어 놓는 커다란 양철 접시)을 들고 나왔다. 아마 그 전투에 투입된 무기들

중에서 가장 위력이 강한 미사일쯤 될 것이다. 물을 가득 담아 들고는 적지로 뛰

어 들었다. 작은 물컵으로 내 몸에 뿌려지는 하찮은 물 공격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 깊숙한 적지로 들어갔다. 적군은 나의 무시무시한 무기에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하기 시작했다. 그중 한 녀석을 쫓아가서 힘껏 미사일 물폭탄을 발사

했다..



   그러나.. 나의 물폭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이에게 쏟아졌다. 내가 노렸던

녀석은 재빠르게 옆으로 피했고 그 엄청난 물폭탄은 구경하며 서있던 한 여자

아이에게 정확히 명중 되었던 것이다. 비록 애꿎은 아이가 맞았지만 그 물미사일

의 폭발은 정말 장관이었다. 고스란히 물벼락을 맞은 그 여자 아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듯 커다란 두눈

으로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 아이를 처음 보게 된 것이다.





....[계속]





                나의 시작속에 나의 끝이..

                    Gen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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