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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entle ()
날 짜 (Date): 1995년08월11일(금) 16시30분55초 KDT
제 목(Title): [Ebben ? Ne andro lontana] ..... (1)





   들고 있던 한 권의 소설을 다 읽고난 후 한참동안 멍하게 앉아있던 나는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엄청난 빗소리에 깜짝 놀랐다. 비는 늦은 오후부터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 빗소리는 내 의식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마치

우연한 실수로 전원을 켠 오디오가 깜짝 놀라게 하는 큰 소리를 내는것 처럼,

빗소리는 너무나도 갑자기.. 세상을 후려치는 그 커다란 소리로 이렇게 다시 살아

났다. 조금도 쉴 줄 모르는 시계바늘은 밤 11시 조금 넘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처음 와 본 신기한 곳을 두려운 눈으로 둘러보듯이 내 방안을 둘러 보았다.

빗소리와 함께 깨어난 방 안의 가구들은 스탠드로부터 나오는 차가운 불빛속에서

아주 낯설고 적막하게 서 있었다. 아니, 쓸쓸하게 보인다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소파에 깊숙히 기댄 채로 얼마

동안 묵묵히 바라보던 나는 아주 오래된 작은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은

십년도 더 지난, 그동안 기억해 본 적도 없고, 그런 일이 있었는 지 조차도 가물

가물한 그런 낡은 기억이었지만, 이상하게 또한 아주 자연스럽게 한편의 옛 영화

처럼 떠오른 것이다.



   그 모습.. 말썽 많았던 시절인 국민학교 3 학년때의 그 모습이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그러나 또렷이 떠오르면서 더욱 이상한것은.. 그 기억속의 나와 그녀의

모습은 어린 아이가 아닌 지금의 모습, 수염 거뭇거뭇한 젊은 청년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갸날프고 아리따운 어떤 아가씨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배경은 내 어릴적 추억이 담겨있는 국민학교의 비오는 수돗가 그대로였다.



   그 아이는 (아니, 그녀라고 불러야 하나..?) 내가 1 학년때 물벼락을 끼얹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고, 3 학년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회상하는 그날 이후 그 아이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이것은 국민학교를

가운데 두고, 나의 집과 그 아이의 집은 서로 반대 방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와

마주칠 기회가 적은 나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른다.

5 학년때 그 아이가 대구로 전학을 간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에게서 잊

혀졌다. 그 후 나는 어디에서도 그녀를 만난 적이 없고,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

린 적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왜 지금 갑자기 떠오른 것일까...

그것도 그때의 어린 아이의 모습이 아닌, 정확한 얼굴을 그려낼 수도 없는 어떤

숙녀의 모습으로...




....[계속]





                나의 시작속에 나의 끝이..

                    Gen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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