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hermit (카똘..) 날 짜 (Date): 1995년05월23일(화) 19시54분48초 KDT 제 목(Title): [퍼온글] 당신의 순결에 대한 보고서 3 Posted By: Anonymous (Anonymous) on 'Anonymous' Title: 당신의 순결에 관한 보고서 3 Date: Thu May 11 20:10:13 1995 그녀가 샤워를 하는동안 그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냥 이런저런 얘기하다 쓰러져 잠들면 되는거지 뭐, 대학시절 MT 처럼.' 음료수를 놓고 그녀와 마주앉은 그는 '옛날얘기'를 시작했다. 장장 7년간의, 그러나 결국은 떠나고 만, 그 자신의 이야기들. 그녀는 참으로 진지하게 그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결국 그의 기나긴 얘기가 끝나갈 무렵 그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에 입학 하자 마자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들 둘은 만난지 얼마되지않아 열렬한 사랑에 빠져들었고 그녀가 1학년의 가을을 맞던 때에 서로의 순결을 나누었다고 했다. 그 사람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여린 마음에다가 여자인 자기보다도 더 섬세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두사람은 서로를 하늘이 정해준 짝으로 여겼고 더할수 없이 행복 했었다고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사람이 삼수끝에 대학을 들어온지라 군대를 가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가 2학년이 되던 3월달이었는데 오가는 편지로만 이별의 아픔을 달래던 중 8월말이되어 드디어 첫 면회를 가게 되었다. 그러나 가슴 설레이는 면회장에서 정작 만난 사람은 그가 아닌 멀대같이 키만 크고 시커먼 얼굴을 한 선임 하사라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말은 그가 심각하게 다쳐서 병원으로 후송되어 갔다는 것이었다. 거의 기절할 지경에서 울며 불며 물어서 달려간 병원에도 그는 없었다. 단지 그의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만이 그녀를 맞았다고 했다. 이럴수가, 면회오라는 편지를 받은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그는 그녀가 면회를 오기 바로 전날 훈련을 나갔다가 동료의 총기 오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가뜩이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에게 또다른 시련이 몰아 닥친것은 지난 11월이었다. 그동안 자기를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미 그녀에겐 애인이 있었던 때문에 멀리서만 맴돌던 사람이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죽은 사람만큼이나 좋은 사람이었고 그녀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무진 애를 써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엔 전 사람이 차지했던 부분이 너무나도 컸고 그래서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사람 또한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도 말했다. 그러나 그사람 또한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도 집요하고 꾸준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제는 지금 그녀 자신이 엄청나게 혼란스럽다는 것이었다. 죽은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는거고 단지 그와의 사랑 흔적이 남아있을 뿐인데 언뜻 언뜻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사람을 향한 감정이 솟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지만 결국은 자기가 그 사람을 배신하는 꼴이 되는거고 또 하나는 바로 그녀가 순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 그런거였구나, 그녀의 얘기를 듣고있던 그는 할말이 없었다. 이 아가씨가 당면한 문제는 그가 막연히 짐작했었던 것보다도 엄청나게 컸다. 해답이야 명백 하지만 어떻게 그녀가 그녀 자신을 납득시키는가 하는게 문제였다. 그녀는 참으로 순진한 영혼을 지녔구나,그녀가 나를 따라 한방에 들어올 수 있었던것은 색녀거나 바보라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진실을 볼줄알고 또 그 진실에 응답할줄 아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었던거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서 배신이라는건 어쩌면 쉽게 풀려버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이 본의는 아니지만 이미 배반한 셈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이 본의는 아니지만 이미 배반한 셈이 되어버렸으므로. 오히려 순결의 문제가 더 큰 문제였다. 흔히들 하는말로 정신의 순결이니하는 단순한 논리로는 그녀를 설득시키기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하나의 행선지는 고인의 고향인 삼척이라고 했다. 그의 부모님을 만나 뵙고 행여나 그의 영혼의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까해서 간다고 했다. 그는 순결이라는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자신이 평소에 갖고있던 생각들을 얘기해 주기로했다. 이건 단지 내 생각일뿐이라는 전제를 달고서. 그 자신 부터가 비슷한 경험이 이미 있었고 사실은 그게 아닌데도 사회적 관념에의해 그 자신이 한 여자의 순결을 '빼았았다' 라는 생각을 강요당해야 했을때 느끼던 낭패감을 떠올렸다. 그 역시 그의 여자를 무척이나 사랑했었고 그들의 육체적인 교감은 단순한 쾌락이 아닌 사랑 표현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분명히 그들은 그들의 순결을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걸 내버려두지 않았었다. 첫째는 인간이란, 특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란 애초부터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두사람이 서로 사랑하고있다면 그게 어째서 부도덕하고 못된것이 되는가? 그따위 관념들은 생겨나질 말았어야했다. 순결한 여성은 아름답다? 좋다, 그럼, 그렇지 못한 여성은 아니라는건가? 그렇다면 순결의 기준은 무엇인가? 육체관계. 육체관계라니? 손목만 잡혀도 순결을 잃은건가? 아니, 남녀의 성기가 결합을 하면. 그래? 그렇다면 그게 손 잡는것하고 다른게 뭔가? 맨살과 맨살이 닿는 다는건 마찬가지 인데 그 차이가 뭔가? 그래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왜, 왜 나쁜가? 한마디로 말해서 여성의 순결이란 남성들의 편리에의해 만들어지고 변형되어온 모순으로 일관된 궤변에 불과 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여성은 순결해야만 한다는 명제는 항상 사람들 머리속에 당연한것처럼 군림해 왔고 그의 지위는 교묘히 짜여진 남성들의 독점욕에 의해 도덕이라는 미명으로 합리화된채 보장되어왔었다. 그 옛날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었을때 아무도 그것에 대해 감히 의문 조차 품으려 하지 못했었던것 처럼. 이와 마찬가지로 이건 명백한 성차별의 품으려 하지 못했었던것 처럼. 이와 마찬가지로 이건 명백한 성차별의 하나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가 프리섹스를 찬양하는건 결코 아니었다. 인간적인 면에서 볼때 여성만이 순결해야 한다는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순결이라는것은 누구에게 강요 당하는게 아니라 개인 자신이 관리해야하는 문제임에 틀림이 없었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거라면 지키는거고 그렇지 않다면, 즉,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거라면 그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도대체 순결을 왜 지켜야 하는가? 배우자에게 당신이 나의 첫사람이라는 어쩌면 확실치도 않은 정복감을 맛보게 해주기위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 있는거지만 그 이유만으로 강요될 수는 없는 문제였다. 다른 인간적 가치가 얼마든지 많은데 왜 하필 거기에만 집착을 하는가? 도덕 문제. 도덕이란 한 시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모두들 그래야 한다고 공감되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시대 한국의 도덕은 순결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지켜야 하는것이다? 좋다, 더 넓게 보자. 역사적으로 한 시대의 도덕은 끊임없이 파괴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곤 했었다. 때로는 전시대에 불사조 처럼 군림하던 도덕이 나중에와서 말도안되는 비인간적인 행태라는것이 밝혀진 예가 얼마나 많은가? 금 시대에 아무리 주장되어지는 도덕이 있다해도 후세에 수정되고 변화되어야만하는 도덕이라면 일찍 버릴수록 좋은게 아닐까? 불과 이백년 전만해도 노예제도는 서구 사회에서 하나의 굳건한 도덕이었다. 우리 역사에도 천민이니 종이니 하는 개념이 있었고 그들은 그 시대 이른바 도덕의 희생자들이었다. 지금 시대는 여성들을 성의 노예로 전락 시키는 도덕이 멀쩡하게 살아 숨쉬는 그런 시대이다. (M)편지답장, (R)답장쓰기, 또는 (C)계속? [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