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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jchoi ()
날 짜 (Date): 1994년11월27일(일) 02시10분15초 KST
제 목(Title): 왕십리 분원 비망록 (9)


처음 자하랑 교수가 임용되었을 당시 왕십리 분원내에서 그의 전
공분야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
다. 다만 그의 전공인 꿀꿀이 공학이 인간의 심리에 대한 공학적 
메커니즘(mechanism)을 응용한 연구분야라는 피상적이고도  단편
적인 지식만을 공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처음 임용되고 나서 무려 2년동안이나 신입생을 받지  않았
다. 그동안 그는 그의 연구실에 틀혀박혀 뭔가에 몰두하고  있었
을 뿐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신입생을  받
지 않고 강의를 개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명쾌한 답변 또한 전
혀 없었다.

처음 임용될 때 집중받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고, 왕십리 분원내에서의 그의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희미하게 망각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왕십리 분원 정문에 갑자기 자하랑  교수 
명의로 된 "금세기 초유의 의료기기 발표회"라는 대문짝만한  현
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은 그 현수막을 보고 어느덧  자신들
의 기억 저너머에 묻혀 있었던 자하랑 교수의  존재를  떠올리게 
됨과 동시에 의아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감을 느낄 수  있
었다. 

그의 전공은 의학이나 전자공학 또는 기계공학과는 무관한  것이
었다. 그런데 왠 뜬구름 같은 의료기기 발표회인가?

궁굼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날 오후 2시 대강당에 꾸역꾸역  모여
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웅성거리는 사람
들을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신문사와 방송국에도 연락한 모양이었
다. 

드디어 약속한 오후 2시가 되었다. 갑자기 대강당  내부  조명이 
꺼지면서 연단 뒷편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요란한 팡파레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빵빠라빠라~ 밤~밤~밤~ 빵빠라빰~"

팡파레 소리가 끝났다 싶음과 동시에 둥그렇게 생긴 눈부신 조명
이 무대 위에 서 있는 자하랑 교수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의 옆에는 금속으로 된 문이 달린 이상한  상자와  거기로부터 
나온 뒤엉켜져 있는 수많은 선들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 한대가 놓여 있었다. 

잠깐동안의 침묵이 흐른후 드디어 자하랑 교수가 마이크를  통해 
말문을 열었다. 

"제 의료기계 발표회에 오신 신사숙녀 그리고 왕십리 분원  무지
렁이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하면서 이 발표회를 시작할
까 합니다."

"기존의 의료기기가 질병의 진단과 검사를 위해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제가 금번에 개발에 성공한 의료기기는 감기를 제외한 AIDS 
및 암을 포함한 거의 모든 질병을 전혀 아무런 후유증 없이 치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세기 초유의 의료기기 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에 앞서서 우선 여러분  앞
에서 간단한 시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마침과 거의 동시에 대강당 좌우측 벽면에는 아까  무대
위에 보였던 제어용 컴퓨터의 화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프로젝션 
화면이 나타났다. 

복잡하게 전선들이 뒤엉켜 있는 커다란 상자 옆으로 걸어간 자하
랑 교수는 바로 옆에 창살로 만들어진 조그만 상자속에서 하얗게 
생긴 뭔가를 꺼내어 손에 들어 보였다. 실험용 모르모트 였다. 

또다시 자하랑 교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 쥐는 불쌍하게도 지금 AIDS에 걸려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일
부러 감염시켰죠. 어떻게 감염시켰는지는 묻지  말아  주십시요. 
그것은 전적으로 제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제니까 말이죠. 하여
간 이 쥐에게 AIDS를 감염시키기에 앞서서 저는  건강한  상태의 
쥐의 몸에 있는 모든 세포에 대한 정보를 스캔하여 이 컴퓨터 내
에 담아 두었습니다. 물론 이 정보는 해당 세포들을 다시 재구성
하기 위한 정보입니다."

"자 그럼 이제 미리 저장되었던 건강한 상태의 세포 정보들을 이
용해서 이 쥐에 걸린 AIDS를 치료해 보이겠습니다."

자하랑 교수는 손에 들고 있던 쥐를 커다란 상자속에 집어  넣었
다. 대강당 벽면의 프로젝션 화면에는 무엇인가를 스캔하고 있는 
듯한 화면이 나타나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두개의 쥐 내부구조를 각각  조영한  듯한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외형상으로는 거의 똑같아 보였지만 부
분부분 나타난 색깔이 약간씩 틀려보였다. 

"자 여러분은 지금 우측에 있는 AIDS에 걸린 쥐의 내부 조영사진
과  좌측에 있는 걸리기 전의 건강한 상태의 쥐의 내부 조영사진
을 같이 함께 보고 계십니다. 뭔가 달라보이지 않습니까? 좌측의 
사진과 달리 붉으스름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AIDS에 
감염된 세포들입니다. 그럼 제가 이 쥐의 상태를 이전의  건강한 
세포 상태로 원상복구 시켜 보겠습니다."

컴퓨터 앞으로 간 자하랑 교수가 키보드에 restore라는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는 것이 프로젝션 화면에 비추어졌다. 그가  Enter를 
누름과 동시에 아까 쥐를 집어 넣었던 커다란 금속상자에서 저음
의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계속  이어
졌다. 아마도 자하랑 교수가 말했듯이 뭔가 쥐의 세포에  대해서 
어떤 조작을 가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잠시 후 웅웅~ 거리는 소리는 그쳤다. 다시  프로젝션  화면에는 
쥐의 내부 조영사진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좌측의 
사진과 우측의 사진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자~ 이제 이 쥐는 원래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오오옷! 이건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었다. 지금 발표한 것이 사
실이라면 이제 우리는 AIDS를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이  청량리를 
갈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쾌락을 반감시키는 그  두꺼운  콘돔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다.

갑자기 사람들이 너나 할것 없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
했다. 자하랑 교수의 얼굴에는 흡족한 듯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에 용기를 얻은 듯, 자하랑 교수는 무좀에 걸린 쥐, 치질에 걸
린 쥐 등등 온갖 추잡한 병에 걸린 쥐들을 가지고 치료하는 모습
을 친절하게도 일일이 환부를 커다랗게  확대해가면서  보여주었
다.

그날 발표회는 아주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고, 그날 저녁 9시  뉴
스 맨 첫기사는 자하랑 교수가 발명한 의료기기에  대한  기사였
다. 그 다음날 아침에는 미국의 ABC, NBC, CBS, CNN을 비롯한 일
본의 NHK, 영국의 BBC등등 유수의 방송사들이 이에 대한  소식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사실을 World-Wide News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왕십리 분원에는 그가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후보로  선정되었고 
수상이 유력시 된다는 발원지를 알수 없는 뜬구름 같은 소문까지 
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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