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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yphen ( # Luka #)
날 짜 (Date): 1994년09월15일(목) 07시21분26초 KDT
제 목(Title): 친구가 생각날 때 ...


오늘은 어차피 밤을 새야 하니까... 이렇게 맘을 먹으니 글쓰는 것도 여유가 있어 
좋다. NMR 도 가끔 봐줘야 하고, 이 한텀 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20분마다 한번씩 중간 체크해야 하고, 곧 서울갈 일만 없으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커피한잔을 옆에두고 스크린을 바라보자니 문득 친구들 생각이 난다.
그래 오늘은 친구 얘기를 써보자. 이글 정말 재미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그냥
q 라고 치세요 나중에 후회하시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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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게는 근 14년간 지켜만 보아온 친구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지켜만 보아온...

그친구 역시 저를 지켜만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분명한 

일입니다. 그 친구는 국민학교 일학년 때 부터 오학년때 까지 같은반에서 

단짝이었던 친구입니다. 

저는 사람 사귀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 합니다. 누구든지 가깝게 두기까지에는 

지루하리만큼 긴 시간을 둡니다. 이모저모 살피고 그리고 확신이 서야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떤 조건이나 그런것을 따지는 사람이 아닌것은 

누구보다 제가 더 잘압니다. 그래서 이나이 먹도록 친구덕에 출세 했다는 소린 

못들었어도 친구 잘못사귀었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학영이라고 합니다. 그 친구를 만나지 못한지 14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친구의 모습을 보지 못한것은 아닙니다. 기회있을 때 마다 먼 발치에서 

지켜보곤 했던 겁니다. 학영은 집이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어렸던 시절 그때, 저는 줄곧 일등에 반장만을 도맡아 

했었고, 지금이야 어쩐지 모르겠지만 그때만해도 아침마다 있었던 운동장 

조회때마다 제일 앞에 예쁜 옷을 입고 서있곤 했었습니다. 



학영은 옷차림도 초라했었고, 별로 보잘것이 없었습니다. 세속적인 눈으로 본다면 

말입니다. 그때 다른 아이들보다 학영이와 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의 착한 

심성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는 욕한마디 하지 않았던 착한 아이였습니다.

공부는 반에서 5등정도를 하는... 



그래, 세세한 이야기로 감상에 젖지 말자. 어린 시절이야기는 끝이 없으니까...

그 친구는 중학교에 가질 못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교육청에 취직을 해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었는데...



그리고 나이드신 조부모님 모시느라 대학진학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성균관 

대학교 야간 학부에 진학하려고 무척 노력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리도 상세히 알고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저는 외국에 나오게 되었고... 

그친구는 저희집으로 명절만 되면 찾아가 우리 부모님께 꼭 인사를 드리곤 했던 

겁니다. 



무심한 저는 편지한통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해하는 친구...

다만 한국을 떠나면서 그에게 보낸 단 한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편지;


친구여

내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아는지?

알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결심뿐.

우리가 다시 만날날이 언제가 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

네가 볼 나의 모습은 갈데까지 가다가 포기한 나의 시신이거나 아니면

아무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룬 장한 친구의 모습일 거라고 약속하지.

난 네게 떳떳하지 못한 모습으로는 나타나지 않겠다.

앞으로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할 나를 이해하여 주리라 믿는다.

.........





수년전 여러문제로 한국에 돌아갔었던 내가 멀리서 바라본 그의 모습은 

동대문시장의 한 귀퉁이에서 옷을 파는 상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아직 난 성공하지 못했어!'



그의 모습은 저의 외국생활 어느때고 뇌리를 떠난적이 없었습니다. 혹은 실의에 

빠졌을때도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그저 편한 생활을 찾아 안주하고 싶었을때도,

그리고 이만하면 되었노라고 자만하며 나태해 졌을 때도...



학영이 한테 연락한번 하지 그러니? 하시던 아버님의 말씀에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부둥켜 안고 싶었건만... 그리고 어느때 부턴가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고 여유도 생겨서 자주 한국을 드나들수 있었을때 그때 마다 얼마나 그친구 

앞에 나서고 싶어 했었는지... 그러나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지도 모릅니다. 

그저 지켜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삼년전인가는 우리집에 들러서 결혼한다고 

약혼자를 데리고 인사했다던 나의 친구... 그리고, 나의 결심을 꺾어선 안된다며 

굳이 제게 알리지 말것을 당부했다던 그 친구... 현이가 성공해서 돌아오면 꼭 전해 

달라며 남긴 그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지금도 새로운 페이지가 넘어갈때 마다 

자리바꿈하며 일기장에 새롭게 꽂히곤 합니다. 그래.. 언젠가는...



전 저의 성공보다 그의 성공을 더 확신합니다. 성실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는 가슴속 깊은 곳에 굳은 의지가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요.

지금 그는 서울의 어느 시장에 점포를 가지고 있는 사장님입니다.



제가 사람사귀기를, 아니 친구사귀기를 힘들어 하는 이유는 자꾸 그친구와 

뭇사람들을 비교해서 일까요? 


얼마 있으면 서울에서 그친구를 다시 한번 지켜 볼 수 있을 겁니다.

늘 그래왔듯 먼 발치에서.. 


1994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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