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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terius (원조일지매莫)
날 짜 (Date): 1994년09월12일(월) 04시33분06초 KDT
제 목(Title): 기계와의 대화...[3] 생장(온도컨트롤)



세척한 소스와 기판을 생장관안에 넣는일이 Loading인데, 이일은 별로 
힘든일은 아니다.단지 소스를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서 흑연 보우트에
넣으면 되는것이다. 몇번 소스를 떨어 뜨린적도 있으나 찾기가 좀 쉽다.
왜냐하면 바닥이 좀 밝은 색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잃어 버린 경험은
좀 있다. 그럴때도 역시 욕이 튀어 나오고......

로딩 작업은 약 10분이면 되는데 이게 생장관 위치가 허리를 약간 구부린
자세에서 하게 되어 있어서 이 작업을 할 때면 허리가 매우 아프다.

더운 여름날은 이게 더 힘들고 땀이 나는데 마스크와 폴리 글로브를 끼고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이번 여름에는 죽는줄 알았다...)
더욱 가끔씩 열받는 것은 마스크와 폴리 글로브를 끼는게 물론 내 몸을 
위해서도 있지만 원래 주 목적은 흑연 보우트에 손에서 유기물이 묻거나
입김으로 유기물이 묻을까 봐서다. 

이런 걸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질 때가 있다. 

"기계 주제에 사람이 널 위해서 마스크 쓰고 장갑 낀다는게 말이 되냐?"

이 작업이 끝나면 생장관을 원래대로 잘 닫아두고 로타리로 진공을 뽑는다.
이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저 로타리를 켜두고 한 30-40분 정도 기다리면 되니까...

그래서 보통은 요 시간에 맞춰서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된다.
이럴때도 아이러니를 느끼곤 한다.
'사람이 기계 작동 시간에 맞춰서 밥 먹어야 되다니......'

또 가끔은 요 시간에 멀건히 있을때 교수님이 오시는데, 이럴땐 참 곤란하다.

"모 하나?"
"진공 뽑는데요..."

열심히 딴일 할땐 안오시드니만 꼭 이럴때 오시는 거다.
(진공이야 로타리가 뽑으니 나야 하는일이 없는걸로 보이겠지...)


어쨌든 이제 본격적으로 기계와 맞상대 할 시간이 다가온다.

진공을 뽑은 후 생장관 안에 정제된 수소를 채우고 이제 온도를 올린다.
대강 온도를 소스를 녹여 유지하는 온도인 740도에 맞춰 놓고 로를 보우트
위치로 옮긴다.

그리고 약 1시간 동안을 기계 옆에서 온도를 맞춰주는 일을 해야 한다.
이게 매우 오래된 기계들이라서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원래 옆에서 계속
지켜 봐야 하도록 생겨 먹었다.

그러다가 가끔 온도가 튀거나 작동을 잘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생장에서 온도는 가장 큰 변수이므로 이걸 잘 해야 반도체 박막 생장이
잘 된다.

"야 내려가..."
"어이 씨발 이거 또 왜이래..."
"너 내가 청소 안해 조서 그러냐....왜그래 임마..."

이 과정에서는 욕도 나오지만 사정하는 투가 많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과정
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밤샘 실험을 할 때면 혼자 있을때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나 : "오늘은 잘 해 조라..."
기계 : "........."
나 : "내가 널 때리길 했냐?...모 욕을 했냐?
      모 가끔 욕이야 했어두 그게 어디 진심이겠냐?"
기계 : "........."
나 : "어~~~이유 오늘은 잘 되야 할 텐데..."

이러면서 50분의 온도 유지가 끝나고 온도를 일정한 비율로 내리는 Super Cooling
을 한다. 이건 단추 하나 꾹 눌러 주면 된다.
그리고 이젠 약간의 자유. 그러나 서서히 긴장이 된다.

기판을 소스를 녹인 Solution에 접촉시켜 생장을 하는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약 15분뒤 735도가 되면 약 2분간 기판과 용액을 접촉시켜 Growth를 한다.
바로 이게 결정적인 작업이다. 단 몇분을 위해 그 자질구레하게 손 많이 가는
짜증나는 일을 해야 하다니...

자 이제 다시 로를 옮기고 잘 됐나 볼 수가 있는데....

이게 잘 되는 경우는 마치 하늘을 나를듯한 기분이 된다. 그리고 기계에게는
감사와 칭찬을 한다.

"잘 했어! 암 그래야지!"
"짜식 이제 철이 좀 드나보지!"

좀 덜 만족스러운 경우는

"삐졌냐?....내가 몰 잘못 했다는 거야?"

그러나 아예 안 나온 경우는(최근 한달간)

"이런 씨발! 지랄을 해라 지랄을 해!"
"어~~~ 이거 이 xx가 사람 잡네......."

그러고는 기계를 죽일듯이 쏘아본다.
그리고 한번 허탈한 웃음을 웃고는 한마디...

"씨발놈......"



                          매화 한 송이의 사랑...

                                     일 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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