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eXpressio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terius (원조일지매莫)
날 짜 (Date): 1994년09월12일(월) 05시12분32초 KDT
제 목(Title): 기계와의 대화...[4] 측정



Growth가 끝나고 온도를 내려 식혀 주어야 한다. 이 일은 그저 기다리는
일이니 별일이 아니다. 이제는 자유 시간이다. 서너 시간후 수소만 잠그면
되는 것이다.

전에는 열받는 마음이건 후련한 마음이건 이 걸 끝내고 테트리스를 하곤 했다.
그러나 교수님과 나는 왜 이리 타이밍이 안 맞는 걸까?

"모 하나?"(들어서며)
"예?...아...저...실험 끝내고..."
"아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계속해라"

그리고는 다른 박사과정 형과 몇마디 하시곤 나간다.

나는 안다....교수님의 O.K.와 No Problem이 결코 괜찮다는 의미가 아닌것을...
나와 몇 사람들은 계속해서 걸렸고, 급기야 교수님의 엄명이 떨어졌다.
개인적으로 박사과정 선배들을 불러서...

"오락지워."

그리곤 테트리스는 씨가 말랐고 윈도우에 있는 오락도 깡그리 사라졌다.

...
이제 온도가 다 내려가서 샘플을 꺼내게 되면 꺼내면서 다시 새 소스와 기판을
넣고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꺼낸 샘플은 측정실에서 측정을 하는데 주로 PL(photoluminescence)을 
측정한다.이건 광학적 특성 조사고 전기적으로는 Hall 측정이라는 것을 한다.

PL 측정은 그래도 쉬운 편이다. 그래도 측정이 잘 안되면 

"어쭈!"   "얼씨구!"

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레이저가 말썽을 피울때도 역시 마찬가지...
레이저가 옛 날에 쓰던거는 하도 오래 되서 "삑~~~삑~~~"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면 선배나 나는 

"왜 울어?"
"레이저가 살려조 살려조 하네..."

하고 말하곤 했다. 레이저 한테...

문제는 Hall 측정이다. 이건 기계라기 보다는 나온 샘플과의 싸움이다.
크기가 보통 5mm x 5mm 이하 되는 것을 그 네 귀퉁이에 인듐을 깨알보다 작게
붙이고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금실(Gold Wire)을 붙인다.
이 작업도 가장 욕이 많이 나오는 작업중의 하나다. 아마도 최고일 것이다.

기판에 다 붙였으면 다시 그걸 측정용 지지대에 붙여야 되는데, 역시 금실을
네 군데 전극에 붙여야 한다. 여기서 금실이 또 떨어지거나 끊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거의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된다.

약 1-2시간 걸려서 겨우겨우 해 놨는데 이렇게 되면 가장 강도 높은 욕이 나온다.

"이런 xxxxxxxxxxx"
"쌍!"
"씨발!"

그리고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다시 현미경 앞에서 깨알같은 놈들과 싸우는
것이다. 입으로는 연신 욕을 중얼거리면서...


-----------------------------------------------------------------------

요즘은 생장이 잘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샘플이 안 나온다. 
그렇게 밤도 많이 새고 끊임없이 해 댔건만 성과가 없는 것이다.
졸업은 해야 하고 실험은 잘 안 되고...그래서  허무하다....
또 분노한다...너무나 열받기 때문이다.
아마 기계가 만만한 사람이었다면 나한테 죽어도 몇십번 죽었을 것이다.
다 때려 부시고 인생 다시 시작해?...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결국 시간이 없는
나는 기계와 타협한다.

"졸업할 때까지만 봐 조라!"

그러나 역시 느끼는건 1년이상 다뤄온 기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와 허무 뿐.

그러고는 습관처럼...

"씨발..."

-------------------------------------------------------------------------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르는 말이 있어도 괘념치 마십시오...
중요한 거 아니니까...
그리고 혹 욕이 너무 정제 되지 않고 표현 되었다면 양해를 구합니다.
전 있는 사실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욕이 안 나오겠습니까?

--------------------------------------------------------------------------



                        매화 한 송이의 사랑...

                                   일 지 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