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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hyphen (&PasteL%)
날 짜 (Date): 1994년09월02일(금) 02시13분00초 KDT
제 목(Title): 기다림 ...[3]


"저 선생님.. 눈이 많이 내립니다.. 어디 가셔서 커피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제가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그림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그분은 눈을 돌려 머얼리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이젤을 접고 주위의 소지품을 정리하셨습니다.

"아닐세 ... 이제 저녁때도 되었으니 각자 갈 곳으로 가야지...
 시간있으면 내일 또 보세..."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는 그분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분인데...
그때 저의 집은 명륜동에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면 한 세네 정거장 이었는데, 
첫눈을 맞고 싶었습니다. 삼청동으로 난 길을 따라 성대뒷문으로 해서 걸었던 
겁니다. 눈은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더욱 세차게 날립니다. 옷깃을 세우고
가끔씩 지나쳐가는 자동차들을 흘깃 지나쳐 보내며. 앞서서 걷는 사람들 연인들을 
앞지르기도 하며 그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온세상이 하얗게... 첫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는 것은 드문일입니다.

   강원도 인제 부근에서 군생활을 한 저는 겨울내내 엄청나게 쌓여가는 하얀 눈을 
보면서 그때는 이미 떠나버린 그녀를 생각 했었습니다. 두번의 첫눈을 맞으면 다시 
볼수 있을 거라던 그사람... 첫번째 눈도 내리기 전에 그녀는 떠났었습니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침묵으로...
"야 손병장 너 무슨 생각하나..."
"아니 그냥... 왜 비상이야?"
"그래 지금 전 중대원 완전 군장하고 연병장으로 집합..."
"왜 그러지?"
"알게 뭐냐 또 무슨 트집거리가 생겼나 보지..**"
연병장에 집합한 병사들의 얼굴엔 불만이 하나 가득이었습니다.

"손병장 이병장 너들 둘만 나좀 따라와라! 나머지는 잠시 대기!"

중대장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간 우리들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병장이 
탈영을 한 겁니다. 저하고는 나이가 같아서 늙으막 군대 설움을 같이 나누었던 
김병장 김흥태 병장이 탈영을 한거랍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그야말로 산간 오지에 
자리잡은 어디 가고 싶어도 갈데도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길따라가다보면 
검문소가 있고 그외에는 깊은 산이라 아무곳도 갈곳이 없습니다.

"야! 박중사 너는 빨리 화기검사하고 분실된 것 있나 알아봐라.."
"예"

평소에는 그저 친구처럼 지내던 중대장과 박중사도 그때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손병장! 김병장이 어디 갈만한 데가 없나? 손병장은 동기니까 무슨 
눈치래도 채지 못했나?"
"중대장님, 김병장이나 저나 조금있으면 제대합니다. 뭐가 아쉬워서 탈영을 
 하겠습니까? 아마 어디 숨어서 딴짓하고 있을 겁니다."

김병장은 조용하고도 박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도 다른 병사들보다는 
많아서 부대원들 모두가 형처럼 따르던 그런 사람... 그가 탈영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대장의 걱정은 단지 그가 대학물을 먹었다는 
것으로 해서 북쪽으로나 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에서 데모를 
했다던가 하는 병사들에겐 언제든지 그런 염려가 따라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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