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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uest ( jhNam)
날 짜 (Date): 1994년08월25일(목) 18시04분01초 KDT
제 목(Title): "GAME" - 전날 오후


   "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한번도 자신의 사냥감을 성적으로
폭행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죽음의 게임은 그에게 신성한 것이고
신에게 바쳐지는 희생양은 아무렇게나 다루어져서는 안되었다.
물론 그가 성행위의 상대를 죽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 때의
희생물은 처음부터 사냥의 대상이었던 게 아니라, 행위후의 감정때문에
그녀의 자극적인 말이 그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려서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었다.

갑자기 그의 머리에 그날의 희생물이었던 왕십리의 한 창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과 한때 동거까지 했었던 어쩌면 어설프지만 그의 순정이 어려있는
기억이기도 했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천박한 얼굴이 앞에 앉아 있는
점점 그 속을 알수없는 여인의 얼굴과 오버랩되었다.
그래.. 저 여인의 어딘지 모르는 경박함.. 지나친 증오감과 살의...
살인은 단지 하나의 게임일 뿐, 저토록 심한 증오감이 그에겐 이해되지 않았다.

   "하시겠어요?"

   "그.. 그러죠.."

다시 그는 여인의 명령조의 요청에 불안스런 긍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능숙한 장삿꾼에게 알면서도 말려드는 것과도 같이 그녀의
분위기에 압도되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그녀를 마주 봐야하는 방안에
있고 싶지 않았다. 어서 여기를 나가야 해.. 저 여자가 또 돈뭉치를
올려 놓으며 어떤 요구를 할 지도 모른다.. 에어콘 바람이 바깥의 더위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여인이 내뿜는 강인한 기운이 - 조금전 까지 느꼈던
경박함은 단지 첫인상의 단편이었을 뿐 결코 그녀의 개성이 아니었다 -
그의 등줄기에 조금씩 땀을 맺히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게임 스코어가 한꺼번에 낮아질 수도 있는가?

   "모든 게 정확하게 이루어 지리라 믿어요. 일이 제대로 이루어 진다면
    지금 드린 액수의 2배를 더 드리지요."

   "돈은 필요없소. 대신..."

   "대신.. 뭐죠?"

   "당신의 몸을 취하겠소."

그는 자신의 능력을, 신성한 게임을 돈을 미끼로 움직이려는 여인의
태도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위축된 분위기를 반격이라도
하듯이 강한 어조로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순간이나마 여인의 얼굴에 비친 비웃음을 보았을 때 또 다시 자신의 패배를
알 수 있었다.

   "좋아요.. 대신 당신이 일을 그르칠 경우 당신의 목숨은 제가
    접수하겠어요."

   "좋소!"

그녀의 집을 빠져나오며 이번에 그를 괴롭힌 것은 무지막지한 더위가 아니라
자신의 의뢰인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였다.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태도..
어떻게 보면 통상적인 거래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의 예민함
때문인가.. 이 지독한 더위때문인가?
그는 발 걸음을 빨리 하면서 계속 그녀를 증오했다. 이번 사냥의 적은 베카라는
불쌍한 여인이 아니라 바로 그녀였다. 그래, 보란듯이 일을 끝마치고
너의 몸을 마음껏 주물러 주리라. 그만하라는 말이 너의 입에서 나올 때까지...
그때도 나를 조롱한다면 그때는 너마저 끝낼 것이다. 너라면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죽음을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사냥감이 될 수 있어!
그의 의식이 베카에 대한 사냥에서 조금씩 자신의 의뢰인과의 섹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의 게임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마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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