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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uest ( ador)
날 짜 (Date): 1994년08월26일(금) 08시11분42초 KDT
제 목(Title): "GAME" - 첫날 오전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는 아침 일찍 잠을 깼다. 어제 자신의 오피스텔에
들어오자 마자 잠에 떨어졌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팬티가 축축히 젖어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꿈속에
자신의 의뢰인인 veritas 여인이 꿈속에 나타났던 것 같았다. 그는 팬티를
그대로 입은 채 소파에 기대 앉아 흐린 기억을 더듬어 갔다.

그는 알몸으로 누워있었고 그의 머리 위에는 여인이 하반신을 드러 놓은 채
자신을 내려다 보며 웃고 있는 모습부터 시작되었다. 올려다 보이는 여인의
강한 다리가 그를 향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그의 목을 조이려는
것처럼... 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거부하려 했으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은 계속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 처럼 무거워져 갔다. 더 이상 가라앉을
수 없을 만큼 그의 몸이 내려갔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몸과 정신이 그녀로부터
갑자기 해방되어 우주 속으로 분산되어 갔다.

그러나 그 것도 잠깐.. 여인은 갑자기 송곳으로 자신의 온 몸을 찢기 시작했다.
그는 찢겨진 자신의 몸의 조각들이 자신의 정액과 피로 뒤범벅 된 것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여인이 자신의 분리된 머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마침내 둘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자신이 몇년전에 죽였던 왕십리의 창녀가 자신을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한기를 느끼며 머리를 뒤흔들며 일어나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하루 사이에 확연히 유약해 졌음을 알 수 있었다.
여지껏 자신의 잠재의식의 일부에 불과한 꿈이 자신을 그렇게까지 압도했던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제 밤 악몽의 흔적을 몸에서 씻어내며 타월만 걸친 채
자신의 PC앞에 앉았다. 이른 시간이라 게쓰 비비에스에 쉽게 접속이 이루어졌다.
그는 능숙하게 로그인을 했다. 새로운 메일이 한통 도착해 있었다.

* 보낸이(From): veritas ()
* 날 짜 (Date): 1994년08월05일(금) 06시08분32초 KDT
* 제 목(Title):
*
*   밤새 좋은 꿈 꾸셨는지요?
*   그대와의 두번째 만남을 기다리며...

이것 봐라? 역시 여인의 아이디는 삭제되고 난 뒤였다. 이년이 장난을 치나?
이거 정말 재수없군. 하지만 이미 재수없는 게임에서 손을 떼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엄연한 의뢰인이었다.

이제는 BECCA라는 여인에 대한 접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간이었다.
Admin 메뉴에서 사용자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  특정 사용자의 PROFILE 검색  <**>
검색하고저 하는  UserID  : BECCA

<>-----------------------------------------------------------------<>
 o 이  름 : 강윤아             o 직  업 : 학생
 o Login  :  635 번            o 올린글 : 178 개
 o 최근에  Login 한 시간 :  1994년08월05일(금) 01시04분10초 KDT
<>__________________. <  PROFILE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BECCA 님은  PROFILE 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그는 BECCA가 포스팅한 글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한번
쯤은 읽은 적이 있는 글들이지만 다시 차근차근 검토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 중에서도 다음은 anonymous에서 음란한 글로 말썽을 부렸던 꼬봉이라는
자가 자신의 아이디를 지우면서 망신스런 퇴장을 하도록 만든 글이다.
이글은 그의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 저는 지금 한 위선적인 인물에 대한 말을 하려 합니다.
* 물론 anonymous 보드의 특성상 글을 쓴 사람에 대한
* 비밀이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최근 며칠동안 이 보드에서
* 일어난 부끄러운 일들을 생각할 때 게쓰의 건전한 발전과 최소한의
* 기본적인 양심을 지키기 위해 그 인간의 아이디를 밝히려 합니다.
*
* 문제의 인물은 다른 보드에서는 특유의 재치와 훌륭한 글솜씨로
*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ong(꼬 봉)이라는 작자입니다.


이어서 그녀는 꼬봉의 글의 특징, 그의 로그인 시간과 그의 글이 보드에
올라온 시간을 증거로 제시하여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 하면서 반신반의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이
문제의 인물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그의 퇴장을
아쉬어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BECCA양을 지지하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당분간 꼬봉의 공백이 게쓰의 사용자들에게 후유증으로
지속되었으나, 그 공백을 BECCA라는 여인의 발랄함과 재기로써 메워 가면서
그녀는 새로운 인기 인물로 자리를 굳혀갔다.

그는 굳이 그녀가 쓴 글이 아니라도 관련된 글들도 같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뢰인이 어떤 동기로 BECCA를 처치하려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과 혹시 veritas라는 여인이 어떤 아이디와 동일 인물인지
단서가 잡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의심이 가는 몇명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단언할 만큼 뚜렷한 인물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허기를 느끼며
시계를 보았다. 어느덧 시계는 정오를 넘어서고 있었다. 대여섯 시간을
그렇게 밥도 안먹고 옷도 걸치지 않고 PC 앞에 집중해 있었던 것이다.

모니터속에서 펼쳐지는 세계에 그렇게 오래 몰입해 있다가 갑자기 현실로
나올땐 항상 일종의 불쾌함이 뒤따랐다. 현실이 오히려 생소하게 느껴지는,
낮잠을 자다 갑자기 깨어났을 때 오는 황당함 비슷한 것이 약간씩 그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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