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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lukas (루 카)
날 짜 (Date): 1994년08월25일(목) 05시35분02초 KDT
제 목(Title): 그 날 ...[4]


그 다음날에는 설악산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산 할아버지는 구름모자를 쓰고 
계시더군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권금성에서 사진도 찍고 머루쥬스라는 것도 
같이 마시고... 민아는 어느덧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랫적 어리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깔깔대기도 하고 어울리는 밀짚모자를 
발견하고는 사달라고 졸르기도 했습니다. 바로 어릴적 그때 그모습으로...

민아는 이담에 꼭 정직한 언론인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결정이 되어버린 저의 
장래라는 것도 민아의 미래에 비하면 보잘것 없이 보였습니다. 아직은 먼 장래의 
희망을 꿈으로 간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순수함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날은 앞바다에 나가서 오랫만에 해수욕을 하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는
차가운 바다. 그래도 하얀 모래사장이 따뜻했었습니다.

그날 오후 민아는 이모부님과 같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더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던 민아... 

약 이주간을 저는 하는 일없이 집에서 보냈습니다. 하루건너 하루씩 민아의 전화가 
오히려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편안했습니다.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주간이 끝나는 날 어머님과 저는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도 싫었던 상경길 이었던 것은 참한 색시가 있으니 선을 
봐야 한다는 부모님의 달갑지 않은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아무리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첫선은 두려운 법입니다. 두렵다기 보다는 뭔가 하기싫은 꼭 
시험장에 들어가는 준비못한 수험생 같은 기분이지요.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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