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aizoa (오월의첫날) 날 짜 (Date): 2003년 2월 7일 금요일 오후 06시 12분 45초 제 목(Title): Re: 전여옥, [대한민국은 있다]. 1. 먼저, 문제된 시오노 나나미의 편지사료조작 사건은 그의 책 [사일런트 마이노리티]의 p.246에서 p.250에 걸쳐 설명되어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신의 대리자]를 잡지에 연재하던 시절에, '교황의 비서'를 가공으로 창조한 다음, 그의 편지를 사료처럼 인용한 적이 있는데 최종연재분에서는 앞서의 편지가 가짜였다는 것을 자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다음과 같이 시오노 나나미는 쓰고 있습니다. ([사일런트마이노리티]의 p.249) ... 이번에는 조금 교묘하게 했다. 둘 다 완전한 사실에 의한 것이지만, 한 가지는 사료 그대로를 열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확실히 내가 만든 것처럼 일부러 꾸며, 이 두 가지를 적당히 뿌려 두었다. 물론 이번에는 고백하지 않았다. 책이 출판되었을 때 나는 마침 도쿄에 있었다. 각지에 실린 서평들은 또 나를 날아가고 싶게 만들었다. 내가 자백한 가짜사료는 다들 언급했으나, 자백하지 않은 곳을 지적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주경철의 [테이레시아스의 역사]에서는 마지막 두문장만을 인용하여 시오노 나나미가 가짜사료를 아무 설명없이 집어넣었던 것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위의 시오노 나나미의 문장은 잘 독해되지 않네요. 번역자의 잘못인지 아니면 시오노 나나미의 문장 자체가 애매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백하지 않은 곳' 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니 자백하지 않은 가짜사료가 존재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따라서 [신의 대리자]혹은 그 후에 쓰여진 어떤 책에서 최소한 한 번은 시오노 나나미가 설명없이 가짜사료를 집어넣었던 것 같습니다. 2.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삼국지]에 비하면 못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 아마도 [삼국지]를 읽는 까닭은 논술을 잘써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펼쳐진 팬터지에 매료되어서이겠지요. 삼국지가 [삼국지연의]라고 불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마인 이야기]라고만 제대로 불리고, 마치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을 읽는 듯이 이해된다면 문제가 없겠지요. 그걸 사료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의 직접적인 가짜사료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여러 단계의 가정 위에서 쓰여졌다고 시오노 나나미 자신이 말해놓은 경우에도, 그런 가정 없이 다른 사람들이 인용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3. 이건 일본의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씨의 주장인데, 아이들에게 픽션을 가르치는 것은 무척 위험합니다. 국어교과서의 수많은 '문학작품'을 삭제하고 박노자씨나 홍세화씨의 논리적인 산문들을 싣는다면 훨씬 교육적일 것 같다는 망상을 잠깐 했습니다. 한국이 금수강산이고 한국인이 백의민족이고 단군의 자손이고 성은 폐쇄적이어야 하고 자본은 축적되어야 하며 민족이 국가를 구성해서 타민족과 싸워야 한다는 공동환상은 문학의 교육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의 전제들의 논리구조를 이해하는 법을 가르친 다음에야 소설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4. 번역과정 등에서 원서의 정확성에 대한 고증이 철저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이를테면 대바흐의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가 쓴 회고록이라면서 번역된 [나의 사랑 바흐]는 실은 20세기 초에 씌여진 픽션입니다. 이게 영어에서 독일어로, 다시 일본어로, 그 다음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진짜 회고록이라고 광고되었지요. 그게 2002년 초에 한겨레나 동아일보 등에 기자들의 호평과 함께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제가 아는 어느 음반평론가의 지적을 받고 정정기사를 냈습니다만 동아일보는 그냥 넘어가더군요. 덧붙임: zeo님의 답글을 읽고. '사랑'은 배워야 할 성질의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