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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Param (파람)
날 짜 (Date): 2002년 12월 27일 금요일 오전 02시 05분 03초
제 목(Title): Re: 반지의 제왕?!


퍼온글입니다. 

킥.


제목 - 거기에 고충이 있다.


 반지의 제왕의 제목 번역은 오랜 기간 중요한 논쟁 거리의 하나였다. 본래 
직역과 의역의 대립이 첨예했었다. The Lord of the Rings라는 제목을 그대로 
살려서 '반지의 군주', '반지의 주인', '반지의 영주'와 같은 제목을 주장하는 
측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예문판의 번역인 '반지전쟁'이나 동서문화사 
ACE88판에서 붙여졌던 '반지 이야기'라는 의역에 대해 지지 혹은, 비판적 
동의를 주장하는 측도 있었다. http://novelfantasy.wo.to/

 두 주장은 나름대로 그럴싸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직역을 주장하는 쪽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톨킨의 본래 의도를 옳게 따르는 일이라는 지극히 설득력 
높은 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이 너무나 그럴싸한 논거 앞에서 다른 어떤 
논거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Lord의 어감이었다. 아무리 기를 
쓰고 옮겨보려 해도 Lord는 절대반지처럼 엄청난 무게로 번역자를 짓눌렀다. 
세상에 '반지의 군주'라니. 반지가 나라도 아니고 땅도 아니고 백성도 
아닐진대, 어찌 군주나 영주와 같은 제목이 가당하다는 말인가? 도대체 한국의 
군주도 뉴캐슬의 영주도 아니고, 타워 브릿지의 영주나 초콜릿의 군주라니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난하게 주인을 택하려니, 반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권력 지향적 속성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 단순히 '주인'이라는 
말만으로는 '그래서 어쨌길래?'라는 응답이 돌아올 뿐이다. 소유주라는 말로는 
Lord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었다. 황금가지가 택한 '반지의 제왕'은 그 중 
최악의 번역이라고 지탄을 받았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름이지만, 처음 그 제목이 소개되었을 때에 수많은 팬들의 
그 혐오에 찬 발언들이란. http://novelfantasy.wo.to/

 이런 약점을 파고들은 것이 의역이었다. 예문판 역자들도 Lord의 번역에 치를 
떨다가 의역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것이다. The War of the Ring-반지전쟁이라는 
의역은 예문판으로 처음 반지를 접한 상당수 독자들의 개인적 선호와 맞물려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지지되었던 제목이었다. 필자도 초반에 개인적으로 이 
의역을 지지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개인적 선호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제목의 가장 큰 장점은, 중의적이라는 데에 있다. 역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반지전쟁이라는 의역은 제3시대 말에 있었던 실제의 전쟁 - 반지 전쟁을 뜻함과 
아울러, 반지를 들고 원정길에 올랐던 프로도와 샘의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갈등을 암시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제목은 삼부작 중, 제 3부 
왕의 귀환 쪽에 치우쳐진 제목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또다른 의역으로, 특별히 
선호되지는 않았지만 무난하다는 평을 받은 제목 중에 반지 이야기라는 제목이 
있었다. 이것은 특별한 이유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껄끄러운 Lord의 번역을 
적당히 피하면서 반지전쟁처럼 치우쳐진 듯한 인상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안으로 적격이었다. http://novelfantasy.wo.to/

 그러던 와중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제목을 조망하는 관점이 나왔다. 
이전까지 "The Lord of the Rings"라면 사우론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런데 'Rings'가 복수형이라는 데에서 힌트를 얻어 이 제목이 
사우론이 아닌 "절대반지"가 아니겠느냐는 강력한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즉, 반지 시구에서처럼, 반지들을 지배하는 것은 절대반지이므로 절대반지가 
바로 반지들의 주인이라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명작의 제목이 하필이면 
반동인물인 사우론을 뜻하는 것에 내심 불만이었던 사람들 틈에서 선풍적인 
인기로 주목받았다. 이후 "The Lord of the Ring"이 사우론이라는 간달프의 
언급이 알려지면서 열기가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톨킨의 소위 "정본" 
문서에서 복수형 반지의 주인이 사우론이라는 명확한 언급이 등장하지 
않으므로써 이 주장은 계속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지의 제왕 내부에서 
리벤델에서 간달프는 단수형 반지의 주인이 사우론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실마릴리온의 색인에서 "The Lord of the Ring(s)"를 사우론이라고 규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톨킨 사후에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게다가 
J.R.R.톨킨이 직접 만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 색인에 나온 것이므로- 최고의 
권위를 갖기엔 역부족이다.) http://novelfantasy.wo.to/

 번역은 원작과, 다른 언어를 쓰는 독자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소산이다. 
그래서 권위있는 원작일수록, 그리고 수준 높은 언어를 쓰는 독자일수록, 이 
작업은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것이 제목의 번역이라면 더욱 중요성이 
높다고 하겠다. 아직까지 정말 마땅하여 누구나 동의할 만한 한글 제목은 
등장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이 정도까지 의견이 나왔다면 
앞으로도 더 나은 제목이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할 듯 싶다. 많은 팬들에 의해 
계속 어떤 제목이 지지되기도 하고 비난받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가장 
좋다고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정된 제목이 공통으로 통용될 날도 올 
것이다. 그 때까지는, 조금 힘들지만 여러 번역을 계속 비교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http://novelfantasy.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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