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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zeo (ZeoDtr)
날 짜 (Date): 2001년 2월 18일 일요일 오전 03시 16분 01초
제 목(Title): Re: 그리고... (zeo님)


>대비가 아니라 계층성입니다. zeo님이 "상식 늘어놓기"
>라고 평했던 글에 있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통일"을 이해
>하면 계층성이 함의됨도 당연히 이해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생물과 인간이라는 말을 혼용한다고, 생물과
>인간이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안되지요.

그것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별 문제가 없겠습니다.

남은 문제는, limelite님이 인간의 '특수성'을 저(그리고 아마도 사강님)
보다는 훨씬 비중있게 생각하시는 것 정도가 되겠군요.
앞으로는 그것만 얘기해도 될 듯.

>그 글도 결국, 인간 행동을 동물 보편으로만 파악한 것이고 인간의
>특수성을 반영 못한 것 아닌가요? 그래서 그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 글에는 인간의 특성을 동물 전체의 - 보편적인 - 본성과 아예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글에서는 자연히 '보편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참고로, limelite님께 초월 어쩌구 했던 것은 limelite님이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구요. limelite님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굉장히 다른 것처럼 자꾸 서술하셨으니까.

> 동물이 공존을 지향하는 경우는
>동물 종마다 특성이 다르며, 같은 종에 대한 공존지향성도 집단
>생활을 하느냐 않느냐 등에 따라서 차이가 큽니다.

당연합니다. 그래서 제가 '인간은 확장 지향적인 군집성 동물이다'라면서
'특수성'을 자꾸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이렇다면, 나찌와 같은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동족에게는 공존지향,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게는 배타성인-야말로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무척 충실한 행동양식이고, 종족 인종을 넘어서 심지어 동물에게
>까지 동등성을 확장하자는 인간들의 생각은 어딘가 비정상이 되는
>것이지요.

나찌 등등의 것은 본성에 나름대로 충실한 행동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과연
본성을 '제대로' 발현한 것이냐 하는 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집단'의 안-밖은 민족, 인종 등등으로 딱딱 나누어질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집단'이란 '공동운명체'의 요건을 만족하는
추상적인 단위입니다. 그 범위의 크기는 효율상 한계가 있을 듯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다 큰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나찌는 기본적으로 이 집단을 너무 작게 잡았던 것입니다. 일단 '공존의
범위' 상정에 대해 '서툴렀던' 것이지요. (유럽 인간들 - 나아가서 다른
차별주의자 등등에도 비슷한 비판을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동물은 본성상 박애주의자가 아닙니다. 필요와 능력의 조건이 적절히
>만족된다면 공존지향적이면서, 아니라면 배타성을 가지는 것이 동물이
>가진 기본적인 본성입니다. 예를 들어, 무서운 맹수들이 자기 영토를
>배회할 때는 침묵하다가, 자기와 비슷한 종류와 영토 문제가 생기면
>살상극까지 벌이는 것이 동물의 본성입니다. (다른 예로, 사자와
>하이에나가 영토 문제로 살상극을 벌이는 것 뿐 아니라, 침팬지와
>다른 종류의 원숭이, 또는 침팬지와 침팬지 간에도 부족이 다르면
>영토 문제로 살상극이 일어납니다.)

이 부분은 인간의 '특수성'을 지적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집단 내부, 혹은 집단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간만큼 심각하고 잔인하며
광범위한 폭력-살상을 자행하는 종은 사실상 없거나, 또는 상당히 드물다고
합니다. 이 면에 있어서는 거의 '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공존이란 본성에 관한 한, 어찌보면 비인간 동물 쪽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찌의 행동은 '인간의 특수성'에 충실했을 수는 있겠으나,
'보편적인' 본성에 어울리는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zeo님 글을 보면 마치 나찌를 비난하고 제재할 수 있는 원리라는 것이
>인간에게 본성적으로 내재하는 것처럼 적었지만, 기나긴 인간의 역사를
>볼 때 나찌와 같은 행동에 대해 체계적인 비난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그럼, 그 전의 역사는 인간이 본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은 역사가 되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히 본성에 따라 행동했겠지요.
다만 '집단'의 범위가 달랐을 뿐.
그리고 '집단'은 기술-문명의 발달과 인간 자체의 성향,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되는 환경의 영향으로 '확장'되고 있지요.

...

아무튼, 제 얘기는 '본성' 운운하면서 만행을 합리화하는 인간들을 역시
'본성'을 근거로 비판-반박할 수 있고, 또 그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 차츰 상식이 되어가는 현대에
있어서는요.

...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인간의 동물적 보편성에 기반했기 때문에 그럴 듯하게
>맞는 것처럼 들리지만, 인간 의식의 특수성과 그에 기반한 인간적
>공존지향성의 특수성을 설명하는데는 부족한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 역시 zeo님이 "상식 늘어놓기"라고 평한 글에 다 들어
>있습니다. -_-;

이 글 첫머리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인간적 공존지향성'이 '그리 특수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의식도 마찬가지구요.
따라서 저는 딱히 그 '특수성'을 설명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찌의 행위 같은 것을 그 '특수성'에 의지해서만 비판할 수 있는
논리체계는 현재 그 '특수성'이 과학적인 입장에서 그리 지지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히 위태로운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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