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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ellul (과바르트)
날 짜 (Date): 1997년08월23일(토) 23시07분33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광주비엔날레-별 볼일 없는데서 창



번호:9/11  등록일시:97/08/02 08:06  길이:48줄
제 목 : 별 볼일 없는데서 창조가 이뤄진다

                   >>> 국외자가 가진 창조의 가능성 <<<
"이런 공간에서는 전시를 할 수 없다." 이  말은 '생성/흙'전을 맡은 커미셔너 베르
나르 마카데가 광주에 와서 한 말이다. 사실인  즉 광주비엔날레에 다섯 개 전시공
간이 있는데, 그 중 자기가 전시를 하게 될 방  높이가 다른 방보다 1미터 남짓 낮
은 데 대한 항의표시였다. 이 때문에 전시기획실측에서는  내심 걱정했었는데, 다행
히도 마음씨 좋은 한국출신인 뉴욕의 박경이 자신의 공간과 바꿔주겠다고  해서 그
의 '투정'은 끝났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친구는 배알이 틀려도 한참이나 틀려
먹은 친구였다. 파리가 얼마나 고상한  데고, 광주가 얼마나 '후진'  덴지는 
몰라도, 
그는 국제적인, 그것도 하랄드 제만 같은  노장까지 않은 회의석상에서 "이런 공간
에서는 애들 책이나 꼽아놓고 전시로 대체했으면 좋겠다"는 망발을 서슴치 않았다. 
비슷하게 우리는 비엔날레 일을 하면서 외국물을 먹거나 학위를 갖고있고, 응용 여
부와 상관 없이 외국학자들의 최신 이론들을 잘도 암기해 정연한  논리체계를 갖고
있다고 자처하는 이른바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잘 나가는 평론가들에게서 '촌스럽다
'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어설픈  문화제국주의적 시각이 독버섯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커미셔너 베르나르 마카데는  '48년 프랑스에서 미술
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세르지 퐁트와지 국립미술학교 교수 겸  플라마리용 출판
사 기획위원이다. 그동안 여러군데서 많은 전시를 기획했는데,  가장 주목받았던 전
시는 '95년 파리 퐁피두센타에서 열린 <<남성-여성, 성의 역사>>전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마카데 자신의 전시방향은 이렇듯 억눌리고 후미진 곳에서 새
로운 것이 생겨난다고 하고 있다. 그의 요지인  즉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과는 다
른 데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다른 데를 그는 여자와 아이, 동물, 사물 등의 네가
지에서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네가지는 공통적으로 국외자적  영역이다. 우리사
회에서 여성은 물론 여성적인  대부분의 것은 남성적인 것에  억눌려 있기 일쑤다. 
여자가 가사에 묶여있는 것에서부터 여자다운 것에 가까운 섬세하고 정밀한 작업은 
규모있고 힘있는 것에 밀린다. 종종 엉뚱하다고 일컫는 아이의 사고방식은 '기발하
다'기보다는 '어설프다'는 것으로 치부되어 학교교육을 통해 억제될 부분은 억제되
고 자랄 부분은 자란다. 사람의 속성에 포함되어 있는 사물이나  동물적 본능, 이를
테면 성욕이나 식욕 같은 것 역시 별반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으로 치부된다. 마카
데는 바로 이런 국외자적 영역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것이
다. 그리고 자신의 전시는 바로 이런 내용을 주로 다루겠다고 했다. 
참여작가 중에는 엄청나게 그림값이 높을뿐더러 잘 팔리기로 소문난 크리스티앙 볼
탄스키의 부인 아네트 메사제가 끼어있다. 그녀가 이번에 내놓을 <창>이라는 작품
은 쇠로 된 긴 창 끝에 천으로 성기나  젖가슴, 팔다리 같은 신체의 일부분을 만들
어 걸어놓거나, 스타킹처럼 신축성 있는 주머니 안에  곡선형의 물건을 넣어놓거나, 
지도, 짓밟힌 사람, 눕거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 같은 장면의 사진을 붙여놓은 설치
작품이다. 일본의 젊은 여성작가 마리코 모리는 현대문화와 매체 속에 숨어있는 환
상과 욕망의 실체를 폭로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 그녀는 전에도 그래왔
던 것처럼 자신이 주인공으로 분장해 촬영한 <스타  탄생>이라는 비디오작품을 내
놓는다. 이밖에도 뛰어난 기술을 동원해 상품화된  여성과 환상 속에서의 그로테스
크한 성적 면모를 보여주는 신디 셔먼과 파스칼 마르틴 타유, 폴 멕카시, 루이스 부
르조아, 로제마리 트로켈, 윔 델보예, 페터 휘슬리와 데이비드  바이스, 길버트와 조
지, 보디 이섹 킹겔레스, 황용핑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온다. 
아쉬운 점은 현재시점에서 '생성/흙'전의 많은 작가들의 구체적인 작품내용을 아직 
알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 전시가 그래도 볼  만 하다고 추측해볼 수 있는 근거는 
참여작가들의 대부분이 그동안 <<남성-여성, 성의 역사>> 같은 전시를 통해 마카
데와 함께 많은 전시를 구성했던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두명의 한국작가 김범과 구
정아의 출품 예정인 작품의 구성 역시 아직 알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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