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ellul (과바르트) 날 짜 (Date): 1997년08월23일(토) 22시55분37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광주비엔날레-눈에 안보이는 권력� 번호:8/11 등록일시:97/08/02 08:06 길이:59줄 제 목 : 눈에 안보이는 권력과 장치들 >>> 미세한 그물망 같은 현대권력 <<< "인간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말은 97광주비엔날레 준비를 위한 회 의에서 본전시 중 '권력/쇠'전을 맡은 한국인 커미셔너 성완경이 한 말이다. 그렇 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다른 어떤 것들과의 관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관계에는 힘의 세고 낮음이 작용한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고대부터 오늘에 이 르기까지 인류는 끊임없는 권력관계 속에서 지내왔다.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는 어 떤 시대를 추장이나 부족장, 왕, 대통령 중심으로 얘기한다. 기실 그런 지배자들의 뜻과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날에도 상황은 마찬가 지다. 프랑스혁명 이래 '만인은 평등하다'는 공리가 확립되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 면 그것은 웃기기 짝이 없는 얘기다. 우리가 클린턴과 아프리카 원주민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천만에 말씀. 예 를 들어 클린턴의 결정으로 이디오피아에 단돈 1억원만 지원해준다면 배가 고파 죽 어가는 수천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다. 먼 얘기 할 것 없이 우리가 지금 내는 북한돕기성금은 수많은 동포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권력자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파리 목숨처럼 사라졌는가? 왕의 무덤을 만들기 위한 돌을 나르다 죽어간 수천 수만의 이집트인들, 왕의 안녕을 위해 만리장성을 쌓다가 죽어 간 사람들, 아우슈비츠에서, 킬링필드에서, 80년 광주에서 물놀이를 하다 죽은....... 예전에는 이런 권력의 양상이 눈에 띄었다. 식민지시대에는 지배자들의 관청이 있 었고, 7-80년대에는 대통령의 나쁜 행동이 금방 눈에 보였다. 그런데 오늘날의 권력 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까 권력에 저항하려 해도 어떤 것이 나쁜 권력인지를 몰라 해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가 있다. 인심이 갈수록 각박해져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사회에도 더 큰 책임이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남편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연극이 괜히 나왔겠는가? 평사원이 월급 받아서 친구들하 고 마음 놓고 술 한잔 마시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해서 돈 벌면 세금은 또 얼마나 많이 뜯어가는가? 자동차 하나 만 해도 차 살때 차체값에 지방세, 기름값, 운행세, 면허세, 보험세, 주차세 웬놈의 세금이 몇겹치기다. 이런 게 좋게 보자면 수익자 부담원칙이지만 나쁘게 보자면 힘 없으니까 뜯기는 것이다. 경제제도라는 것도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어떤 놈은 자기 재산의 몇십배나 되는 돈을 은행에서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데, 어떤 놈은 단돈 몇 천만원이 없어 회사를 부도내고 자살까지 한다. 부부사이에도 힘의 원리가 작용하 고, 말 한마디에도 우열의 관계가 성립된다. '권력/쇠'전은 이런 권력의 양상들을 시각화 위한 것이다. 커미셔너 성완경은 파리 에서 환경미술을 전공하고, 80년대 민중미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이자 '상 산환경조형연구소'를 만들어 여러 환경조형물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95광주비엔 날레 때도 중남미지역 담당 커미셔너를 맡은 유일한 한국인이고, 깔끔하고 정확한 사무처리로 정평이 난 원칙주의자다. 다른 커미셔너들에 비해 23명이라는 많은 작 가를 선정했다. 작가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크리스 마커와 하룬 파로키다. 일찍이 제3세계 지역을 종횡무진으로 누빈 '공간의 방랑자이자 이미지의 채집가'인 크리스 마커는 다섯 개의 모니터에 각각 '여행', '얼굴', '단어들', '몸짓', '왈츠'의 이미지가 담긴 <침묵의 영화>를 내놓는다. 독일 출신의 하룬 파로키는 현대 유럽의 최대 비극의 현장인 아우슈비츠 학살현장을 선입견이나 주관적인 감정의 개입 없이 공간적 구성 요소로 그 장소의 본질을 파헤치는 비디오작품 <아우슈비츠>를 출품한다. 지금 카 셀도큐멘타에서는 사진과 영상물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하고있는데, 전세계 문화 의 최근 흐름을 진단하는 1백번의 발표 중 크리스 마커의 작품세계에 대한 발표가 2회나 잡혀 있고, 부대행사인 영화상영 프로그램에 하룬 파로키의 작품 <고요한 생 활>이 7일간 상영될 예정이다. 베이루트 출신의 모나 하툼은 전구와 빛으로 방 전 체에 움직이는 철사망 그림자로 인한 동적인 시각효과를 연출해낸 <옥죄이는 빛의 그림자>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시인이자 작가인 알랭 세샤스는 자신의 학생들과 함 께 만든 <에니메이터>라는 실물 에니메이션 작품, 인도의 종교갈등을 다룬 비반 순다람의 <쓰러진 주검>과 유명세를 타고있는 작가 브루스 노먼의 <내 마음에서 꺼져버려, 이 방에서 제발꺼져줘>라는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게중에 두명의 한국작가가 있는데, 부산출신의 박모와 광주출신의 손봉채가 그들. 미국에서 작품 자체의 의미를 중시하는 개념미술의 세례를 받은 박모와 똑같이 미 국에서 키네틱아트를 공부했고, 작년에 신세계미술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손봉채는 아직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권력/쇠'전은 이들 한국의 젊은 작가들과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비교감상할 수 있 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