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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ellul (과바르트)
날 짜 (Date): 1997년08월25일(월) 19시53분50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광주비엔날레-기억되는 일상의 바�



번호:11/11  등록일시:97/08/02 08:08  길이:51줄
제 목 : 기억되는 일상의 바다

  자본주의가 베푼 음덕으로 세상은 온통 상품으로도 배질되었다.
우리의 일상은 소비사회의 첨병인 숱한 시각 이미지가 드리우는 그늘  속에 포로가
되버렸다.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인간의 병이 도리어  문화를 병들
게 한다. 병든 문화를 호흡하는 인간 또한  뒤틀린 문화가 뿌려대는 바이러스의 세
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인간은 인간에 대해  '이리'지만, 문
화는 그 자체로도 인간에 대해 무서운 이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문화가
숨쉬는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때로는 소유의  이름으로, 때로는 즐김의
대상으로, 때로는 속박의 굴레 속에서…. 그러다가는 인간은  종내 고통스런 뫼비우
스띠에 갇히고 만다.
인간은 과연 이 환영(幻影)의 미로를 탈출해 마침내 '해방'될 수 있는가? 이 전시는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던진다. 그것은  다름아닌 인간의 욕망에 대한 해명이기
도 하다.
  해방 이후 쏟아져 나온 숱한 시각문화 현상들이 순수미술과  어떻게 접목되는가?
이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를 설명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 한 부분은  사진이나 영화, 만화, 광고 등에  의해 채워져
왔다. 그 뿐인가? 아스라한 추억의 창고 속에 묻힌 이발소 그림도, '구리무' 광고도
문화라는 큰 틀 속에 들어 앉아 있었다. 다만, 그것들은 일상 속에서 의미있는 부분
이기는 할지언정 미술이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는 언급되는 것을 꺼려 왔던 것이다.
  교과서처럼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미술은 작가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상상력이 발
휘된 순수한 예술작품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거나 아예 미술과는 무관하고 저급한 생산물로 취급
되었다. 이 전시는 시각문화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갖가지 이미지 혹은 산물(産物)
에 대한 복권을 꾀한다. 예술로서의 자율성을 갖는 미술과 사회 현상으로서의 시각
문화가 화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전시는 기존의 미술에
대한 미학 차원의 전개가 아닌, 사회학에서 논의되는 관점, 다시  말해 사회성의 의
미에 대해 촛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한 촛점 맞추기는 미술에 대해 근거있는 '
경기(驚氣)'를 숨기지 못하는 대중들의 정서를 감안하면서  긴밀한(친밀한?) 접근을
의도하는 것이다.
  이 전시의 내용상 주제는 일상과 예술 그리고 역사다. 미술과 시각문화가 일상을
날줄로, 역사를 씨줄로  삼아 재조명됨으로써 대중들에게  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결국 미술의 해석을 새롭게 함으로써 대중과 미술 사이의 거리를
좁혀 공감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자는 기획 의도가 있는 것이다.
  전시는 해방 당시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문화  현상들로 구
성된 9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1945-1950년 사이   '해방공간의 미술',
1950-1960년대 '전쟁과 가난의 문화', 1950년대 '실존주의와 앙포르멜',  1960년대 '
패션과 도상으로서의 인물', 1970년대 '권력의 이미지와 계몽의 미술', 1970-1980년
대 '반항과 억압의 그늘', 1970년대 '산업화와 슬로건 문화 속의  순수주의', 1980년
대 '민중과 민주주의 시대', 1990년대 '1997년 오늘의 문화' 등의 주제가 각 시대의
사회사를 반영하는 시각문화의 여러 방식을 통해 보여지게 된다.
  각 시대별로 순수 미술작품은 물론 사진과 광고, 인쇄출판물, 만화 등이 전시되며
이들 시각문화가 같은 시기의 미술 양식 및 내용 변화와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 보
여준다. 아울러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사이사이 마다 사진,  만화, 영화, 건축, 패션
광고, 도서 등을 삽입하여 각 시기에 유행했던  특정 분야의 문화 생산물들을 통합
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전시의 미덕은 일상의 침전물로 굳어진 역사를 시각의 문화를  통해 회고하면
서 손상된 삶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데 있다.  그 재생은 단순히 기계처럼 되살려지
는 것이 아니라,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의  영역이 우리의 애옥살이 삶의 곁
에 끌어당겨져 살며시 포개지는 되살리기인 것이다. 전시장에 펼쳐질 그 생생한 이
미지의 현장은 우리로 하여금 사뭇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
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담겨 유쾌하게 소용돌이치는 너른 바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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