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ellul (과바르트) 날 짜 (Date): 1997년08월22일(금) 22시38분23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광주비엔날레-지금의 속도는 적당� 번호:6/11 등록일시:97/08/02 08:04 길이:54줄 제 목 : 지금의 속도는 적당한가? >>> 가장 빠른 것도 가장 느린 것이 될 수 있다 <<< '97광주비엔날레의 주제 '지구의 여백'에 따르는 다섯개 소주제는, 이것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한 '범주'에 가깝다. 다섯개의 소주제가 현대사 회를 포함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다섯개의 개념적 잣대를 가지고 현대사회를 바라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임의적인 것이다. 다만 전시기획자가 이러이러한 개념들이 현대사회를 살펴보는데 편리하니까, 임시로 갖다 붙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섯개의 소주제에 덧붙는 오행의 개념, 즉 물, 불, 나무, 쇠, 흙도 다섯 개 소주제와 정확한 논리적인 상관관계를 갖지는 않는다. 오행의 각 요소들이 성질 상 다섯 개 개념들에 비교적 가깝게 접근하는 것끼리 짝을 지었다. 속도(시간)는 공 간과 함께 이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시간이라 는 개념이 들어 있다. 우리가 사는데에도, 돌이 퇴화하는 데에도, 우주가 생기고 없 어지는 화이트홀과 블랙홀에도 행성이나 빛을 빨아들여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시간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곳에는 굉장한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을텐데, 이 집중된 에너지의 상태가 오행에서는 바로 물의 성질을 닮았다. '속도/물'을 맡은 커미셔너 하랄드 제만은 스위스 사람으로 유럽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기획자 다. 파리에서 미술사와 고고학, 신문학을 전공한 그는 60년대 최연소의 나이(33년 생)로 베른미술관의 디렉터를 맡았고, 그 무렵부터 현대미술의 여러부분에 걸쳐 중 요한 전시들을 많이 기획했다. 특히 72년에 카셀도큐멘타 전시기획자가 되어 카셀 도큐멘타를 일약 세계 정상의 미술 이벤트로 만들어 놓았으며, 80년에 베니스비엔 날레에서 청년작가전을, 94년에는 파리 퐁피두센타에서 20세기가 낳은 거장 요셉보 이스전을 기획했다. 한편 그는 지금 열리고 있는 프랑스 리용비엔날레의 전시기획 자이기도 하며, '97광주비엔날레 본전시의 다섯명 커미셔너 중 가장 경륜 높은 사람 이다. 그런 경력자 답게 그는 광주에 왔을때, 계류와 정자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이조 정원 소쇄원을 보고 단박에 한국(동양)과 서양의 사물을 보는 각도의 차이를 알아버렸다. 서양그림의 고전적인 원리중 하나이자 해부학자 겸 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람의 눈을 중심점으로 하는 원근법을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의 전통 화 법은 대상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여러가지 시각을 도입한다. 하늘에 떠서 본 가상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있는 장면도 그리고, 그냥 비워놓고 보는 사람에게 상상의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소쇄원의 배치를 찍은 목 판화가 있는데, 이것 역시 물을 중심으로 정자와 사람의 모습이 비치고, 또 이것을 하늘에서 본 그림이다. 이것과 다빈치의 그림이 '속도/물' 전시장 맨 앞에 자그맣게 대비되어 걸린다. 핵과 전쟁무기와 같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현대과학을 부정하 고 오랜동안 인류의 사고방식이었던 신비주의나 자연주의 같은 전통에 뿌리를 둔 예술에서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외쳤던 요셉보이스의 작품도 들어온 다. 피필로티 리스트는 어려서부터 텔레비젼을 보고 자란 세대 답게 비디오작업을 하고있는데, 얼마전에 천천히 자신의 작은 성기를 흔드는 남자 누드를 찍은 '야한' 여성작가로, 이번에 자신이 직접 노란 비키니를 입고 바닷속을 수영하는 장면으로 천한것과 고귀한것, 광대짓과 애무소리와 소음이 뒤섞인 역동적인 상황을 연출해내 는 '나의 대양을마셔라'를 내놓는다. 여성작가 잉게보르그 뤼셔는 남자의 오줌줄기 가 날아가는 장면을 통해 어떤 우주의 이미지를 표현해내고 있다는 '날아가는 물' 을, 참여작가중 가장 유명한 작가중의 한사람인 빌 비올라는 강렬한 물과 불의 이 미지가 사람을 감싸는 '교차'를, 역시 유명작가군에 드는 게리 힐은 시간의 흐름속 에서 빛과 이미지, 표상의 반복을 보여주는 '탐조등'을 내놓는다.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할 세르지 스피쳐의 '현실모델'은 30평 정도의 긴 방 천장에 10개의 테니스공 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다님으로써, 경기장을 나와 전시장에 들어온 공이 눈에 보 이는 속도를 연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벤 보티에, 팽맹보, 이브 클라인, 라이너 가날, 한국의 임충섭, 프란츠 게르쉬, 스텐 더글라스, 니엘 트로니 같은 비중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하랄드 제만은 관객들이 속도 /물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각화 되는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상태로 드러나는지 를, 거창한 예술지식을 떠나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는지를 느껴보기를 원한다. 여기 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사람들의 아침 출근길 은 왜 그렇게 바빠야 하는지. 인터넷과 빠른 교통수단들은 정말 우리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주는지. 쉬엄쉬엄 생각하면서 길을 걷거나 명상을 하는 것은 쓸모 없는짓인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