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golfer (진정한골퍼맧) 날 짜 (Date): 1998년03월09일(월) 05시10분40초 ROK 제 목(Title): [잡담] 내가 그림을 볼때.... 내가 아는 사람은 한때 판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에서 한 자리 해먹으려면 아무래도 페인팅을 해야 한다며, 그쪽에 더 주력하고 있지만.... 하긴 대개의 시간을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빼앗기 니, 뭐 주력해도 일년에 두세 번 개인전하기가 아주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판화하던 시절에 한 15/30 에서 30/30 까지 보여주면 그 중 괜찮은 걸 골랐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나의 주된 관심사는 다음과 같 은 것이었다. 1. '색깔'이 넥타이로 만들어서 걸만한 것 인가? 2. 제목이나 작품의 주제에서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티'가 나는가? 3. (판화인 경우) 번짐, 우연의 효과, 그리고 기본적으로 몇판 찍은 건지 등등 '기교'가 꽤 어려운 것인가? 이 세가지 였다. 좀 하찮은 미학인 것 같지만, 적어놓고 보니 그래도 따질 건 따지는 편이었던 것 같다. 시카고의 아트 인스티튜트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 에 갔을 땐, 엄청나게 비싼 그림을 보고있다는 야릇한 흥분을 느꼈었 다. 그 주인공들은 쇠라(Seurat)의 '그랑쟈트섬에서의 일요일의 오후', 후진 위싱턴 디씨의 국립미술관에서 어렵게 찾아낸 세잔, 그리고 한 개밖에 못본 고호의 '밀밭', 그리고 우리의 호프, 모네의 그림들이었 다.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모네 '해뜨는 인상' 옆에 있는(!) 그림('양산 쓴 여자'였던 걸로 기억)을 손 끝으로 만져본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해뜨는 인상은 유리장안에 있었음, 위대한 건 왜 유리장에 넣 어야하는 지를 실증해 보였으므로 불만 없음). 쇠라의 그림도 아주 가까이는 못가게 해놨지만, 그 색점들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 사실은 돈으로 매기면 욕먹을 인류의 예술품을 보고, 그 희귀함을 느 끼는 것에 더 감상이 컸던 것 같다. 처음 가본 도시에서 자고난 다음 날엔 꼭 미술관에 달려가는 이유는 이러한 포만감 때문이었다. 대개 의 경우, 학회 때문에 혼자 방문하는 낯선 도시에서 챙겨야 하는 건, 비싼 그림과 식당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미국의 미술관엔 그다지 많 은 비싼 그림이 없으므로, 찾아내는 것도 기술이지만) 그 결과, 1번 조항에선, 검푸른 색을 선호하게 되고, 2번에선 인생의 허무를 찾게되고, 3번에선 자연스런 움직임을 바라게 되었다. 언젠가 백상기념관에서 유화로 동양화를 그린 걸 봤는데 혐오스러웠다. 프린 터로 뽑은 신문기사로 네가티브를 만들어서 리도그래프한 것도 봤는 데 기분나빴다. 정물화를 들고있는 목조 손 조각은 좋았다. 정물화 자체가 보기 좋은 것이었고, 나무가 향나무 원목 (꽤 비쌈 :-)) 이었 던 걸로 기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