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RFM (new wind) 날 짜 (Date): 2001년 8월 12일 일요일 오후 09시 18분 21초 제 목(Title): 인문환경 제가 다니는 연구원의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연구결과가 나옵니다. 요즈음은 여러 가지 일로 바쁘군요. ********************************************************************************* 1년 동안 박사 1인당 수행하는 권장 과제 수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과제 1개, 수탁과제 1∼2개, 정책과제 1개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정도의 과제라면 연구의 질을 높이면서 자기개발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연구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과제를 많이 하는 것을 권장하는 듯합니다. 일부 직원(행정지원과 포함)들은 과제수 지상주의를 주장하며 대안이 없음을 공개 혹은 비공개석상에서 강조합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10개 과제를 수행한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 연구원에 10개 이상의 과제를 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근을 당연한 듯이 하고 밤샘도 자주 합니다. 연구원에서 이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수탁과제를 많이 해서 연구원 자산도 늘려주고, 대외적으로 우리 연구원의 실적도 올려주고 해서 상당히 좋게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몸바쳐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지요. 개인적으로도 짧은 시간(1년)안에 상당한 실적을 올려 이력서 쓸 때 도움이 되고 연구장려금(인센티브)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평생 일한다고 가정하면 몸이 성할 수가 없습니다. 연구라는 일이 주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병원에 한 두 번 입원하지 않으면 안될 겁니다. 물론 가족을 돌 볼 시간도 없고요. 돈을 벌어주는 것과 겨우 주말에 짬을 내어 가까운 곳에 놀러가는 것으로 가족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게 전부일 겁니다. 기획조정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를 격려하고 치하해 주어야 합니까? 다른 연구원들도 그를 본받아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합니까? 모든 연구원들이 밤늦게까지 집에도 못 가고 불 밝혀 일하는 것을 보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실 생각입니까?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단란하게 한 잔 사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공무원들 야근 많이 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공무원들에 대해 만족합니까? 선진국 사례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선진국에서도 우리처럼 밤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일합니까? 물론 그들 중에도 일벌레는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적인 근무시간을 마친 후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냅니다. 가족들에 대한 투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정상을 표준으로 만드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일 너무 많이 하려는 사람 말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노고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만 해 주면 되지 칭찬하고 권장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과제수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도 권장 근무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출입증카드로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겠다는 발상도 상당히 관료적입니다. 행정업무가 많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입니다. 연구원들에 대한 평가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하면 권장 과제수 이내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과거 1년 혹은 2년 동안 수행한 과제 중에서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과제 3개에 대해 외부심의위원과 내부심의위원들이 평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과제의 활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한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연구질을 중요시 여기는 평가방법입니다. 이제 기존의 고리타분한 연구원 운영방식을 탈피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