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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RFM (new wind)
날 짜 (Date): 2001년 7월  9일 월요일 오전 09시 28분 29초
제 목(Title): 패스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패스'가 아닐까 한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조건 1:1 돌파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1:1 대결은 팀 플레이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결정적인 찬스가 
아닐 경우 피해야 하는 방법이다. 

나는 별로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푸른 잔디에서 뛰고 싶은 욕구에서 유학을 
가서 뒤늦게 축구를 한 동안 즐겼었다. 한인 유학생 중 축구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있어서 유학생 축구팀이 2년 이상 지속했을 정도로 꽤 
활성화되었었다. 맨 처음 축구를 할 때 전후반 20분 경기를 소화해 내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터어키 유학생들과의 첫 번째 국제전에서 13:1 로 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1점도 터어키 팀이 봐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우리는 공을 잡으면 무조건 1:1 대결을 펼쳐서 초반부터 기진맥진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다가 매주 한 번씩 자체적으로 시합을 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섞여서 시합을 하면서 느낀 것이 팀 플레이의 중요성이었다. 

우리는 패스를 할 줄 몰랐고 뒤를 돌아볼 줄 몰랐던 것이다. 축구는 
공간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우리는 자기 앞에 있는 상대의 얼굴만 
보았던 것이다. 전술이란 공간활용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한 번은 
스페인 친구가 우리와 함께 뛰었는데 축구를 하면서 그가 한국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그는 연신 이 말을 외치면 뛰어 다니고 있었다. 한국팀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앞으로-" 였던 것이다. 그는 뒤에 있으면서도 
"앞으로-"라고 말하면서 자기에서 공을 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학창시설 축구의 전술이나 팀 플레이에 대해서 거의 배우지 않았다. 
축구선수들만 축구의 전술과 기술을 알고 있었지 일반 학생들은 단지 공을 차고 
놀았을 뿐이다. 축구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우리는 옆으로 패스를 
하고 뒤도 돌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수준에 
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축구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신나게 달리고 같은 
팀끼리 서로 도우며 게임을 하는 것이 축구였다. 이기든 지든 별 문제가 되지 
않고 팀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대 중국전 7:1, 대 싱가포르전 5:0, 대 일본전 11:2, 대 홍콩 전 3:0, 대 
이란전 5:4 등이 우리가 거둔 국제전에서의 수확이었다. 물론 영국의 
동네축구팀(중고등학생)이나 Pub(술집 손님)팀 등과 여러차례 시합을 해서 이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었다. 갈고 닦은 실력을 밑바탕으로 우리는 터어키 팀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유럽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요구가 팀 내부에서 나왔던 
것이다. 

화창한 여름날 우리는 터어키와 시합을 다시 가졌다. 결과는 4:1패 하지만 
전반전은 1:1로 동점상황을 연출하여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져도 기분이 
좋은 시합이었다. 터어키에는 축구클럽에서 뛰던 친구들도 두 명이나 있었고 
축구열기가 영국 못지 않은 나라였다. 축구하다가 무릎을 다쳐 한 6개월 동안 
시합 후 2-3일을 약간 절면서 걸어야 했으면서도 매주 주말 축구를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목표(goal)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하는데 우리는 같이 갈 줄 모르는 
것 같다. 분야별로 서로 비난하면서 각기 목표를 향해서 가니 무엇을 해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패스는 매우 간단한 기술이지만 가장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자기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상대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수단이 패스이다. 대안은 1:1 대결이 아니라 패스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진다. 
1:1에 집착해서 순간적으로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합을 
이긴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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