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RFM (new wind) 날 짜 (Date): 2000년 1월 21일 금요일 오전 09시 34분 14초 제 목(Title): Re: 경희대학교 지난 토요일 오후 경희대 천문과학관 뒤쪽 등산로를 출발점으로 하여 신갈저수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갔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갈저수지까지 가지 못했다. 낮은 야산을 몇 개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눈앞에 보이는 신갈저수지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등산로가 저수지를 중심으로 약간 우회되어 있었다. 낮은 산을 두개 정도 더 넘어야 신갈저수지와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산은 더 험해지고 임신 중인 아내가 피곤해 하는 것 같아 후일을 기약하며 아쉽게도 돌아오고 말았다. 우리가 걸었던 그 등산로는 용인과 수원의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수원 쪽으로 영통지역과 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용인 쪽으로는 삼성 반도체 공장과 아파트 단지가 흉하게 난립해 있다. 실제로 그 등산로를 중심으로 한 야산 축을 제외하면 난개발로 인해 상당히 훼손되어 있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회색 건물들은 결코 유쾌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등산로를 따라 펼쳐져 있던 낙엽 쿠션과 드문드문 보이던 밤송이들이 한결 정겨웠던 산책이었다. 도시 한 가운데인데도 불구하고 공기가 비교적 깨끗하여 크게 호흡할 수 있었다. 산책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였고 산책로도 깨끗하여 적절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산책도중 만난 사람은 아저씨 한 사람 뿐이어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한번 찾아가 볼 생각이다. 다음은 아내가 적은 경희대 등산로 탐방 후기임. ------------------------------------------------------------------- 우리가 멈춘 곳은 천문과학관 계단 앞이었다. 이를 둘러싸고 있는 야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토요일 오후 3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야트막한 산이 서 너개가 펼쳐지고 있었다. 오솔길이 나 있고 등산로란 팻말이 가끔씩 헷갈릴만한 장소에 매달려 있었다.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다. 오솔길 주위로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 밤나무 등이 낮은 산에 어울리게 그다지 굵지 않게 자라고 있었다. 조금 힘들라치니 벤치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산의 정상에서. 그 다음 산도 아주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쯤일까, 야호를 외쳤다. 그러나 메아리는 없었다. 주위가 낮은 산일뿐만 아니라 사방이 도시로 나의 메아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좀 더 가니 향방훈련장이 있었다. 여러 가지 시설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고 통나무 구조물을 보아하니 오래된 것 같지 않다. 산에 오르면서 등산객도 간간이 운동할 수 있는 점은 좋으나 더 이상의 시설이 세워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계속 걸어갔다. 방향이 꺾이고 있었다. 바로 산 아래 테니스 코트장이랑 아파트가 보였다. 여기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무슨 반도체 공장이었다. 옛날에는 부지가 그다지 비싸지 않았을테고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공장설립에 안성마춤이었겠지. 연기가 굴뚝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역시 더 이상의 파헤침은 없기를... 그 다음은 가파랐다. 겨울이라 언 땅이 잠시 햇살에 녹은 뒤라 미끄러웠다. 조금만 가면 산을 모두 넘어 저수지가 보일 것 같은데, 겨울해는 짧아지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늦게 오른 탓에. 다음엔 서둘러 올라서 차근차근 이 겨울나무의 숨소리에, 말장난에 귀기울여 주리라. 또한 까치들의 뚱뚱한 몸짓에도 눈길을 보내주리라. 나름대로 생각컨데 내려오는 방향은 서쪽을 바라보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던 길을 되돌아올 때 비쳐주던 저녁해는 겨울나무의 앙상함에 따스한 옷을 입혀주며 우리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한시간 남짓 걸린 등산아닌 산책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주고 시원하게 만들고 행복함을 주며 얼마나 포근하고 안정이 되는지 그 기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자연에게 항상 감사하며 작은 관심을 잊지말고 나타내는 것 그럼 그들도 알리라, 인간을 더더욱 사랑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