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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ucationLearning ] in KIDS
글 쓴 이(By): ondine ()
날 짜 (Date): 2003년 1월 28일 화요일 오전 01시 05분 01초
제 목(Title): 경험


한달여쯤 전에 길을 지나다가 봉변을 당했었다.
아이와 나, 친정엄마가 모두 아파서 직장에 연가를 낸 날이었다.
약국에 들렀다가 나와 바로 옆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문득 그 앞에 있는 제과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내 머리위로 그 건물이 쏟아지는 듯 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랬다.   

건물 2층의 낡은 창문이 통째로 내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란 걸 안 순간
나는 내 머리가 어떻게 되었을 지 따위는 정말 생각나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유모차를 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리창이 머리위로 떨어져 완전히 박살이 나고 나는 창틀을 뒤집어 쓴 채 
였지만
나의 관심은 온통 유모차에 있을 뿐이었다.
내 아기.
내 아기.
우리 혜연이.....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누군가가 나를 아이에게서 떼어내어 어디론가 끌고 갔는데
나는 우리애기. 우리애기.만 연신 불러대며 안간힘을 썼다.
아기도 함께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 누군가가 이끄는데로 따라가기 
시작했는데
조금 전에 나왔던 약국 2층의 병원에 도착해서야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행히 아기는 아무데도 다치지 않았다.
의사는 내 머리카락을 뒤져 몇개의 유리조각을 빼내고 엑스레이를 찍더니
씨티를 찍으러 다른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아이는 그때까지 놀래서 울음을 그치지 않은 상태였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20개월짜리에게는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였을게다.

그 상태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집에 다른 식구는 없었다.
나는 아기를 친정엄마가 계신 집에다 데려다 놓고 오기로 했다.

다시 유모차를 끌고 그 몰골-풀어헤쳐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눈물이 그렁한 채 놀래서 새하얗게 된-로 집으로 갔다. 
아이를 내려놓고는 엄마에게는 심드렁하게 사건을 줄여 말하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씨티를 찍은 병원에 가서야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근하고 곧장 병원에 오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듣는 남편은 더 심드렁하게 반응을 보인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단다.

아참. 아까 나를 병원으로 맨처음 끌고 가서 그때까지 줄곧 내 옆에 있었던 
아줌마가
있었는데 바로 창문이 떨어진 그 상점 주인이었다.
씨티를 찍으러 가서도 나보다 더 떨고 있었다.

이전에 하고 있던 장사가 잘 안되서 업종을 바꾸어
그 다음날 오픈일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단다.

-액땜하셨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아줌마를 위로했다.

사실 나는 우리 아기가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상태였기 때문에
마음에 좀 여유가 있는 듯 했다.

.........

결국 사건은 큰 탈 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유리조각 몇개를 제거한 것과 얼마간 두통에 시달린 외에 다른 이상은 없었다.

아마 교통사고를 당해본 사람은 그 충격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기분 나쁜 경험이었지만 
내게는 그 전보다는 더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경험이 된 것 같다.



내가 오늘 길을 걷다가 그렇게도 죽을 수가 있는거구나.
막연한 상상과 경험.은 엄청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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