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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Konzert ()
날 짜 (Date): 1999년 6월 30일 수요일 오후 09시 42분 20초
제 목(Title): [세계의 교육개혁]5.텃새보다는 철새를


중앙일보


[세계의 교육개혁] 5. 텃새보다는 철새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교수는 37명. 이 가운데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미 전역의 다른 대학과
 유럽.캐나다 등 외국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모교 출신 교수 역시 다른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최근 옮겨왔다.
 교수를 채용할 때 타대학 출신 우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생명은 학문의 발전에 있고, 학문의
 바탕은 창의력이며, 그것은 새 바람.새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 

 저널리즘 스쿨의 진슈 자오 교수는
 지도교수로부터 물려받은 이론과 사상을 다음
 제자에게 전달하는 '동종교배 (同種交配)' 의
 반복으로는 학문적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같은 교수, 같은 학풍에서 곱게 길러진 순종은
 약하며, 이종 (異種) 들이 섞여 서로 살을
 부대껴야만 진정한 의미의 학문 경쟁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하버드.스탠퍼드.버클리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에서는 학위 취득과 함께 모교의 교수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불문율이 정착된지 오래다.
 미국의 대학 교수들은 더 나은 연구환경과
 행.재정적 지원을 좇아 활발하게 자리를 옮긴다.

 '어느 대학 교수' 라는 타이틀보다 '어떤 분야의
 권위자' 라는 사실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학간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반대로 연구실적이 없는 교수는 냉혹히 도태된다.

 인도불교학 권위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쇼펜
 교수는 최근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에서
 스탠퍼드대로 연구실을 옮겼다.
 텍사스대와 UCLA도 스카우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고액의 연구기금과 연봉을 제시한
 스탠퍼드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미국의 경우 학위 외에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풍조에 따라 교수들이 캠퍼스를 떠나 실리콘 밸리
 등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한 뒤 수년만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텃새처럼 한자리에 머물러 텃세부리기를
 거부하는 현상은 학생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 전과를 하거나 대학을
 바꾸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

 버클리대 4학년 킴벌리 노이스 (22.여) 는 1학년을
 마치고 전공을 환경공학에서 자원관리학으로
 바꾸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보고 선택한 환경공학이었지만
 다니다보니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카운슬러와의 면담을 통해 새로운 학문에
 도전한 그녀는 현재의 전공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다.

 버클리대의 경우 이처럼 전과를 하거나 대학을
 옮겨다니는 바람에 4년 이상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 (97/98학년도)에
 이른다.
 전년도에 비해 4%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2년제 전문대학 격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하버드 등 명문대로의 편입도 비교적 자유롭다.

 CCC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는 모두
 1백7개로 재학생 수가 1백70만명 (96/97학년도) 을
 넘는다.
 입학 자격은 캘리포니아주 거주자로 고교
 졸업생이나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으면 된다.

 CCC에서 최소 34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대학으로
 편입 자격을 얻는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아야하지만 매년 5만명 이상의 CCC 졸업생들이
 UCLA를 비롯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고 있다.
 UCLA의 경우 전체학생의 30%를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 정원으로 별도 편성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것은 신입생 전체의 잡종성 (?) 이다.

 지역별.학교별.인종별.가정환경 별로 다양하게
 섞이도록 노력한다.
 하버드대 학부의 경우 특정 고교 졸업생이 절대로
 20명을 넘지 못하게 하며, 부모의 소득수준도
 최상류층에서 하류층까지 고루 반영되도록 한다.

 특정지역.특정학교.특정환경 출신이 너무 많으면
 거기서 성장하는 학생들이 균형감각을 지니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명문대의 경우 같은 전공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따내지 못하도록 제도화해 놓았다.

 현재 미국의 석학들이나 행세깨나 하는 명사들의
 이력서를 보면 대부분 2~3개 대학을 거친 것으로
 돼 있다.
 미국 대통령 클린턴만 하더라도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쳐
 다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부통령 고어도 하버드대에 이어 밴더빌트대에서
 공부했다.
 유럽의 대학사회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경험 축적을 위해, 혹은 자기계발에 보다
 유리한 곳을 찾아 다른 대학으로, 다른
 대학원으로 떠나는 현상은 일반화돼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교환교수.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한
 다.
 파리 3대학 사회학과 3학년 잔마리 라로스 (21.여) 는
 지난 한햇동안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15학점을
 이수했다.

 어학연수를 겸해 전공수업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외국문학 등 특정 학과의 경우 해당 국가
 대학에서의 학점 이수를 의무화하는 경우도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한번 대학이면 영원한
 대학' 이 되는 기현상은 없는 것이다.

 시리즈취재팀

 ▶국제부 = 김동균 (팀장) , 이철호, 최형규, 이훈범,
 김현기 기자
 ▶특파원 = 김석환 (모스크바) , 배명복 (파리) ,
 신중돈 (뉴욕) , 김종수 (워싱턴) , 오영환. 남윤호
 (도쿄) , 유상철 (베이징) , 진세근 (홍콩)
 기자▶해외취재 = 민병관, 권영민, 이상일, 이규연,
 강서규, 정선구, 예영준 기자▶사회부 교육팀 =
 오대영, 강홍준 기자

 입력시간 1999년6월10일 20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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