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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ucationLearning ] in KIDS
글 쓴 이(By): inst (타마라)
날 짜 (Date): 1998년 6월 21일 일요일 오후 10시 11분 46초
제 목(Title): ..


게임이라고요?
수업이에요 
서울 남대문중학교의 즐거운 모둠수업…실력도,
우정도 쑥쑥 

                                    (사진/모둠수업은 일방향, 주입식이라는 
강의식
                                    수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성적에 따라 생기는 아이들의 계층도 
모둠수업을
                                    하다 보면 사라진다.) 

                                    서울 장위동 남대문중학교. 국어수업을
                                    앞둔 2학년 교실이 소란스럽다. 나란히
                                    놓여 있는 책상을 돌려 네개씩 짝을
                                    맞추고 몇몇 아이들은 의자를 들고 와
                                    마주보게 놓인 책상 4개의 한쪽 귀퉁이에
앉는다. 교실의 아이들은 순식간에 8개조로 나뉜다. 1개조 5명이 2주일간
한시간 동안 진행될 모둠수업에서 운명을 같이할 동지들이다. 2주일마다
실시하는 평가 결과에 따라 1명씩 다른 모둠으로 차출당하기 때문이다.
차출제도는 모둠별로 실력차가 생기면 수업 성취 정도에 우열이 생길 것을
걱정한 신근호(38) 선생님의 아이디어다. 평가에서 꼴찌한 모둠부터 거꾸로
다른 모둠에서 동료를 한명씩 차출할 수 있도록 해,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자연스럽게 섞여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신 교사의 모둠수업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다. 수업 중간중간
‘동그라미-가위’ ‘더하기-나누기’ ‘나를 뽑아 줘’ ‘엉뚱 문제’ 등을
쉴새없이 실시한다. 손으로 큰 동그라미와 가위로 답하는 게임은 선생님의
단답형 질문에 답을 표시하는 게임이다. 답이 맞는지 아닌지 가리기 위해
아이들은 모둠별로 머리를 맞댄다.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도 복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효과가 있다. 

‘더하기-나누기’는 주관식 문제를 푸는 데 이용된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각 모둠의 머리는 손가락으로 0에서 5까지의 숫자를 표시한다. 더하기
도우미가 나서 숫자를 합산한 뒤 전체 모둠 숫자인 8로 나눠 몫은 배점이 되고
나머지는 문제를 푸는 모둠을 결정한다. 

아이들이 가장 긴장하는 것은 ‘나를 뽑아 줘’ 게임. 단원을 시작하거나
끝낼 때 선생님의 “나를 뽑아 줘”라는 구호에 맞춰 아이들은 각자 암호를
정하고 이를 공개한다. 각 모둠을 두개씩 짝을 지어 상대 모둠에서 밝힌 암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그 암호의 소지자가 문제를 푸는 ‘특수요원’이
되는 것이다.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친구를 고르기 위해 머리를 짜내기도
하지만, 때때로 자신있는 모둠은 암호를 공개하면서 그 소지자가 누군지
공개해 상대 모둠의 기를 죽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8명의 ‘특수요원’을
선발하면 선생님은 모두 4개의 질문을 낸다. 이 가운데 절반은 누가 빨리
손드느냐에 따라 문제를 푸는 학생이 결정되고 나머지 절반은
동그라미-가위로 정답자를 가른다. 옆 아이의 정답을 커닝하기 쉬운
동그라미-가위에 절반을 할애한 것은 행여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이
친구들에게 소외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선생님의 배려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에는 ‘엉뚱 문제’도 있다. 문제는 “큰바위
얼굴에서 왜 어니스트는 호텔에 들르지 않고 곧장 자신의 집으로
갔을까?”라는 식이다. 물론 정답은 “호텔에 묵을 돈이 없어서” 따위가
된다. 

주변에서 수업시간이 “너무 시끄러운 것 아니냐” “그래서 공부가
되느냐” 등의 비판도 하지만 신 교사는 모둠수업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강의식 수업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질문에 답하게 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소외당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음을 신 교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기초에 ‘모둠머리’를 자원받았습니다. 물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지원했지요. 그러나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인데 벌써 모둠머리가 의미가
없어졌어요.” 아이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하고 있는데 조금 시끄럽고
어수선하다고 모둠수업을 포기할 수 있냐는 것이다. 

“실력향상도 향상이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아이들간에 계층이
사라진다는 거예요. 엉뚱 문제 같은 경우는 모범생들보다 조금 덜렁대는
아이들이 더 잘 맞추지요. 정답을 알아내기 위해 아이들이 서로 나누는
설전도 뒷날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일 테고요.” 

오늘도 신 교사의 국어수업은 아이들의 커다란 몸짓과 정답을 따지는
토론으로 시끄럽다. 

윤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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