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27일 금요일 오후 05시 18분 05초 제 목(Title): 뉴스/김대중,마하티르 아시아적가치논쟁 DJ-마하티르‘아시아적 가치’논쟁 개방이냐 독자노선이냐? 김대중대통령의 「아시아 데뷔」가 11월19일 홍콩 방문으로 끝났다. 한-중정상회담(11월12일)과 제6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11월17∼18일) 참석이 골자를 이룬 이번 외교활동은 김대통령 외교 노선이 APEC 회원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본격 무대였다. 게다가 이번 APEC회의는 개최지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였다는 점에서 기본 의제 이외의 한가지 「장외 사안」이 크게 부각됐다.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 총리에 도전했다가 부패와 동성애 혐의로 구속된 이브라힘 안와르 전부총리를 미국이 공개적으로 지지, 「미국의 패권주의에 적대적인」 마하티르총리에 대해 역으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란으로 발전됐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APEC 일정에 맞춘 최근호에서 「시련의 말레이시아」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마하티르와 안와르 사이의 갈등을 자세히 보도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안와르는 옥중 인터뷰를 통해 『그(마하티르)의 리더십에 대한 내 생각은 그가 권력에 중독돼 합리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붕괴한다는 사실을 그가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비극』이라고 마하티르를 혹독하게 비판했는데, 이같은 국내 정치상황이 곧바로 미국이 마하티르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1월15일 안와르의 부인 아지자 이스마일을 만나 『안와르는 훌륭한 지도자이다. 그는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장외 공세」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 마하티르 총리는 11월15일 기조연설에서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처방을 그대로 놓아두기 바란다』면서 『처방이 잘못됐다면 우리가 대가를 치를 것이고, 성공하면 세계가 우리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예의 독자노선을 재차 표명했다. 라피다 아지르 무역장관 역시 『나는 미국을 방문할 경우 스타검사를 만나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의문점을 묻겠다』고 반격에 나섰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런 정황이 김대중대통령과 마하티르 총리 사이의 차이점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사실이다. 사실 APEC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이전부터 이번 APEC에서 두 지도자의 노선 차이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의제들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한 고위관료실무회의(SOM)에서도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두 지도자의 철학적 견해차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마하티르로서는 말레이시아 민주화운동의 기수로 안와르가 부각되는 와중에, 그같은 이력을 가진 김대통령의 방문이 껄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정황은 안와르의 「타임」지 인터뷰에서도 극명하게 표출됐다. 그는 『마하티르가 한국 전두환전대통령의 구속을 지극히 싫어했다』면서 『마하티르는 그같은 행동(구속)이 「국가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씨가 말한 것을 들어 알고 있으며, 비슷한 감정이 수하르토의 몰락과 관련해 표출됐다』고 말했다. 마하티르와 안와르의 이같은 대립은 지난 94년 당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싱가포르의 리콴유 선임수상이 벌였던 논쟁을 즉각 연상시킨다. 권위있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를 통해 벌어진 당시 지상 논쟁에서, 리콴유는 『서양식 민주주의를 문화가 다른 동아시아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대중이사장은 『동양의 전통사상도 민주주의 이념을 충분히 담고 있다』면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발전이 더딘 것은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 저항 탓』이라고 반박했다.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이 논쟁은 리콴유의 무응답으로 계속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아시아에 경제 위기가 닥치고, 마하티르가 올 10월 일본 방문에서 『헤지펀드(국제투기자본)가 우리 돈을 강탈해 갔다. IMF의 식민지가 되느니 차라리 굶어죽겠다』면서 「마이 웨이」를 선언한 이후 「제2 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콸라룸푸르회의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외교적 대립이었지만, 아시아 특유의 가치 체계에 대한 인식 차이가 그 기저를 형성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하티르는 가족주의 근면 교육열 등의 아시아적 문화 배경과 정부 주도의 개발독재가 아시아에서 「네마리 용」의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아시아적 가치」 옹호론자의 대표격이다. 그런 점에서 마하티르가 서구 자본의 입장에서 「이단아」로 비치는 반면, 한국과 김대통령이 「IMF의 모범생」으로 평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김대통령이 서구 시각에 「모범적」으로 비치는 것은 한국의 무역 자유화와 개방 노선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APEC 기조연설에서도 『아시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자유로운 시장질서를 목표로 추진하는 개혁과 개방일 수밖에 없다』고 마하티르와 정반대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리고 김대통령의 이같은 외교노선은 그의 「보편적 세계주의」와 직결된다. 김대통령은 11월5일 「보편적 세계주의를 위하여」란 한 신문의 창간기념 특별 기고를 통해 『세계적인 문명사적 변화는 지구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보편적 세계주의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면서 『21세기는 자기 민족만이 잘 사는 이기적 자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직 세계와 더불어 한편으로 경쟁하고 한편으로 협력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21세기에 유효한 아시아적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위 기고에서도 김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발전한 유교와, 불교의 인과자비의 정신과 도덕적 규범은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큰 발전을 이룬 자유와 인권의 문제를 보다 심화시켜 나가는 데에 큰 활력과 자극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몰고 온 「아시아적 부패」 혹은 아시아적 경제 행태를 비판하지만, 21세기의 세계주의 이념과 상통하는 아시아의 이념적 가치는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김대통령 노선이 한국의 국익에 얼마나 부합될 것이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11월17일 칠레와의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것으로서는 최초의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일본과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공동보조로 9개 분야(임산물 수산물 에너지 통신 화학 완구 보석 등)의 조기 자유화(EVSL) 및 관세 철폐를 주도하는 등 자유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흐름과 관련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어도 미국의 「슈퍼 301조」나 우루과이라운드(UR)에 따른 쌀 개방처럼, 우리만 피해 보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WTO로 인해 우리 앞문은 이미 다 열려 있다. 다만 품목에 따라 언제 열 것인지 시기만 남은 셈인데, 우리가 개방을 주도함으로써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통상교섭에서 밀리지 않고 동등한 교역 및 투자 조건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APEC에서 김대통령이 헤지펀드(단기성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각 정부의 상시적 감시활동을 제창하거나, 재정확대 금리인하 금융지원의 3대 과제를 선진국에 제시한 것처럼, 개방의 큰 물줄기 속에서도 서구 자본의 「견제」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월2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김대통령은 『각국이 모두 보호주의적 경향만을 고집한다면 경기 회복은 그만큼 어렵고, 세계 각국은 이번에 우리의 확고한 개방 개혁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APEC 정상회의가 열린 이래, APEC은 해마다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격돌하는 힘겨운 싸움터가 돼왔다. 과연 김대통령의 개방 노선이 우월한 것인지, 아니면 마하티르 총리의 독자 노선이 옳은 것인지는 앞으로 양국의 경제 성적표가 평가를 내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APEC 내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말해줄 것이다. 조 용 준 기 자 Copyright(c) 1998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mail.dongailbo.co.kr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