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21일 토요일 오전 08시 26분 12초 제 목(Title): 뉴스+/신경영기법, 지식경영 뜬다 新 경영기법‘지식경영’뜬다 현대 LG 등 대기업 중심 도입 확산 요즘 업계에는 ‘리엔지니어링’ ‘BPR’ ‘지식경영’ 같은 말들이 유행이다. 이들은 기업이 경쟁환경 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제시하는 기법-전략-이론체계로서 기업경영을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들여온 경영기법과 전략이 업계를 풍미하곤 했다. 90년대 들어 눈에 띄는 변화라면 80년대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일본식 경영기법이 퇴조하면서 주로 미국에서 개발한 경영기법이 도입됐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IMF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크게 보아 최근까지 국내 기업들이 도입, 구사한 경영기법-전략은 크레이그 힉맨과 마이클 실버의 표현을 빌린다면 이른바 ‘합리적-과학적 경영’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원리로 한 경영체제는 주로 양적인 측면에 치중된다. 작업효율 제고와 효과적인 대량생산에 주력하고, 기업조직은 수직 위계체제로 구축해 사업과 인력을 관리한다. ‘합리적-과학적 경영’ 패러다임을 개발하고 수출한 장본인은 미국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1910년대 이래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몇십년간 그 과실을 향유했다. 일본도 이 ‘과학적 경영’을 도입, 생산관리 측면에서 발전시켜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와 결합한 ‘품질관리’(QC) 혹은 ‘전사적 품질관리’(TQM) 기법을 개발, 대량생산체제의 효율을 높였다. 생산관리기법은 실상 미국에서 발달한 이론이 일본의 현장에 적용돼 꽃핀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수출시장 개척 이래 70년대와 80년대 전반에 걸쳐 일본의 생산관리기법을 적극 도입, 생산시스템에 적용했다. 그런데 ‘과학적 경영’을 무기로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누리던 미국은 70년대 들어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이익을 늘릴 수 없게 됐다. 대량생산능력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경영기법은 국내외 경쟁기업 누구에게나 상식이 되어 경쟁력의 원천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일부 제조법, 시스템이나 제품의 기술적 우위는 노동생산성 향상에 골몰하는 일본 기업, 심지어는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에 의해 침식당했다. 이후 미국은 경영에서 전략, 특히 시장에서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중시하는 질적 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미국 기업들이 기울인 첫번째 경영혁신 시도는 일본 기업의 약진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일본식 경영을 모방하려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영전문가와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이 회사와 조직원 사이에 강한 일체감을 갖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탁월한 노동생산성을 올린다고 관찰했다. 이로부터 80년대 초 GM이나 IBM, SEARS 같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노동생산성 경쟁에 나서는 전략이 시도됐다. 그러나 ‘기업문화’ 전략은 곧 시들해졌다. 일본식 경영이 미국기업에 적용되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너무 컸던 것이다. 따라서 80년대 중반을 넘기며 미국 기업들은 경영의 ‘혁신’(Innovation)에 초점을 맞춘 새 패러다임을 개발했다. 시장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기업의 조직-활동을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재조직하는 ‘고객만족’(CS) 전략, 고객 요구를 바탕으로 시장 선도기업 혹은 경쟁기업과 자사의 상품-서비스를 질적으로 견주어 경쟁에 대처해 나가는 ‘벤치마킹’(Benchmarking) 전략 등이 잇따라 떠올랐다. 마이클 해머는 기업의 잇따른 경영혁신 활동을 관찰-정리해 90년 ‘리엔지니어링’(혹은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기법으로 이론화했다. ‘리엔지니어링’이란 기업조직의 활동(Process) 전반을 철저히 부가가치 생산 기능 측면에서 재설계(Re-Engineering)하고 기능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부서를 과감히 ‘축소’(Downsizing) 내지 ‘재구축’(Restructuring)해 ‘과학적 경영’ 패러다임 위에 구축했던, 피라미드처럼 비대해진 수직위계와 조직을 바꾸는 기법이다. 리엔지니어링 기법을 활용한 구조조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컨설팅 프로젝트는 미국 업계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에 걸쳐 미국 기업들의 경영혁신을 통해 활발하게 생산된 경영기법-전략들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속속 소개됐다. ‘기업문화’ 전략이 도입돼 일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문화를 경영자원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있었고 ‘고객만족’ 경영기법도 마케팅에 활용됐다. ‘벤치마킹’과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외에 ‘아웃소싱’(Outsourcing), ‘가치경영’(VBM), ‘전사적 자원관리체계’(ERP) 등 다양하고 새로운 경영기법들은 주로 책과 교육훈련, 언론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란 이론소개 정도에 그쳤고, 실제 기업의 경영기법-전략에 널리 반영되지는 못했다. 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새로 개발된 경영기법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현실적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근본적인 경영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그런 준비가 돼있지 않던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경영기법이란 늘 이런저런 이름으로 나오는 생산성 향상기법론 정도로 넘겨졌던 것이다. 최근 국내 업계에 미국식 경영혁신 기법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 배경에는 첫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조직과 활동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 개혁하도록 요구하는 현실, 둘째로 기업의 경쟁환경과 성장전략을 외형 위주로부터 수익성 위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식 경영 패러다임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하는 동시에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미국식 패러다임을 학습하고 그에 적응하는 일은 우리 기업들로서는 사활이 달린 문제가 되는 셈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지식경영’도 미국의 경제학자 F 마크럽이 ‘지식사회’(Knowledge-based Society) 개념을 논한 이래 피터 드러커와 톰 피터스, 앨빈 토플러 등 주로 미국의 석학들이 논의를 출발시킨 경영 패러다임이다. 드러커 등에 따르면 21세기의 세계는 지금까지와는 발전단계를 달리하는 새로운 사회다. 지금 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는 지식사회로 변한다. 그동안 산업사회에서 경쟁력 변수로 가장 중요했던 생산요소는 자본이었다. 하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인간의 창의적-실용적 지식이 자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자본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 퇴조하는 대신 지식은 쉽게 자본을 만들어내며 강력한 수익성의 원천이 된다. ‘지식경영’론은 기업이 조직내 지식을 유력한 자본으로 인식해 체계적으로 창출하고 공유함으로써 경영과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펴야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영’론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LG-EDS시스템이 지난 1월 ‘지식경영 책임자’(CKO·Chief Knowledge Management Officer)를 선임했고 현대정보기술도 뒤를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식경영 도입이 확산되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지식경영’론은 아직 분명한 경영전략이나 기법으로 체계화 되지 못한 상태다. IMF 이전 일찍이 국내에 도입되고도 이론 수준에서만 맴돌던 ‘리엔지니어링’ 패러다임이 이제서야 주목받고 현실에서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지식경영’ 패러다임이 우리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도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곽해선 / SIM컨설팅㈜ 경제교육연구소장 Copyright(c) 1998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mail.dongailbo.co.kr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