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30일 금요일 오전 11시 14분 38초 제 목(Title): 뉴스+/시민사회 뿌리내려야 미래열린다 시민사회 뿌리내려야 미래 열린다 이상적인 제도 이식해도 상호신뢰 없으면 사상누각 21세기의 문턱에 선 지구촌의 곳곳에서 국가와 사회발전의 ‘제3의 길’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위로부터의 길’과 ‘밑으로부터의 길’이 각각 실패한 지점을 넘어서 양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제3의 대안’은 과연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 최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영국을 ‘21세기의 새로운 모범국가’로 만들겠다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적 전통을 결합하는 야심적인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새로운 중도좌파 정당들이 속속 집권하고 유럽의 지식인들이 동참하면서 이들의 ‘현실적 유토피아’는 국제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 맥락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논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73년 브레튼-우즈협정이 깨지면서 국제경제 질서에 변동환율제가 도입되고, 73년과 79년의 두차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스테그플레이션과 재정적자가 쌓여가자 서구의 ‘복지국가’는 시련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80년대의 서구 대중에게는 ‘시장의 자기적응 메카니즘’에 관한 믿음이 급속히 번져갔다. 대처, 레이건, 콜, 나카소네 등 신자유주의를 내건 보수정권의 등장은 이런 배경 하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로써 전후 30년간 진행된 ‘성장과 산업시대의 황금기’(이는 동시에 ‘복지국가와 노동조합의 황금기’이기도 했다)가 깨지면서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라는 사회적 합의도 깨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와 함께 88년을 전후해서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개인주의적-합리주의적-공리주의적 전제를 비판하면서 경제적 합리성과 시장의 균형이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정치학의 공공선택이론(콜만 1992), 경제사의 신제도주의(노스 1990)와 경제이론의 신케인스주의(루커스 1996) 등 주요 저작이 출판되면서 여러 분야의 학자들도 자연스럽게 사고의 전환을 이뤄왔다. 즉, 국가의 현대화 과정에서 정부도 시장도 아닌 제3부문(비정부조직)에 의한 자발적 사회규제의 강화가 중요하며, 복지국가의 개념도 ‘평등-불평등’ 개념에서 ‘편입-제외’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밖에도 지구화(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상이한 제도의 학습과 정책혼합, 국지적 수준에서의 공동체원리의 강화, 세계적 차원의 연대와 조정을 위한 네트웍 강화 등 구체적인 정책목표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제도와 정책이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회에 이식될 때 과연 그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권위주의적 사회제도와 가족관계를 넘어서는 신뢰의 문화가 결핍된 아시아 등 비유럽사회에서도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은 관용하며 배워갈 수 있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은 제도와 문화적 관행을 가진 사회가 개방적 국제질서 속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까. 아시아의 기업구조와 관행을 겪어본 서구인들에게는 이같은 의문이 커져간다. 최근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런 생각을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민주적인 문명은 오로지 하나, 서구문명뿐이다’. 다시 우리 문제로 돌아와보자. 서구에서 발전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한국에서도 과연 잘 발전할 수 있을까. 미 하버드대의 정치학 교수 로버트 퍼트남은 ‘민주주의 작동시키기’(Making Democracy Work)라는 저서에서 20여년에 걸친 이탈리아 남부 및 북부의 비교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93년 출판된 뒤 미국에서 수년간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민주주의와 같은 사회적 제도는 다른 사회에 이식돼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문화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마치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설치해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는 것처럼…” 시민사회의 수평적 네트워크, 즉 ‘신뢰의 문화’는 민주제도를 작동시키는 핵심적인 ‘사회적 자본’이라는 얘기다. 그것이 한국사회 민주화의 요체다. 김종채 / 베를린 통신원 ------------------------------------------------------------------------------- - Copyright(c) 1998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mail.dongailbo.co.kr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