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30일 금요일 오전 11시 10분 49초 제 목(Title): 뉴스+/시장질서 바로잡고 복지늘려라 “시장질서 바로잡고 복지 늘려라” 한국형 제3의 길 모델찾기 ‘제3의 길’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의미심장하다. 토니 블레어와 앤서니 기든스는 ‘국가실패’와 ‘시장실패’를 넘어 국가와 시장의 순기능만을 결합시켜 좌와 우를 뛰어넘는 중도노선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서 ‘국가실패’란 복지국가의 실패를 가리킨다. 보수당 출신의 대처 총리는 복지국가의 무거운 짐을 지고는 세계적인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작은 국가와 큰 시장경제를 역설했다. 영국에서 두번의 ‘시장실패’ 가운데 하나는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빈부격차와 세계공황으로 인한 민생의 파탄이고, 다른 하나는 대처리즘 이후의 실업이다. 한국에서는 국가실패와 시장실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군사독재와 정경유착으로 요약되는 국가주도의 공업화 모델이 한계상황을 맞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민생경제의 위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군사권 위주 국가의 실패인 동시에 부실한 시장경제의 참담한 좌절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대안도 명백해진다. 그것은 한국형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형’인 이유는 한국의 국가실패는 복지국가의 실패가 아니라 군사권위주의 국가의 실패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개혁과정에서 복지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시장실패는 양면적인 성격을 지닌다. 하나는 내부적인 것으로 시장실패에 따라 복지정책의 경험을 축적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인 것으로 개방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국가의 실패에 대한 영국의 대응은 대처리즘으로 표현되었다. 79년 총리에 취임한 보수당의 대처는 관료조직의 축소와 규제개혁, 긴축재정과 사회보장의 축소,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을 추진했다. 비슷한 목소리가 한국에서도 나왔다. 92년 김영삼정부가 부르짖었던 ‘한국병 치유’와 ‘신한국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두 주장의 공통점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의 확대와 국가의 축소작업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대처의 정책이 의도대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영국의 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면, 김영삼 정부의 ‘개혁’은 군사권위주의의 전통과 규제철폐에 의한 시장경제 지향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표류하고 말았다. 한국에서의 김영삼정부는 권위주의 국가의 유산을 청산하는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APEC과 OECD로 대표되는 글로벌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거대한 실패를 자초했다. IMF 관리체제로의 이전은 국가개혁의 실패를 의미하는 동시에 세계시장에서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가져왔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김대중정부는 국가실패와 시장실패의 두가지 유산을 딛고 국가의 순기능과 시장의 순기능을 결합시킴으로써 위기를 돌파해야 할 시대적 책무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김대중정부는 앤서니 기든스의 이론과 토니 블레어의 정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참고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국가의 실패와 관련해 김대중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은 권위주의 국가와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유산을 과감하게 청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일을 하는데는 ‘철의 여인’ 대처와 같은 단호함이 필요하다. 내부적인 시장실패, 즉 지나친 빈부격차에 대해서도 적절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장의 활성화와 사회보장 제도의 구축작업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여기에선 세계 대공황기에 마련된 ‘비버리지 보고서’의 정신을 환기하는 일이 필요하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만 사회공동체의 존재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시기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완비해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추락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외부적인 시장실패에 대해서는 심화된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투명한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정경유착에 의한 경쟁력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토대를 둔 생산혁명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이미지-디자인-컬러-브랜드 혁명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동참함으로써 우리의 산업을 단순히 제조업 영역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번째는 정보지식-문화관광체육-환경생명-정신문명의 산업화로 표현되는 제3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야 한다. 이같은 시대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김대중 정부는 지적(知的)이면서도 단호한 행동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시장의 순기능과 국가의 순기능을 결합시키는 국가 시스템의 개혁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형 ‘제3의 길’에서 시장의 순기능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경제의 활성화, 창의력의 상품화다. 아울러 세계시장에 대한 개방성은 절벽을 뒤로 하는 위태로운 측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기업의 행동을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출 수 있는 위기 속의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다. 국가의 순기능은 시장을 감독하고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감독의 기능은 시장의 공정성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장 기능에 대한 보완은 기초적인 복지체제의 완비를 통해 국민통합을 강화하고 교육 서비스의 공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김대중정부가 걸어야 할 ‘제3의 길’은 어느 한 방향을 향해 질주하는 게 아니라, 균형을 잡으면서 가야 하는 다소 입체적인 길이다. 물론 ‘제3의 길’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체계적인 것이 제3의 길이다. 시대의 지형이 다소 복잡하다고 해서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지 않는다면 김대중정부 역시 거대한 실패와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실업대책이다. 현재 실업대책은 국채발행을 통해 형성된 거대한 자금을 공공근로사업과 직업교육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공근로사업은 미래산업의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내는 일이나 가계(家計)의 재생구조를 형성하는 일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직업교육도 재취업을 창출하는 성과를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어서야 ‘제3의 길’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일할 수 있는 복지’(welfare to work)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와 함께 기든스의 ‘능력정치’(meritocracy) 이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동안 당에 대한 충성도와 출신단체를 고려해 정치인을 등용해 온 영국의 정치충원제도는 토니 블레어에 이르러 능력과 성과 위주로 바뀌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보스에 대한 충성도와 출신지역과 같은 전근대적인 요인보다 정책입안 및 국민통합 능력을 감안해 공천 등으로 정치인을 충원해내는 것은, 어쩌면 영국보다는 요즘의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대목일지도 모른다. 지역감정을 넘어 성과정치-능력정치에 이르는 길은 지금 당장 마련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제3의 길’을 찾아가는 지도를 얼마나 정밀하게 그리는지에 따라 다음 세기 한국사회의 성패가 가려질 것이다. 김광식 / 정치평론가 ------------------------------------------------------------------------------- - Copyright(c) 1998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mail.dongailbo.co.kr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