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6일 월요일 오전 05시 38분 07초 제 목(Title): 유한수/이코노 정부-재계의 경제난국인식,� 커버스토리 / Cover Story 제 458호 1998.10.27 ------------------------------------------------------------------------------- - 정부재계의 경제난국 認識·解法差…풀길은? 유한수 전경련 전무 ------------------------------------------------------------------------------- -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認識)과 해법(解法)에 대한 정책당국자와 재계총수의 시각이 다르다. DJ 노믹스를 주도하고 있는 진보학자 출신 김태동 청와대수석의 재벌 비판의 톤이 요즘 부쩍 커졌다. KBS와의 대담프로에서 김수석은 재계사령탑인 김우중 전경련회장과 대우그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면서 요즘 한 게 뭐냐”며 재벌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5대 그룹과 전경련은 생각이 다르다.“우리 기업들의 실전(實戰)경험이 더 중요한데, 정부가 선진국의 교과서적 사례를 원용해 이처럼 윽박질러도 되느냐”며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묘책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알아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많은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내가 아닌 남이 많은 것을 가질 때는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가진자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많다. 대기업(재벌)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대기업에 대한 이론조사를 해보면 대체로 경제력 집중, 과당경쟁 및 중복투자, 무분별한 사업다각화, 족벌경영 및 부의 편법세습 등이 지적된다. 그리고 이같은 폐단들은 모두 정경유착을 통한 특혜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대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부의 축적에 대한 정당성 뿐만 아니라 환란을 초래한 주범중 하나로 비난받기도 한다. 차입경영과 중복과잉 투자가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그 결과 대외신인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이같은 비판적 시각은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 중심으로 된 우리나라의 기업구조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 때문에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대기업에 대한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작업 가운데 하나로 대기업의 개혁이 추진된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개혁을 위해 정부와 재계는 5개항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5개항이란 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주력업종 선정,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이다.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제·결합재무제표가 도입되었고 상호지급보증은 앞으로 불가능하며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강화는 그룹의 총수가 대표이사로 등재해 책임경영을 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관련 제도들은 지난 2월 국회에서 대부분 입법화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재무구조 개선과 문어발식 경영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탓에 해결방안을 놓고 정부와 재계 사이에 진통이 빚어지고 있다. 먼저 재무구조 개선을 보자. 30대 대기업의 부채비율 5백%를 내년 말까지 2백%로 낮추자면 증자·자산매각·외자조달 등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 증자보다는 자산매각이나 외자조달을 하라고 다그친다. 이 문제와 관련, 최근 어느 정부인사는 대기업들이 외자도입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경영권에 집착하느라 외국자본 도입에 성의를 안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외자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외자 중에도 외채가 아닌 투자나 출자 형식의 외자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외자도입이 안 되는 이유를 기업 탓으로 돌린다든지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외자도입을 기피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현실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나온 듯하다. 외국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물어보면 경기 및 환율 불안, 노사관계, 정부규제, 기업의 구조조정 미진 등의 이유 때문에 투자를 꺼린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투자환경이 미흡할 때는 외자가 활발하게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노력부족을 탓하기 앞서 정부는 투자환경을 제대로 정비했는지 한번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컨대 대기업의 노사분규 개입이 대표적 예다.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정부·기업·가계 등 어느 경제주체가 최선을 다하지 않겠는가. 서로 비난하기보다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아쉽다. 다음으로 문어발식 경영의 해소라는 문제를 보자. 이것은 대기업들이 주력 업종을 선정하고 경쟁력 없는 계열사를 서로 맞교환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빅딜을 통해 중복과잉 투자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재계는 2개월여의 협상을 거쳐 빅딜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크게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측 인사 중에는 “재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 못해 마지막 기회를 잃고 있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7개월이나 시간을 주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니 정부가 재벌개혁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빅딜은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면서 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의 3각 빅딜을 하나의 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계가 내놓은 것은 7개 업종의 빅딜이기 때문에 오히려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이것은 5대 그룹 총매출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나라 10대 주력산업에 전부 문제가 있으니 빅딜은 문제업종 전부를 포괄해야 하고 누군가 책임질 수 있도록 경영주체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한다. 정부의 이같은 구상을 재계가 따르지 않을 경우 5대 그룹도 부도를 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정부 측에서 지적한 반도체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이 9%인 기업과 7%인 기업의 결합이다. 이런 문제를 몇 달 안에 해결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연말까지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겠다고 약속했으니 일단은 믿는 게 옳다고 본다. 정부가 개입을 하자면 그 약속이 깨진 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대기업들이 시간을 끌면서 현체제를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근본적 개혁을 하지 않고 시간만 끌어 살아남을 기업은 없다. 기업은 나름대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다만 해결돼야 할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정부 말대로 개혁이 단기간에 후딱 해치울 수 있는 일이라면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4대 개혁 과제중 정부가 해야 할 공공부문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을 2, 3개월 안에 해결하고 ‘개혁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는 시범을 보여주면 재계도 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정치·공공부문·노동 등 분야에서는 거의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업이나 은행만 개혁한다고 경쟁력이 되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국회의원의 숫자를 줄이는 문제나 지구당 조직을 개편하는 것도 얼마나 시간을 끌고 있는가. 부정부패를 없애자면서 실명제는 왜 후퇴하고 있는가. 실업대책에 수조원을 쓰면서 왜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가. 사안별로 따져보면 다 피치못할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재계에서는 일부 정부측 인사들이 너무 이론적으로 기업 구조를 조정하라는데 대해 걱정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수용해야 하지만 우리와는 시스템이 다른 선진국의 교과서적 사례를 원용해 기업을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과서에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못지 않게 우리 기업들의 실전 경험도 소중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관련 제도는 많이 개선되었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속전속결이 능사는 아니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정부가 개입한다고 최고의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재계의 공동노력에 의해 극복해야 할 일이 많다. 재계 일부에서는 기업들을 경제파탄의 속죄양으로 몰아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부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기업 때리기로 경제가 살아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경제는 결국 기업들이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하지만 기업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배려할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 제458호 -------------------------------------------------------------------------------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