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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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6일 월요일 오전 04시 36분 47초
제 목(Title): 한/후카가와  중진국과 선진국의 차이 


[한겨레시평] /중진국과 선진국의 차이/후카가와 유키코/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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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국은 경제전문가에게 잊혀진 존재가 돼가고 있다. 개발경제학은 여전히 빈곤 등 
`이륙' 이전의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고 선진국경제론은 `효율'추구쪽에 쏠리는 
추세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수의 도상국은 중진국이 되는데 중진국은 대부분 
선진국이 되지 못한 채 좌절한다.  

그러면 중진국과 선진국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대상국이 되기 직전에 출판된 필자의 책 제목이 
`한국·선진국경제론'(한국어판은 `대전환기의 한국경제:그 위기극복의 
청사진')이었기 때문인지 최근 한국인들로부터 자주 이 질문을 받는다. 

한정된 범위와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중진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가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선 선진국의 경제운영이나 산업은 
개성적이다. 자유무역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세계에는 교과서와는 달리 선행국들의 
자국산업보호라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항상 존재한다. 이 때문에 후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선행국 흉내가 아니라 독자적 경제운영과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은 각기 독자성을 지니게 된다. 일본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도급이라는, 구미에는 없는 독특한 산업조직을 
만들어내고 소형차나 가전분야에서 세계표준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사실이 
깔려 있다. 

그러나 상호 개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선진국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사회내부에 일정한 상호감시가 기능하고 있어 극단적인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선진국에도 오직과 부패, 권력의 교만은 존재하지만 이 때문에 
경제 전체가 흔들리진 않는다. 예컨대 전통적인 기업통치 방식을 보면, 미국의 
경우는 경영자가 주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일본에서는 주거래 은행과 종업원이라는 
두가지 요소의 감시를 받는다고 한다. 감시제도는 달라도 감시는 엄연히 존재하며 
실패한 경영자가 물러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무더기 
차입을 언제까지나 계속하는 경영은 미국에선 주가가 떨어짐으로써, 일본에서는 
은행의 거부나 사내 쿠데타를 통해 방지되기 때문에 적어도 경제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에서는 이런 경영방식을 생각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는 정보가 사회에 공유돼 “이렇게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합리적 기대 
아래 시장이 기능하고, 또한 사람들은 자기책임 아래 행동한다는 것이다. 
종신고용제가 급속히 붕괴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회사에 기대지 
않고 자기 전문성의 시장가치를 철저히 따져보고 연마한다. 

일본장기신용은행 파산 전망이 나오자 적어도 필자 주변의 이 회사 사람들은 
이전부터 있어온 자신의 경력관리계획을 바탕으로 다수가 급료가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가는 형태로 전직했다. 최후 최대의 실업률이라고는 하지만 위기감이 
결여될 정도로 일본사회가 안정돼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정보 안전망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현재의 한국 구조조정에는 채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조정과,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한 중장기 조정이 모두 포함돼 있다. 단기적 조정은 서두를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 조정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한국이 가진 독자성을 
살리면서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구조를 준비해가는 일이며,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일본형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가 많지만 항상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의) 팽창적 경제운영은 한국의 구조에 따른 결과이지 일본형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형으로 불리는 대만은 지금도 안정된 
경제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막대한 희생을 치러가며 영·미형을 그대로 도입한다 
하더라도 팽창적 경제운영이 시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글로벌화 속에서 경제운영에 일종의 세계기준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한국의 실정에 맞는 형태로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지닌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외부 지원기관이 개도국을 중진국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중진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은 필경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선진경제화의 
청사진은 한국사회속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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