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12시 56분 05초 제 목(Title): 이봉수/인간의 시야 이봉수의이야기경제] /인간의 시야/ ▶프린트 하시려면 “나는 돌아오겠습니다.” 42년 3월 맥아더 장군이 일본군에 밀려 필리핀의 바타안 반도를 철수할 때 한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은 필리핀 국민의 머리 속에 희망의 메시지로 자리잡는다. 2년 뒤 맥아더는 다시 필리핀에 상륙함으로서 약속을 지켰다. “석달 안에 소련군을 섬멸할 수 있다.” 41년 6월 히틀러가 소련 진격명령을 내리면서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전격전에 능했던 독일군은 소련군의 지구전에 말려 4년간이나 고전하다가 350만명의 전사자를 내고 만다. 군사지도자로서, 그리고 `선전의 대가'로서 히틀러의 명성은 석달이 지나면서 퇴색하기 시작했다. 만약 맥아더도 히틀러처럼 `연말까지' 등의 기간을 달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는 약속을 못지킨 꼴이 돼 적지않게 명성이 훼손됐을 것이다. 또 필리핀 내의 항일전선도 사기가 저하됐으리라.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어렵지만, 특히 기간을 명시해 언제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우리 경제가 언제부터 회복기에 들어갈 것인지 연구기관마다 다른 전망치를 내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기저점은 계속 수정돼 뒤로 밀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주 발표한 경제전망에는 연구기관의 이런 고충이 드러난다. 이례적으로 두 가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낙관 2%, 비관 -1.5%로 돼있다. 세계경제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예측을 포기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민간연구기관들의 전망은 더 어둡다.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이거나 잘해야 제로성장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전망치를 유심히 보면, 국책연구기관이 밝게, 민간연구기관들이 어둡게 보는 경향이 있다. 국책쪽은 비관적 전망 자체가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과 경제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정부에 경기부양책을 촉구해야 하는 민간쪽에서는 비관적 전망들을 과감하게 발표한다. 사실 경기저점 논쟁은 96년 초에도 벌어졌지만, 당시 예측대로라면 그해 말이나 97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됐어야 했다. 회복은 커녕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하기야 작년말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뒤에도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98년엔 3-4%의 저성장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6.4%로 추정되고 있는 지금 와서 보면, 한껏 낮춰서 말한 3-4% 저성장이 얼마나 웃기는 얘기였는지 알 수 있다. 기간을 길게 잡아보면 인간의 예측능력은 더 형편없는 것이 되고만다. 1970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서기 2000년의 한국에 관한 조사연구'에는 2000년의 1인당 국민총생산이 2천달러 안팎일 것으로 예측했다. 결과는 83년에 2천달러를 돌파했고, 다시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96년에 1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시야는 너무나 좁고 예측행위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한편으로 “예측기관들이 망신을 당하더라도 비관적 전망이 보기좋게 빗나갔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는 요즘이다. 경제부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