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erPunk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yberPunk ] in KIDS
글 쓴 이(By): Outs (비밀의정원)
날 짜 (Date): 2000년 4월 10일 월요일 오후 03시 16분 26초
제 목(Title):  


간밤에 내리던 새끼손가락만큼 굵은 빗줄기를 맞다가 집에 들어와 나의 조그만창을 
열어 놓고 이불도 덮지 않고 속옷차림으로 비보며 천장보며 책보며 그리고 
생각많은 한숨만을 쉬다가 새벽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였다 평소같았으면 
졸음에 지쳐 언제 학교앞에 내릴 지 예측도 못했을터인데 오늘은 간밤에 단 일초도 
자지 않았건만 정신은 오히려 더 말똥말똥해져 바깥의 풍광을 살피게끔 되었다. 
어제나 오늘이나 봄날 미친년머리칼처럼 개나리는 흐드러지게 피었고 진달래는 제 
이름처럼 수줍고 다소곳이 피엇고 목련은 나무위에 핀 연꽃이라며 좀 목줄기를 
세우고 피어 있기는 하나 다들 꽃이란 이쁜 것들이어서 보면서 눈시울이 안 젖을 
수가 없다. 이토록 이쁜 것들이 왜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어젯밤 춘우가 
센티멘탈리즘을 전해 온 것이 확실할게다.  
출근응� 해서는 
또 낭만적인 
단 세줄짜리지만 
절절이 싯귀인 선생님의 메일을 받고는
공부 열심히 해야지 잠깐 생각하였다가 
8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녀석에게
해장국 잘하는 집을 알아 놓으라고 시킨 후 
비몽사몽 일하다가
결국은 속이 쓰려 차 한잔을 마시고 해장국을 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또 청천볶�락같은 소리 
내가 아는 모모씨와 모모씨가 서로 목하 열애중이라는 걸 본 증인 만도 
서너명은 넘었으니 사람의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어서 
그 둘은 전혀 말상대도 되지 않을 뿐더러 
서로 연락조차 안하리라고 생각하엿엇는데
백로는 백로대로 까마귀는 까마귀대로 논다더니 
끼리 끼리 어울리어 결국은 명년 봄쯤 국수를 먹을 지 케익을 자를 
암튼 웨딩드레스라는 치렁치렁한 옷을 
모모씨는 입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다. 
나도 연애만 잘했어도 이번 봄 
혹은 5월의 신부가 될 수 있엇을텐데
앞자리에서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맺혀 가며 
등뼈해장국을 먹는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니 바로 거울을 보는 듯하여
저런 얼굴로 웨딩드레스 입으면 진한 화장에 주름자국만 더 도드라져 보이겟구나
싶어 
에이 내게 무슨 은앙새같은 배필이 있을고 하며
여전히 나는 바람이고 물이어서 
한군데 있질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구름이라고 자부를 해보지만
이처럼 바람이 날려 뼛속으로 파고드는데 
따뜻한 품이 그립지 않을리가 잇겠느냐.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