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talkhard ( 푸 코) 날 짜 (Date): 1998년01월19일(월) 18시33분39초 ROK 제 목(Title): 라면 나는 음식을 그다지 잘 만드는 편은 못된다. 아니 음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변명할 말이 없는 편인, 덜떨어진 남자라고 해야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요즘 남자들은 음식이라면 다들 한두가지 정도는 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이런 시대에 나는 아직도 라면 밖에는 끓일 줄 모르는 것이다. 주말에 여자친구한테 놀러갔는데, 마침 공교롭게도 이친구가 아픈 것이다. 병같은게 걸려서 아픈게 아니고, 술을 많이 먹어 속이 탈난 정도였다. 사실 내 여자친구가 가장 맘에 안들때가 술많이 먹고 술병 날땐데, 그거 말고는 흠잡을게 별로 없는 편이고 주정도 안하는 터라 뭐 그럭저럭 넘기고는 있는 터이다. 좌우지간 이친구가 술기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통에, 나는 갈데없이 일일 식모가 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그런데 알아야 면장을 하지?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을때 무척 당황했었는데, 그때는 이 친구가 아무것도 먹을 처지가 못되어 죽만 하나 끓이면 되었었다. (음식을 몬한다는 놈이 이렇게 '죽'이라는 고난이도의 음식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는 소고기죽이나 잣죽같은 불멸의 인스턴트 죽 시리즈를 만든 오뚜기사의 모사장님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밥을 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결국 쌀을 씻고 밥을 준비했다. 밥하는 정도야 어깨너머로 본 기억이 있으니 ... 그런데 국물에 이르면 이건 난감한 것이다. 술마신 다음날에는 국물로 시원하게 속을 푸는 것이 좋다는 것은 나같이 술에 약한 사람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결국 라면을 끓여 국을 대신하기로 하고 라면 제조에 들어갔다. 얼마전에 여기서 맛있는 라면 제조의 비결을 읽은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머리가 나빠서 기억하지는 몬하니 즉석에서 있는 재료를 적당히 이용 하는 수밖에.. 라면 물이 끓을때쯤 신라면한개와 프랑크쏘세지 썰은거, 그리고 피망썰은거를 고추대신에 집어넣었다. 스프는 한 삼분에 이정도만 넣었고.. 라면이 꼬들꼬들하게나마 익어갈때쯤해서 계란을 풀어넣고 밥을 푸고.. 뭐 좌우간 그렇게 해서 밥상이 차려졌다. 김치 볶은것과 장조림 덕에 아주 황량한 밥상이 되는 것은 면할 수가 있었다. 나야 아무리 밥상이 박해도 천성이 그런지라 잘 먹는데 친구에 이르면 사실 그런 보장은 못하는 것이고 해서 걱정을 좀 했는데 의외로 달게 먹어주니 무척 고마왔다. 아무리 음식을 못해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요리하는 재미를 느낄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어쨌건 한두가지 정도의 메뉴에는 좀 익숙해져야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공부만 하느라(우웨엑~)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데는 소홀하였으니.. If you don't want to die hard, Then just TALK HARD. >oE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http://wwwoopsla.snu.ac.kr/~b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