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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pazu ()
날 짜 (Date): 2000년 7월 26일 수요일 오후 11시 53분 38초
제 목(Title): Re: 윗글 보충





음.. 사실 스테어님은 논객이시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다는데 있어
상당히 걱정이 앞섭니다. 제 말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할 때에는 
기쁘게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시각의 차이"라는 것이 때로는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도 180도 다른 진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제 태도는 절대로 논리적인 사유가 잘못됐다고 부정
한다기 보다는, 논리적인 것 이상의 어떤 아름다움이 인간 내부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심어져 있었다는 여러 선각자들의 통찰을 좇아 살아보고자 하는
제 작은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제 세례를 받은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은 풋내기 신자의 말이 교회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여기까지 disclaimer 였습니다. 스테어님과 토론을 하고자 할 때에는 
항상 이런 내용의 disclaimer를 달겠습니다.) 
---


앞에서 어느 분이 <믿지 않는 사람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데 대해서 스테어님이 불만을 표시하셨습니다. 그것은 제 느낌으로는
너희집 vs 우리집 이라는 구분으로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나누어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두 가족이 서로 이웃하여 살고 있었다고 해보지요. 
이웃집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서는 "얘, 너네 아버지는 독선적이고 파렴치한 
사람이야. 죄도 많이 지었어."라고 평을 한다면 그 평을 순순히 받아들일 
자식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자식이 성인이고, 분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왜냐하면, 아버지는 비록 여러 모순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시며 그런 나쁜 점 외에 좋은 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교회>라는 조직도 그렇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조직인만큼 그 안에 모순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 문을 열어 서로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면 한가족처럼 논쟁을 해볼 수 
있는 관계도 될 것입니다. 한 가족안에서 형제 자매가 생각의 차이로  싸우고 
반목했다가도 또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즉, <신앙인-비신앙인>의 
대결구도가 아닌 그저 인간이라는 한 울타리안에서 판단해야겠지요. 이것은 현재의 
환경운동이 지구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배를 타고 가는 인류는 신앙인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만 구원을 받겠다고 형제를 
버리고 훌쩍 떠나버릴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교회의 교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이 구원된다고 보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의 
부활과 몇몇 조건을 믿는 사람만이 구원된다고 보는 것은 상당히 마음이 좁은 
시각이라고 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같이 살아가는 것은 타 종교와도 쉽게 융화될 
수 있는, 상당히 보편적인 깨달음일 수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여러가지 부분들이 제가 아직 동의할 수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자로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식한 신자라고 말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유식함이 개개인의 깨달음의 
척도가 될 수 없듯이, 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삼위일체라든가, 대속이라든가 하는 것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복음서에 나와있는 예수님의 살아있는 육성이라고 생각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이 진정한 양심이 될 수 없듯이, 믿는 사람 역시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믿는 것이 아닐 것이니까요. 간디는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나 그들의 
종교에 비해 자신의 종교가 그릇되었다는 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간디는 자신의 하느님 창조주를 찬양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분의 종교 힌두교
역시 계급제도라는 모순을 내부에 가지고 있었고, 간디 역시 그것을 인정하여
그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안팎으로 노력하였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분들도
역시 교회 내부의 모순이 있다면, 심사숙고하여 고쳐나가야 할 것이고, 또한
지금도 느리기는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스테어님의 여러 비판은 신앙인들에게도 어떤 시각의 전환을
가져보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계시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은
스테어님께서도 자신의 하느님을 찬양하고 사랑할 기회를 가지셨으면 하는 것
입니다. 아마도 틀림없이 어떤 종류든 간에 그런 기회를 충분히 가지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또, 비판은 날카로운 칼날로 재단하여야 하는 것인만큼 칼을 
쓰느라 곤두선 신경을 푸근한 사랑의 대화(?)로 녹여보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챗방에서도 좋겠지요. 하하.)

매일 식사를 해야하는 것처럼 영혼의 아름다움도 또한 매일매일 길러나가야 
할 것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하는 빨래를 걷으러 
얼른 가봐야 겠습니다. 제때 걷지 않으면 누군가 난장판을 만들 수도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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