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claudia (가 아님...) 날 짜 (Date): 1998년 4월 20일 월요일 오전 01시 15분 51초 제 목(Title): Re: 극과 극은 통합니다. 아흠... 좀 여행을 다녀왔더니... 경주에 며칠 놀러갔었습니다... ^^ 가서 여러군데 다녀보지는 못하고 불국사하고 석굴암을 보고 왔는데요... 경주는 예전에 수학여행 때 갔다오고 처음인 것 같고, 그 때 불국사니 석굴암이니 보면서 그냥 이런 것이 있나 보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 이번에 갔을 때는 뭐가 달랐느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 경주가 나오는 부분을 전에 얼핏 읽었었는데도, 까막눈은 어쩔 수 없는지 전혀... ^^ claudia는 절의 계단 옆부분이 각지게 마무리되지 않고 둥그스름하게 마무리된 것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저는 '그런가?'하면서 맹숭맹숭... ^^ 단지 석굴암의 부처님에게서는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딱 보면서 나오는 말이 "어지간한 절 불상보다는 훨 낫네"였는데요... 제가 뭘 느껴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뭔가 다른 표정, 뭔가를 압도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라이온 게스트님 글이 제 메일함에 있어서 갈무리하려고 보니 벌써 ysj님이 갈무리를 하셨네요... 그럼, 좀 늦었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 제가 애초에 SSman님 글에 re를 단 것은 극과 극이 통하느냐, 혹은 십자가나 불상을 밟고 지나가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잘했느냐 잘못 했느냐는 것을 따지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부분에서... > 그러나 저는 그것을 근본적인 차이로 보지는 않습니다. > 그것이 단지 겉으로 드러난 문화적인 차이 정도는 될 수 있을 지언정, 그것으로 > 불교의 기독교에 대한 우월성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면, 저는 김용옥 교수를 달리 > 볼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애초부터 김용옥을 땡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용옥을 뭐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근'(^^ 이번 경주 여행에서 확실히 배운 말) 아니고요... 관심이 갔었던 부분은 "문화적 차이"라고 하신 것에 대해서 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런 부분에서 일반인들에게는 문화적 차이가 별로 없어보입 니다... 절에 가서 기도드리면서 복을 바라는 우리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불화를 밟아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어떤 반응이건 분명 장난 아닌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상황을 바꾸어 본다면 이 점은 기독교도들에게도 마찬 가지겠지요? 뭔가 종교적으로 신성하게 생각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 다거나,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배신하는 의미의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종교를 믿는 일반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입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을 정확히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극과 극은 통하는 면도 있다고 말이지요... 모든 경우에 이렇게 말해야 되는지는 모르 겠지만, 불교과 기독교를 비교하는데 있어서는 '통하는 면도 있다'고 이야기 해야 정확해 보입니다... 기독교든 불교든 세상을 올바로 보는 것이 필요하고, 이런 점에서 기독교와 불교라는 서로 다른 종교가 통하는 면도 생기겠지요... 또, 해당 종교를 신봉하는 일반 신도들이 그 종교를 바라보는 태도에도 통하는 면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요... > 그럼 불교와 기독교는 완전히 반대군요. > 그래서 극입니다. > 그래서 예리큰아빠께서 극과 극이라고 표현한 것이구요. > 이것이 어떻게 통할까요? > 이것이 바로 신앙의 신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교와 기독교가 서로 극이냐는 문제는 관두고라도, 이렇게 통하는 것은 어떤 신비가 아니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요... 불교와 기독교가 극과 극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통할 수 없는 면이 있습 니다... 바로 절대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라는 절대자가 있습니다... 그 절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창조했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의 삶을 관장하며,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까지 일러줍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그런 의미의 절대자가 없습니다... 부처님이 그런 절대자가 아니냐는 초보적인 질문은 않으시겠지요? 부처를 어떤 종류의 절대자로 볼 수는 있습니다만, 부처는 기독교에서와 같이 세상의 위에 서는 절대자가 아니고 그런 류의 절대자을 인정하지도 않으며, 이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 어떤 극에 이르러서 특별한 경지에 이른 존재를 부처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부처가 절대자일 수 있습니다... 또, 불교에서는 모든 사물에 불성이 있다고 하거나, 모든 것이 부처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처는 절대자이면서 동시에 보편자이 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부처에게서 절대자와 보편자의 통일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통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저에게 묻지 마세요... ^^ 불교는 또한 사물을 보는 방법도 다릅니다... 사물의 의미를 어떤 절대자가 부여했다거나 인간이 부여한 의미가 사물의 본질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들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불상이건 땅바닥이건 다를 것이 뭐 있겠습니까? 따라서, 내가 무엇을 밟고 가건 별로 상관이 없지요... 또는, 모든 것은 같은 것이 다른 형태로 발현한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역시 무엇이 무엇의 위를 지나건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똑 같은 바닷물인데 어떤 것은 바다의 위쪽에서 흐르고 어떤 것은 바다의 아랫쪽에서 흐르며, 바람이 불면 풍랑이 일어납니다... 바람 때문에 어떤 바닷물이 다른 바닷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것이 불경스럽고 해서는 안될 일이겠습니까? 물론 불교에서도 기독교처럼 해야될 것 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어떤 절대자가 만든 rule을 지킨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성불을 한다거나 하는 어떤 목적에 맞게 혹은 자신의 연(緣)에 비추어 정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이 부분은 제가 자세히 모르겠군요)... > 그래서 이런 상황 아래에서 불화를 짓밟고 침까지 뱉은 그 스님은 아마 땡중일거라고 > 확신 생각합니다. > 진정 깨달은 스님이라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 같군요. 왠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런 상황' 아래서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그 사람의 깨달음의 정도와 어떤 목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며, 꼭 이래야 한다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꼭 욕을 하며 침을 뱉은 사람이 깨달은 것이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의 깨달은 정도에 따라서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없는 듯 지나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불교도 순교자가 있다는 지적처럼 믿음을 중생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밟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겠지요... SSman님이 원래 "문화적 차이"라고 하신 것이 어떤 뜻인지 모르겠지만, 문제의 상황에서 일반신도들에게 있어서나 믿음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차이를 찾는 것은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즉, 이 상황에 대한 일반 종교문화적인 부분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절대자가 제시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제시되어 있고 그것에 따라 그 상황을 해석해야하는 기독교하고, 깨달음의 근저에 가면 갈수록 이 상황에서 어떤 특별한 행동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는 불교하고는 분명히 차이가 있고, 이런 차이가이 문화적 차이 같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제의 상황이 나왔던 김용옥의 글을 보면, 김용옥이 학생 때 선교사하고 이런 점이 불교가 다른 점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번번히 선교사에게 그런 것은 서양에도 있다는 식으로 논박을 당하다가, 불상(이던가?)을 태우는 탱화에서는 선교사가 반박을 못해 득의양양했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라면 침을 뱉고 욕을 하면서 지나간다는 문제의 상황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글쎄요... 위와 같은 관점에서 봐도 꼭 그렇게 지나쳐 보이게 행동할 필요까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김용옥 나름대로의 어떤 깨달음인지, 김용옥식 깨달음의 한계인지, 아니면 대중을 대상으로 적은 글이어서 쉽게 이야기 하느라고 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 그러고 보니 기독교에서 깨달은 사람은 십자가를 비켜가서 죽고, 불교에서 >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불화를 밟고 지나가서 살겠군요. > 이말은 결국 기독교에서 깨달은체 하기가 불교에서 깨달은체 하기보다 > 어렵다고 할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보면 불교에서 깨달은 체 하기 쉬울 수 있겠네요... 그런데, 하나님 나라로 가는 사람하고 정말 성불하는 사람하고를 비교하면 어떨까요? :) (이런 비교가 의미 없습니다만, 농담조로 말꼬리를 잡아봤습니다... ^^) - limeli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