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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mason (거북이)
날 짜 (Date): 1998년02월05일(목) 05시07분07초 ROK
제 목(Title): Re: Re^2: 김대중씨가 설을 폐지한다는데



유학자들 내에서도 귀신이 없느냐 있느냐는 것은 큰 논란거리였읍니다.

원래 유학은 현세적인 성격이 강해서 그럼 문제는 논외라고 생각이 되지만

송대에 와서 세상만물의 이치를 하나로 묶어내려는 성리학적 시도는 이 문제에 

칼을 대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정이천과 소강절의 논쟁인데, 재밌는 것이 여기서도 제사가 

거론된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물론자 정이천의 대답은 제사는 후손에게 조상을 

공경하고 효도하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귀신이란 단순히 유령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영혼의 범주까지 

포함된 폭넓은 개념입니다.

논어에는 제사에 대해 언급된 내용은 없읍니다. 단지 3년상을 지내는 문제에 대한

답, 또 맹자에 나오는 장례의 기원에 대한 내용 등에서 '무신론적'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읍니다.

사람은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상실감을 오래 지속합니다. 그 상실감은 

슬픔으로 표출되지요. 아이를 사고로 잃은 어머니는 어느날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공자의 대답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진정으로 슬픔을 느낀다면 

3년 정도는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사의 경우도 죽은 이를 살아있는 것처럼 대접하는 행위의 

일종으로 둘러대어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학의 입장으로는 예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므로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혼령이 와서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건 

말건 신경은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식이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혼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계신다고 하는 것도 효심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뭏든 그렇다는 얘깁니다.

제사가 싫으면 안 지내면 되겠죠. 제사상에 들어가는 돈 좋은데 쓰면 좋겠죠.

하지만 남의 집 가정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은 보기가 안 좋죠.

그게 윤리도덕과 무슨 상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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