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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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Nyang (바하동생)
날 짜 (Date): 2000년 3월  7일 화요일 오전 12시 42분 38초
제 목(Title): 현대백화점 지하통로

몇 년이나 되었나 모르겠네, 현대 백화점 지하통로..

처음에 학교 다닐때는(벌써 6년전) 지하철에서 내려서 당연히
지금 맥도널드가 있는 쪽 계단을 타고 올라가 학교로 향했는데..
그레이스 백화점 지하통로가 여름에는 무지하게 시원하고, 겨울에는
그만큼 따뜻하다는걸 알고 그리로 다니기 시작했고(이 사실은 
IMF 직후 노숙자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걸로 쉽게 증명되었음)..
가끔은 겨울에도 시원한 공기 마시며 걷자 하면서, 추운게 뭐 대수냐
하면서 밖으로 나와 걸었던적도 있었던것 같고.

그러다가 현대백화점으로 바뀌었을 때 쯤에는, 당연히 지하통로로
다니게 되었고.. 가끔 현대백화점 노는날은 에스컬레이터를 안켜놓았는데도
이미 지하로 향한 발걸음 돌리기 멋적어서,  그냥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를 투덜거리며 걷곤한다. 어차피 백화점 지하 통로야 그곳을
이용하는 "학생"이나 "행인"을 위한게 아니라, 백화점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걸 느끼면서 아침부터 짜증이나기도 하고. 짜증은 
버거킹(내가 365개쯤은 먹었을 와퍼를 파는) 밑에서부터 하늘 끝처럼
멀리보이는 출구까지의 경사가 미동도 없이 묵묵히 서있는 
에스컬레이터(라기보다는 철 조각으)로 채워져 있는걸 보면 체념으로 
변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다그렇지 뭐." 하지만, 에스컬레이터와 
평행으로 달리고 있는 계단을 힘겹게 하나씩 또는 둘씩 올라가서 
출구까지 나오면 체념은 이제 용감한 반항으로 변하고, 이제부터는 
현대 백화점의 "잠재 고객"이기를 거부하고 햇빛 밝은 오전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등교하는, 하하하, 원생이 되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덕분에 백화점 지하통로에 출몰하시는 노숙자들을 본지 한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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