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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Athena (유니콘)
날 짜 (Date): 1997년06월15일(일) 22시21분40초 KDT
제 목(Title): [연세춘추] 무협지를 다시 읽으며


  무협지를 다시 읽으며, 사고의 개방성을 생각한다

  무협(武俠)적 자세를 바라며

                                                 홍희정 기자

  두 고수가 서로를  노려 보며 서 있다.  그 주위에는 흙먼지가
일며 범인이 접근하려 하면  저만치 튕겨져 나온다. 만약 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면 그 주위의 사람들은 이 고수들의 내공이 실
린 웃음소리에 못 이겨 피를  토하고 죽게 될 것이다. 다양한 무
공을 구사하며  장풍으로 십리 밖의 돌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신비하고 놀라운 일도  아니며 장시간 날아다닐 수도 있다.
영웅문, 동방불패, 동사서독, 녹정기, 드래곤 볼, 퇴마록 등등…
… 이런 황당무계한 얘기들을  접해 본 적이 있는가? 무협지, 무
협만화, 무협영화 등 동양(주로 극동 아시아)을 무대로 벌어지는
이러한 무협 얘기들은 우리  가까이에 숨쉬고 있다. 심지어 도서
관에서 가장 많은 대출 건수를 유지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이러한
무협지들이라니 한편으로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도대체 무협지가
무엇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가 의구심이 드는 것
도 사실이다.

  무협지를 읽는 사람에게  왜 읽느냐고 질문하면 모두 주저없이
이렇게 말한다.  ‘재밌으니까!’ 어떤  이는 무협지를 ‘역사와
윤리와 사상을 조합한 실제적 허구’(하이텔 무림동)라고 정의하
기도 한다. 그런데, 왜 무협지는 한심하고 유치한 것으로만 공공
연히 치부되고 무협이라는  장르를 통합한 대중적인 논의가 이루
어지지 않는  것일까. ‘무협지는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내용이
유치하고 뻔해서 읽고  나면 한심해진다’는게 무협지에 대한 일
반적인 통념이고 따라서 무협지는 ‘시간 때우기’―때로는 몇날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지만―식의 저급문화로 여겨진다.
  우선, ‘무협은  허황하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 보자.
허황된 내용이라 무협지가  유치한 것이라면 대부분의 소설이 유
치해야 할 것이다.  베스트 소설―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
라던가―을 읽으면 ‘책’  읽는다고 인정하면서 왜 무협지를 읽
으면 한심하다고 감히  말하는가. 서양에 『스타워즈』가 있다면
동양에는 그들이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영웅문』이 있는 것이
다. 그만큼 독특한 동양만의 문화이고 역사성을 띠기도 한다. 인
간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 갈등구조는  다른 일반 소설들과
다를 바가 없다.

  ‘뻔하다’, ‘유치하다’는 또다른 고정관념은 무협 대부분의
내용에 적용될 수  없다. 이런 관념이 생긴  것은 비슷한 내용의
아류작이 하도 많아 자연히 형성되었을 뿐이며 무협의 관련된 소
재가 점점  다양화―이를 테면  퇴마록에서 귀신과의 대결―됨에
따라 내용도 무궁무진해졌다. 화려한 문장과 다양한 인물이 등장
하며 과장되지 않고  사건간의 유기적인 연결성이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무협에 대한 토론이 어느 정도 이루
어지고 있기는 하다.  무협지의 내용상 허점이라든가 남성위주의
소설이라는 비판 등  토론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부분적
인 내용이고 독자  입장에서의 이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무협지가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저급’으로
취급된 채 사장되어야 하는 것인가.

  대부분이 해피앤딩으로 끝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며 한
때의 즐거움으로 끝난다고 하기엔 그 생명력이 너무 길고 독자층
도 저변에 깔려 있다. 물론, 무협지 같은 흥미성 위주의 통속 문
화를 무엇하러 논의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문화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가볍게 규정되
어 버리는 분야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저급’이 아닌 ‘단지
인식하지 못하는’문화를 하나하나 분석해 보고, 또 엉뚱한 합성
을 해 보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문화―돌연변이가 될 수
도 있겠지만―현상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깊은 철학이 담
긴 만화가 등장하여 전문적인 평가를 받고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는  만큼 무협지에 나타난 문화의 특수성이나
철학도 쉽게 넘겨 버리기에는 안타까운 무언가가 존재한다. 무협
을 대함에 있어서 우리는 무협(無狹)적 태도를 취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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