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rheeyj (TinSoldier) 날 짜 (Date): 1996년04월19일(금) 11시23분36초 KST 제 목(Title): 엇갈리는 인연들... 어리석은 우리들... 내가 아는 두 후배의 이야기. 한 후배는 이과대 남자 녀석... 또 다른 하나는 문과대 예쁜이... 나를 통해서 두 친구가 알게 된 것은 몇 년전의 일이었다. 나와 여자후배 (이하 A)는 같은 써클 선후배 사이였고, 남자후배 (이하 B)는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였다. A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이 많았는데 (고백하건대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순진하고 조심성 많은 그런 여학생이였다. B는 재미있고 쾌활한 녀석이었다. 우연히 중도앞에서 셋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후 B는 서클에 들어오고... 사실 그때까지 두 사람 사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 다 같은 친구들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몇달후 A와 B가 잠시 티격태격하더니 모두 서클에서 나가 버렸다. 사람들은 수군대고 서클 분위기는 안 좋아지고... 그후로 한참동안 B가 보이지 않았다. 수업은 들어오는 모양인데 도서관도 안 나오고 학교에서 보기 힘들었다.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는 바쁘다며 가버리고... 대충 짐작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사는 그 녀석이 마음에 들리 없었다. 몇 개월후 시험기간 동안에 중도에서 그를 보았다. 오랫만에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A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만 들어가요." 피식 웃는듯한 얼굴로 그가 나의 말을 막으며 일어섰다. 도대체 왜들 이런지... 간혹 A도 학교에서 만났다. 그때마다 그녀는 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차마 B의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한번은 A와 이야기하는데 B가 우연히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 하는 모양이... B는 내게 인사만 하고 A와 마주친 순간적인 눈길을 피하며 말없이 지나 갔다. A도 애써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고 했지만... 선배가 야단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답답하게 그들은 1년을 넘게 지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그런 행동에 으례 그려러니 생각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못난 녀석들... 그저 그런 생각을 하는 정도였다. B는 졸업을 했고 학교를 떠났다. 그후 그를 오랫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반갑게 나누며 그 동안 누구는 어떻게 지내고 또 누구는 어떻게 지내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무심코 나는 A의 이야기를 했다. 복수전공후에 다른 학교 대학원을 준비하는 것같다 뭐 그런 이야기 였는데... 순간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니 슬퍼졌다는 말이 더 맞나... "그래요? ..." 그 말 뿐이었다. 도대체 A와는 왜 그랬냐는 질문에 "다 지난 일인데 뭐..." 라며 말끝을 흐렸다. 옛날에 A와 B는 서로에게 색다른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초보자(?)들이라 서로 밀고 당기고 하다가, 불발로 모든 것이 끝났던 것이었다. "형도 알잖아... 밀고 당기고 하는 것에 난 소질도 취미도 없는 것을." "그렇다고 마무리를 그 모양으로 했냐?" "나도 할 만큼했어. 찾아가서 얘기좀 하재도 싫다고만 하지...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는 안하면서 빤히 쳐다보기만 하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 바보들... 혼자말로 읊쪼렸다. 두 바보들.... B는 그 후로 아무도 사귀지 못했던 것 같다. 안 사귄 것이겠지. B와 만난지 며칠 후 학교에서 A와 다시 마주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웃으며 하다가 B를 만났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A도 그때의 B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두운... 슬픈... 뭐 그런 표정. "잘 지낸대요?" "뭐 유학준비한대나 봐." "..." 바보들... 두 바보들.... 다시 입 속에 맴도는 한마디였다. A는 그때 숙녀의 아름다움이 완연했다. 심각하게 쫓아다니는 남자들도 몇있었다. 하지만 A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다. 그렇게 두 녀석들을 본 후 나는 한동안 바쁘게 지냈다. 두 사람도 한참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B를 보았다. 한밤 중이었는데 그 녀석은 꽤 술에 취한 상태였다. 말없이 내 방에 드러누워서 멍한 눈으로 천정을 보며 혼자말처럼 중얼 거렸다. "형, 내가 A에게 온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은 다 알지? ... 아직까지도..." "왜 A에게 말을 안하는 거야? 한 번 시도라도 해보란 말야!" 난... 화가 나있었다. 두 바보들에 대해... "그래서 A의 차디찬 눈빛을 다시 보라고? ... 다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 "그럼 깨끗이 포기하던가!!!" "나도 그러고 싶어!!!! 그 동안 포기하려고 별짓을 다했어!!! 우리학교 대학원을 가지 않은 것도, A를 안 보면 잊으리란 희망때문이었어! A를 잊으려고, 그게 안되면 증오하려고라도 했어... 그래 증오하는데는 모처럼 성공했지... 하하... 정말 죽이고 싶었어... 날 가지고 논 A를... 그러나 증오였건 혹은... 그리움이었건... A를 알게 된 후 단 하루도 A 생각을 안한 날이 없었어... 차라리 형이 A를 나와 만나게 하지 않았다면..." 이 놈이 술 마시고 어디서 주정인가? 따귀라도 한대 때리고 싶었는데... 꼭 감은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러더니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별스런 후배 놈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가... 이 녀석이 이런 놈이 아닌데... "난 이제 A를 사랑할 자격도 없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할 자격이 있겠어... " 두 바보들... 왜 사냐? 뭐 이런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가엾기도 했다. 제 풀에 지쳤는지 B는 잠이 들었고 나는 벽에 기대어 쪼그려 잠을 잤다. 이게 웬 날벼락... 주객전도...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붙였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B는 없었다. B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내 연락을 피한다는 표현이 더 적당했다. 창피하다 이거지. 그가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에, A에게는 그날 일을 말하지 않았다. 다시 몇 개월후 B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광란의 밤(?)에대해 놀려주려고 하는데, 그가 말을 가로막고 한마디 하기를 ... "형, 나 다음 달에 결혼해."라는 말이었다. 뭐...? 결혼..?... "그래... 축..하.., 근데 신부는 누구?" "아, 얘기 안했나? 몇 달전에 선봤다고..." 선...을 보았다고...?.... 순간 나는 그놈 손(?)을 좀 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혔다. 언제는 술먹고 불쑥와서는 A 타령하더니, 선을 봐?... 그리고 몇달만에 결혼을 해? 정신없이 날짜, 시간, 장소를 받아 적고 멍한 사이에 그는 연락 돌릴데가 많다고 이내 끊었다. 수화기의 신호음.... 뻔뻔한 놈... A에게는 B의 결혼에대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A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중도 앞 기둥에 기대서서 멀리 붙어있는 자보 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A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가서 인사를 하려다 문득 눈에 띄는 자보가 날 멈칫하게 했다. "XX과, XX 학번 아무개 선배가 X월 XX일 결혼합니다. 모두 축하를..." 다시 A를 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도망치듯이 중도로 들어 와 버렸다. 기둥에 기대선 A의 뒷모습이... 왜 그리 힘겨워 보였는지 그제서야 알게 된 것 이었다. 그후로 나는 A에게나 B에게나 뻔뻔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B의 결혼식장에서는, 같이 유학을 갈 수 있는 신부를 만났으니 얼마나 행운이냐, 게다가 아름답고 공부도 잘하는 신부이니 정말 좋겠다 뭐 그런 이야기만 늘어 놓고 와야 했다. 가끔 학교에서 보는 A에게는, B의 결혼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명랑한 이야기만 해댔다. B는 결혼 후 곧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흐른 지금, 내 손에는 또 하나의 청첩장 하나가 들려있다. 신부 X X X, 바로 A의 이름... 신랑은 모르는 사람이다. 딴 학교 사람이라고 한다. 얼마전에 A의 친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그것은 A가 B의 결혼식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차마 식장에 들어 오지는 못하고... 멀리서 보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이야기는... A가 항상 B를 기다렸다는 사실이었다... 두 바보들...!!!!! A와 B... 두 사람이 정말 서로를 깨끗이 잊고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 도 있다. 그러나... 슬펐다.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모두 내던지듯이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인지, 테크닉 부족 때문인지 그들은 서로를 얻지 못했다. 몇년의 세월을 그들은 그렇게 아파하며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증오하다가... 엉뚱한(?) 사람들의 품으로 갔다. 물론 그들의 결혼에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축복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왠지 착잡... 첫사랑은 실패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그 첫사랑을 그리워 하며 이렇게 말 하곤한다. 그러나 어쩌면... 아름다운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자신의 어리석음에대한 후회가 더 클지도 모른다. 엇갈리는 인연들... 어리석은 우리들... * TinSoldier가 그전에 학교 BBS에 실었던 글을 올립니다. (이제 소재가 빈곤해서... 옛날 꺼라도 써먹어야지...) 음...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Kids에 자주 못 들어올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들어와서 우리 학교 보드는 꼭 읽도록 하겠읍니다. 안녕히들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