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ofmind (스크린) 날 짜 (Date): 1996년02월25일(일) 23시09분24초 KST 제 목(Title): 묘한 인연이었다. 생면부지의 여자를 만나서 박물관에서 김홍도 전을 보고, '모란꽃' 을 보았다. 어제 가까스로 박물관에 같이 갈 친구를 구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박물관에 가는 걸 너무 싫어한다.) 그만 오늘 아침에 빵꾸를 내구 만 것이다. 게다가 감기까지 들어서 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이텔에서 같이 볼 사람 찾아보자 반 포기 상태로 "김홍도 전 보실 분"이라는 방제목으로 방을 만들었다. 그 시간이 1시 반.. 전시회에는 5시에 끝나니 약 3시간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방만들고 나서 1분후 한 여자가 들어와서 자기도 연극 같이 볼 사람이 없으니 동시대인으로서 하루 같이 만나자구 말했다. 3시에 박물관앞 매표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 난 이렇게 만나는 건 거의 생각을 못했고, 생전 처음 해보는 짓이었다. 동시대인이라는 말이 무척 인상에 남아서 선듯 만나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 3시 10분에 만났다. 나보다 2-3살 위인거 같았다. 직감으로 느끼기에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다. 난 생각했다. "대단한 인생의 고수를 만난거야." 김홍도 전을 보면서, 여러가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들이 보았으면 미술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구나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 난 그림이라고는 그려본 적이 없고, 그림감상도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무식장이인데 ) 대학로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보구 곱게 자란 화초 같다는 말을 한걸루 기억한다. 이말 듣고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는데, 그동안 개념없이 산 자신을 회상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막내라는 사실에 많은 편견을 가졌나보다. 그 후 날카로운 질문을 나에게 퍼부었다. 장래 희망이라든지, 첫사랑, 삶의 목표, 그 밖에 요즘 생각지 않은 많은 문제를 물어보았다. 무척 거북하기도 했다. 때로는 불편함이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왕과시극장에서 "모란꽃"을 보았다. 광주운동의 후유증을 다룬 극이었는데 눈물을 많이 흘렸다. ( 요즘들어와선 이렇게 외부의 힘의 도움 없이 눈물 흘리는 일이 적어졌다. ) --------------------------------------------- 난 통신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은 없다. 그러나 만나는 건 자제를 하는 편이다. 사람을 만나는게 피곤한 일이고, 오히려 잘못하면 서로에게 손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오늘 있었던 일은 매우 특별한 일임이 틀림없다. 가끔은 이런 당돌한 만남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과거 2-3년간 잊으려구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편하게 사는 모습과 괴로와 하면서 사는 모습.. 두 모습 다 나의 모습이다. 과거의 나는 무거움을 택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벼움에 익숙해져있다. 나는 운동권이 아니고, 운동권 노래를 싫어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투쟁할 수 있을 거라 내 자신을 믿어왔다. 과연 그럴까? 가벼움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는 다시 생각을 해볼 문제이다. 다시 의미를 찾고, 중심을 잡을 때인거 같다. 프로필 바꾸었습니다. - 긴글은 짧은글보다 읽기는 불편하다. 그러나, 읽은 만큼 얻는 것도 - 있을 것이다. 가끔은 길게 또 무겁게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봄직 하지 - 않은가? 나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문제에도 대해 가끔은 - 관심을 갖자. 인생은 도전이고, 사랑은 투쟁이다. -- 긴 글을 쓰고 싶은 스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