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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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tina)
날 짜 (Date): 1996년01월12일(금) 22시58분02초 KST
제 목(Title): << 어떤 통화 >>


    아내 리자와 나는 오클라호마주 거스리에서 조그만 주간지를 
    만드느라고 쩔쩔매고 있었다. 내가 글을 쓰고 아내는 광고를
    팔았다. 우리는 여러 날 밤 온 도시와 우리 아이들이 잠자는
    동안 자정이 훨씬 넘도록 일을 했다.

    그런 어느 날 밤, 우리는 침대에 기어 들어갔다가 두세 시간
    후에 기어나왔다. 나는 시리얼을 먹고 소다수를 큰잔으로 한
    잔 마신 다음 직장으로 향했다. 아내는 다섯아이들에게 양말
    을 찾아 신긴 후 큰애들 셋은 점심 도시락을 들려 학교로 보
    냈다. 나는 너무 피곤하여 운전이 잘되지 않았다. 아내도 너
    무 피곤하여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디스크 자키가 쾌활하게 말했다. "현재기
    온은 섭씨21도이고 해가 비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화창한 날
    입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내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듬뿍 마신  소다수로 인한 생리
    적 요구였다. 나는 도저히 시내까지 운전해 갈 수 없다는 것
    을 깨닫고 집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고속도로 휴게실에 들
    어갔다.

    한편 아내는 기진 맥진한 상태에서 전기, 가스, 수도 회사들
    에 전화를 걸어 요금 납부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고 하루만
    더 더운물과 에어컨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걸하고 있었
    다. 아내는 전기 회사의 전화번호를 쳐다보면서 다이얼을 돌
    렸다.

    내가 휴게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 공중전화가 따르릉 하
    고 울렸다. 그곳에는 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나는 집에서처럼 "누구 전화좀 받아봐"하고 소
    리쳤다.

    나는 엉뚱하게  잘못 걸려온 전화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도 "한번  받아볼까?"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전화기로 
    가서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내가 말했다.
    침묵. 이어 비명 소리가 뒤따랐다.
    "여보! 당신 도대체 전기 회사에서 뭘 하고 있는 거에요?"
    
    "여보? 당신 휴게소의 공중전화에다 전화를 걸며 도대체 무
    슨 일을 하고 있는 거요?"

    우리는 통화를 계속했다. 감탄의 외침이 대화로 바뀌어갔다.
    서두르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오랜만에  가져보는 진정한 대
    화였다. 우리는 전기요금 청구서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나
    는 아내에게 잠을 좀 자라고 말했고, 아내는 내게 안전 벨트
    를 매고 소다수를 삼가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싫었다. 우리는 함께 놀라
    운 경험을 한 것이었다. 전기회사 전화번호와 공중전화 전화
    번호는 단 한 자리만 달랐지만, 아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내
    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은 확률의 법칙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이 그날 아침 우리둘이 무엇보다
    도 서로의 목소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느님이 우리를 연결시켜주셨던
    것이다.

    그전화는 우리 가정에 일어난 미묘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우
    리는 우리가 그동안 아이들을  낯선 사람에게 맡겨 잠재우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에 몰두했었다는 것이 이상스럽게 생각
    되었다. 내가 어떻게 식사를 하면서도 한번도 아침인사를 하
    지 않을 수 있었을까?

    2년 후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했던 그 사업을 그만
    두었고, 나는 새직장인 전화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니 어떻게
    하느님이 유머 감각을 지닌 분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리더스 다이제스트 9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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