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mania (미치니) 날 짜 (Date): 1995년04월19일(수) 19시57분45초 KST 제 목(Title): 시그너스의 여행이야기(4) 쓴사람: cygnus (Alice Cooper) on board 'Tour' 날짜: Tue Apr 11 00:49:17 1995 제목: 시그너스의 여행이야기(4) - 감은사지에서 대구까지 아까의 버스 종점에서 대왕암 (거기선 왕릉이라고 하더라구요), 즉, 감포 해변까지는 얼마 안 걸렸어요. 감포는, 아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모래보다는 작은 자갈 (지질학 용어로 cobble (64-256 mm in diameter)) 로 이루어진 해변이라는 것이 특징적이죠. 시그너스가 썰렁함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은 절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예요.. 평소에 인기가 좋던 곳도 제가 가는 날만 사람이 없고 썰렁하고.. 잘 나가던 팀도 제가 응원만 했다 하면 지고.. 평소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재밌다던 세미나도 제가 참석만 하면 사람은 거의 없고 분위기 이상하고.. 근데 이게 웬 일입니까.. 대왕암 근처에 몇백 명이 까맣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같이 왔던 (어쩔 수 없이 동행 했죠.) 그 가출소년도 기가 막혔나봐요.. 여기는 언제나 조용해서 즐겨 찾는 곳이었는데... 하면서.. 경남고인가, 영남고인가에서 수학여행을 온 거예요...결국 대왕암 가까이에는 사람들에게 밀려 가 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겨우 사진만 찍었어요. 그리고, 지질학 잊어버리려고 갔었는데, 아, 이 가출 소년은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이 젤 재밌었대나 어쨌대나...끊임 없이 그 코블들을 들고 와서 질문을 하는거예요.. 근데, 그 해변에는 정말 여러가지의 암석들이 있더라구요.. 터프(Tuff, 응회암-화산회가 쌓여서 고결된 암석)는 물론이구, 화강암과 다른 일련의 퇴적암들, 그리고 페그마타이트에서 떨어져 나온 거정의 장석과 석영 맥의 일부분이었을 석영 결정까지... 때아닌 지질학 강의를 하면서 머리에 쥐나던 시그너스의 발 앞에 초록색 미역(이 맞을 거예요. 아마..)이 물결을 따라 밀려 오더군요.. 점심도 거른 채라, 미역을 집어서 뜯어먹었지요..모래가 묻은 곳은 피해서, 그리고 적당히 씻기도 하면서.. 신선하고 맛있었어요.. 그런데, 무작정 저를 따라하던 그 가출소년은 모래를 엄청 씹었지요.. 시끄러운 고등학생들이 도저히 갈 기미가 안 보이길래 할 수 없이 우리가 나오기로 결정을 했지요. 하지만, 조용할 때 가면 참 좋겠더라구요... 동해의 장엄함(사실, 동해는 좀 무서운 느낌이 많이 들지요. 해변에 서 있어도...)과 남해의 부드러움이 잘 조화를 이룬 곳이랍니다.. 식목일이나 수학여행 시즌을 피해서 가시면 참 좋을 거예요.. 경포나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상점들도 거의 없고, 주변에 큰 건물도 없고 ..(수학여행 오는 고등어들만 없다면) 아주 호젓한 곳이죠.. 감은사 터가 주위에 있다길래 천천히 걸어갔어요. 한 15분쯤 걸어가니까 나오더군요. 감은사 터는 ... 해가 막 지기 직전에 도착했는데, 고즈넉함 그 자체였어요.. 분홍색 장석을 가지는 화강암으로 된 구들 비슷한 것들이 규칙적으로 놓여 있구요, 정남쪽으로 아주 큰 석탑 2개가 서 있어요. 불국사의 석가탑과 양식은 비슷 한데, 규모는 훨씬 커요.그리고 탑 두개가 같은 모양이구요. 석탑의 어깨로 해가 지고... 화강암 구들은 아마 대웅전 터 였던 거 같아요..그 주춧돌 위에 걸터 앉으니까 꼭 법당 안에 들어 온 것 처럼 향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아주 편안하고 조용하고.. 절 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요...근데, 이상한 건, 만약, 현대식 건물을 짓기 위한 기초 공사 현장을 본다든가, 아니면 건물을 헐고 난 후에 그 집터를 본다든가하면 상당히 앙상하고 황량할 텐데, 여긴 그 터와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돌들의 배열만으로도 너무 풍성하고 넉넉하고... 오래 보면 오래 볼 수록 깊은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곳이더라구요. 제가 마약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그 분위기에 매료당했어요.. 완전히... 웅장한 구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고 현란한 단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삼자락 휘날리며 법고를 치시는 스님이 계신 것도 아닌데..왜 그렇게 사람을 사로잡는지...거기에 계속 머물고 싶게 하는 이유가 무언지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감포에 가셨다가 꼭 들러보세요.. 대왕암에서 경주 가는 길을따라 잠깐만 걸으면 나와요. 감은사지 바로 옆엔 작은 가게가 있어요. 거기서 경주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새우탕면을 먹었죠. 1000원이면 앉아서 먹을 수가 있어요.. 라면을 먹고, 6시 30분에 온다는 버스를 기다렸죠. 날은 어두워지고, 추워지기 시작하고.. 시그너스는 광주가는 기차 끊길까봐 불안하고...근데, 7시 10분이 넘도록 버스가 올 기미가 안 보이는 거예요.. 두대는 지나갔어야 할 시각인데도말예요. ############################################################################# Lonely People Always Together !!!! * ~~~~~~~~~~~~~~~~~~~~~~~~~~~~~~~~~~ * ( I Couldn't Say Why You and I Are Gemini.....) * * * * ######################## From the Constellation of ###### Cygnu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