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linuss (라이너스) 날 짜 (Date): 1994년10월18일(화) 03시33분32초 KST 제 목(Title): [10]설악산에서의 이박삼일...3 1989년 8월 **일 오늘 아침 역시 힘들다. 하지만 오늘 저녁까지는 집에 가야한다. 즉 더 이상 머무를 돈도 안 남았다. 대청에서 소청까지 다시 돌아서 희운각 대피소를 향한다. 소청에서 희운각 대피소까지의 경사도 엄청나다. 즉 밑에서 올라오기는 힘들어도 소청에서 희운각의 코스는 누워서 떡 먹기다. 떡 먹다가 미끄러지지만 않으면 된다. 희운각에서 대청 코스는 설악 관광단지가 있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온다. 그에 비례하여 등산로 역시 지저분하다. 개울가에는 먹다남은 밥풀(밥 찌꺼기)이 여기 저기 있고, 등산로에 쓰레기 오물, 캔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나에게 충분한 시간, 힘이 있다면 지금까지 올라온 수렴동, 봉정암 코스로 오돈 길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내려오는 길은 엉망 진창이다. 아니, 이 정도로 오염된 설악산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 였으니까? 반대쪽 코스(용대리에서 수렴동 백담계곡)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좋았건만 내려가는 길은 왜 이런가? 희운각 까지만 내려오면 나머지 코스는 잘 포장된 아스팔트와 같다. 우리는 눈썹을 휘날리면서 뛰어 내려왔으니까? 하여튼 대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 오면 올 수록 등산길의 지저분은 그 도를 더한다. 우리가 쌍폭에서 깨끗한 물을 그냥 마셨다면 내려오는 길의 개울물은 함부로 마시지 못한다. 가다가 나오는 작은 약수터(이런 약수터에는 대부분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어 어느 약수터에는 밑에 캔 음료수 수십개가 놓여 있는데, 그 위에 고인 물이 약수라고 마시라고 한다.)에는 더 지저분하다. 내려오면 올 수록 위의 맑은 물은 구정물이 되어간다. 양폭이나 오련 폭포에서는 벌써 물의 맑음이 사라졌고, 물이 뿌였게 된것이 완전히 죽은 물이었다. 그 물에서 사람들은 목욕하고,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그 물로 밥을 지어먹고..... 그 꼴이 보기 싫어서인지,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비선대를 거쳐 신흥사에 도착하니 오후 한시쯤(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우리와 함께 한 그 분과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분은 설악동에서 다시 먹을 것등을 사서 설악산에 다시 올라가신다고 한다. 설악동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시에 도착하니 고속버스가 바로 있다. 고속버스 터미날에서 물리학과 선배가 우리 에게 연대 나왔냐고 물어본다.(그 때 나의 모자가 연고전에서 쓰는 파란색 챙만 있는 모자)아마 내 모자를 보고 우리를 알아보신 듯 하다. 속초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에서 우리는 파김치(?)가 되었다. 여러가지 생각도 하고......대개는 설악산에 놀러 간다고 하면 명성 콘도나 한국 콘도미니엄(이때는 대명이 아직 없었을거에요....)에 방을 잡고 콘도팅(?), 폰팅(?)을 하는것이 대부분이고 밤에 명성(지금 이름이 뭐더라?) 리조트에 있는 디스코 텍에 가곤 한다. 나 역시도 그 해 겨울에 국민학교 동창들과 그런 식의 설악산 여행을 갔었다.(아쉽게도 그때는 여자 동창들도 같이 가서 **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번 설악산 산행은 힘이 든 만큼이나 잊지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오는 길의 영동고속도로의 밤 하늘에도 별이 많이 있다. 1994년 10월 18일 지금와서 비교하면 89년 여름과 겨울의 설악산 여행중 기억에 남는것은 고생하면서 여행한 여름의 설악산 산행이다. 힘들게 걸으며, 온 몸이 땀으로 젖어가면서도 왜 등산을 하는지 이해못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부류 중의 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진짜로 등산중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주위의 멋있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다. 앞 사람의 뒤꼭지만 따라서 묵묵히 따라간다. 정해진 목적지에 도달하면 그것일뿐 아무 목적도 없다. 누구 말대로 산이 있어 그냥 갈 뿐이다. 나에게 등산할 기회가 있다면 맨 처음으로 가고 싶은 산은 지리산이고, 그 다음으로는 89년 여름의 설악산 등산코스를 다시 한번 가고 싶다. 89년의 여름의 깨끗했던 백담 계곡, 쌍폭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라이너스 반 펠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