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kimari (마리) 날 짜 (Date): 1999년 3월 5일 금요일 오전 06시 44분 21초 제 목(Title): 자비유학 실패기(3) 안녕 말입니다. 생각 외로 사임당이씨님의 글이 조회수가 꽤 되는군요. 대충 반응보구 그만 퍼올까 하다가 시리즈니깡 또 펌니다. 말이가 남의 글만 퍼온다구 닥달하지않으니깡 자꾸자꾸 퍼오는과바! 좋은 하루. - 말이. ----------------------------------------------- 자비유학 실패기 (3) **유학자금** ------------------------------------------------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많이 가져갈 것이고 돈이 적은 사람 은 적게 가져갈 것이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로 3편을 시작합 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모님 허리 휘청거리게 하면 서까지 많은 돈을 챙겨가지는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시안' 의 이상민 사장같이 백몇십개의 좌석이 있는 고급 레스토랑 을 강남에 차릴 정도의 돈을 결혼자금으로 줄 수 있는 부모 를 가진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아임에프를 살아가는 부모님들, 모두 힘듭니다. 그걸 알면서도 낯선 나라에 가서 돈까지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에 부모님께 징징대며 돈 뜯어가지 마시어요. 궁즉통입니다 (궁즉통: '궁금하면 즉시 통신을 하라?'). 유명한 사람들 성공사례에 자주 나오지 않습니까. 김포공 항을 떠날 때 주머니엔 달랑 몇 백불 혹은 몇 십불이 들어 있었다, 하는 식의. 정신력의 문제입니다. 철저한 사전지식만 챙겨간다면 돈이 없는 것이 그렇게 불 안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돈이 없는 것보다 불안한 것 은 오히려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입니다. 물론 돈없이 가는 유학의 폐단도 있습니다. 공부는 아예 뒷전으로 돌리고 죽자사자 아르바이트에만 신경쓰거덩요. 첨엔 학비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 지만 그러다 돈맛을 보면 아예 간신히 출석일수만 챙기고 아르바이트에만 전념하다 돌아오는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나쁜 경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애초에 공부에 뜻이 없는 사람이라면 외화라도 획득해서 국익에 일조해야 지요. 제가 실패한 두 번째 이유 (여기서 순서를 붙이는 것은 중요도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순서입니 다) 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몹시 소심한 성격 때문에 아주 벼라별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미리 근심걱정 하는 편이랍니다 (그래 서 중국의 한 아저씨가 이런 저를 보고 만든 말이 아마 '기우 (杞憂)' 였다지요?). 전 아부지 졸라서 한 학기의 학비를 완불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치의 생활비를 또 갈취해 갔습니다. <재연> 처녀사임당: (유학가기 일주일 전) 아부지, 아무래도 돈좀 더 주셔야 되겠는데요. 아부지: 먼 돈을. 한 학기 학비 미리 내가 내줬자나. (나 피같은 땅 팔았다. -_- ) 녀당: 학비는 주셨지만 생활비를 주지 않았자나요 (이미 뱅기표까지 사놓은 뒤라 몹시 당당함). 아부지: 그걸......왜...... 그건 니가 아라서 한다매..... (딸뇬은 도독뇬이라더니......112.... 112.....) 녀당: 아부지는 이렇게 팔뚝도 가는 제가 (저 정말 팔뚝이 똑 부러뜨리고 싶을만큼 가늡니다) 남의 나라 가서 파출부라도 해야 아부지 속 이 편하겠습니까? 이쁘지도 않은 게 손까지 거칠면 어떤 박사감들이 거들떠 보겠어요! (되려 큰소리) 아부지: .....이구..... 그 놈의.....박사.....가 내 맘을 약하 게 만드는구만. 알았다, 알았어. (박사만 못 구해 와봐라, 니 다리 몽뎅이 뿌두둑 이다) 그래서 6개월치 생활비 갈취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무식 한 아버지 등쳐먹는 덴 이골이 난 사임당입니다. 이를테면 책값을 갈취할 때, "아부지, '모던 제페니즈' 사야 돼요. 돈 주세요." 1차 갈취 "아부지, '현대 일본어' 사야 돼요. 돈 주세요." 2차 갈취 "아부지, '어학실습' 교재 사야 돼요. 돈 주세요." 3차 갈취 이런 식이었습니다. 어학실습이란 과목 시간에 쓰는 책이 모던 제페니즈 (현대 일본어)였거덩요. 책 한 권 사면서 세 번을 뜯어먹었습니다. 요즘 살기 힘들어지신 아부지한테 그때 갈취한 돈 갚아드리느라 등골 휩니다. 영문도 모르고 효녀났 다고 감격하실 때마다 무지 찔리두만요.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만큼 불안하기 그지없는 일이 세상 에 또 있을까 싶었는데요. 하지만 남편의 백수시절 겪어 보니 돈 없는 생활은 그리 불안하지 않더군요. 정작 무서 운 것은 꿈이 없는 생활이었습니다. 본바탕이 학문에 뜻이 깊은 체질이 아닌 터라 주머니에 돈이 넉넉하니 딴짓만 하게 되더군요. 음주를 한다던가, 아이들에게 음주할 기회를 베푼다던가, 걸핏하면 애들 모 아 음주파티를 한다던가..... 차라리 빈손으로 가서 남들처럼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며 빠득빠득 살려고 몸부림이나 쳐봤으면 그래도 덜 후회스 러울텐데 싶습니다. 하여간 유학을 갈 때는 최소한의 돈을 가져가길 권합니 다. 결코 다다익선이 좋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답니다. 부 모님 휘청거리게 하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이 꼭 나중에 부모님 늙으면 모르는 척 합디다. 남편은 학비까지 외상(?) 한 상태에서 단돈 5천엥 가지고 일본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두세시간씩 자며 학 교다니고 아르바이트 하고 그랬다 하더군요. 물론 남편은 그 성실함을 높이 산 일본인 사장에 의해 그 회사에 취직되는 바람에 대학원 진학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으니 결과가 좋았다 나빴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만. 주머니가 여유로울수록 정신이 해이해집니다. 그만큼 긴장이 풀어지기 때문입니다. 모처럼의 독립..... 홀로서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