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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MN ] in KIDS
글 쓴 이(By): CIO (까진 양파)
날 짜 (Date): 1998년 11월 25일 수요일 오후 09시 27분 53초
제 목(Title): 장미향기=곰탱이, 까진양파=팔불출


참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창 때는 장미 향기와의 연애 편지로 글 솜씨를 
 발휘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삶에 찌들수록 글을 쓴다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따라서,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두서 없고 논리가 닿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그럼, 어쩌다가 발동이 걸렸냐고 궁금해 하실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곤히 잠 
 잘 자다가 장미 향기가 바로 옆에서 계속 기침을 해서 그만 잠이 홀라당 달아나 
 버렸기 땜이다.  장미 향기가 감기에 걸려서 한 일주일 고생하더니 그만 기침 
 감기로 발전이 되고 드디어는 밤만 되면,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3주째이다. 기침을 오래 하면 여러 합병증도 생길 수 있기땜에 어떻게든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용각산, 기침 감기약 Vicks44, 이웃 
 선배네서 다려 주신 민간 요법 처방 (생강, 파, 대추 등을 넣고 끓인 물, 이 글을 
 빌어 그 선배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벌써 cough drop도 세 봉지째 작살을 
 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조금 잡힐만하던 기침이 밤마다, 그것도 자기 직전만 
 되면 심해지는데… 고생해 보신 분들은 아실 거다. 본인이 제일 괴로운 거야 
 당근이고, 옆에서 함께 수면을 동참해야 하는 까진 양파도 보통 고역이 아니다. 
 (잠깐 삼천포, 굶긴 쥐보다 잠을 못자게 한 쥐가 먼저 죽었다는 실험 보고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그렇지만,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오기 직전, 
 속성으로 배운 수지침과 압봉이 바로 그것이다. 약 두시간 동안 기본 지식과 침 
 놓는 것을 배웠기에 당연히 돌팔이지만, 그런데로 효과를 발휘한다. 아니, 
 기침에는 특효이다, 거의 백발 백중! 목부위에 해당하는 손마디에 압봉을 붙이면, 
 기침땜에 호흡마저 가프던 장미 향기가 금새 쌕쌕거리며 잠이 든다.
  자, 지금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자. 근데, 이 게으르고 미련한 장미 향기가 자기 
 손으로는 죽어도 압봉을 붙이지 않는거다. 그래도, 코모의 소문난 공처가, 까진 
 양파가 며칠째 손마디 마디에 덕지덕지 압봉을 붙여 주길 게을리 하지 않았다. 
 헌데, 오늘은 일에 지친 양파가 압봉을 붙여 주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든거다. 기침 
 소리에 화들짝 깨보니, 새벽 4시이다. (장미 향기 이제까지 뭘했는지 모르지만) 
 한 30분 계속 기침을 옆에서 하는데… 잠이 들락하면, 콜록콜록, 들락하면, 
 콜록콜록… 
  '여보, 제발 당신 압봉 좀 붙이고 자라.' 비몽사몽에 몇번 애걸을 하는데,
  '붙일 테이프가 없어', '압봉 붙이려고 일어나면 잠이 깨잖아' 그러면서 계속 
 기침을 한다. 아니, 매일 붙여 주는 압봉과 테잎이 바로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데, 무슨 소린가? 그리고, 기침을 계속하면 더 잠을 못자는데, 이건 또 무슨 
 말도 안되는 뚱딴지 같은 소린가?
  '에이, 한 번만 더 하기만 해 봐라…' 
 결국 성질을 버럭내고 내가 일어나서 압봉을 붙여 주게 되었다. 장미 향기가 이 
 글을 보면, 아마 이럴거다. '내손으로 붙이려면, 뭣하러 니랑 같이 사냐'고.
  잘 자다가 새벽에 잠이 깬 까진 양파는 여간 화가 나는게 아니었다. 씩씩거리며, 
  '당신 이제부터 별명을 곰순이라고 해야겠다. ' 옆에서 피식거리며 웃는다.
  '아니, 곰탱이라고 하면 더 미련하고 무식한 것 같다. 자기 몸 보살피는 데도 
 이렇게 게으르니…' 그래서 오늘부터 장미 향기는 곰탱이가 되었다, 까진 
 양파에게는. 그러면, 제목에 왜 양파는 팔불출이냐고 썼냐고 물으실 것이다. 그게 
 오늘의 결론이다.
  까진 양파, 예전 같으면, 연애 때나 신혼 때 같으면 낮잠 자는 거 좀 깨워도 
 길길이 날 뛰었다. 다시는 너랑 안 사귀네,  안 사네 하며, basic instinct에 약한 
 모습을 팍팍 보여주었다. 근데 오늘은 그러지 않는 거다. 나도, 속으로,
 '야, 대단하군, 까진 양파, 너 장미 향기를 사랑하긴 하는구나.'
 '이그, 불쌍한 것,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그래,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다. 
 빠릿빠릿한 내 성격이 병을 다스리는데도 훨 낫다.
 갑자기, 블루밍데일 catalog를 보며 미끼모또 진주 반지를 군침을 삼키며 보던 
 장미 향기의 모습이 떠오른다.
 '육백 몇불이랬나, 올 결혼 기념일에는 그 반지를 사주고 싶은데…에이, 
 파워볼이나 사러 나가야겠다, 아니, Cash 4 Life만 되도 살 수 있을텐데…' 

 시시콜콜한 남의 집 얘기, 읽어 주셔서 감사! 좋은 하루 되세요.
 - 까진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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