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bigrock (임꺽정) 날 짜 (Date): 1998년 8월 15일 토요일 오전 07시 38분 37초 제 목(Title): 영화 타이태닉과 삼풍백화점 사고[4] 조금 있으니, 누군가가 차에 수박하고 수건, 담요를 가지고 와서 이걸 어디다 갖다주냐고 묻는다. TV를 보고 돕고 싶어서 왔다면서 .... 그러나, 그걸 마땅히 받아 처리해주는 데가 없었다. 저기 '천막 쳐 놓은 데 가보시죠'하고 수박을 들고 따라나섰다. 역시 바글바글 사람만 많을 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다. '여기다 놓고 가면 되겠네요, 근데 성함과 주소는 어떻게 되시죠 ?' 하고 물으니, '아이구 뭘요. 그냥 갈께요' 하시면서 가신다. (속으로) 하긴 말씀해 주셔도 적을 데가 없으니... 갖다가 돌아오는 데, 또 새로 차가 와서 뭘꺼내고 사람들한테 어디다 갖다주면 되냐고 묻는게 보인다. 저쪽 일편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서 따라가보니, 이번에는 시위현장이다. 아까 본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이 사람들 사이로 힘겹게 현장쪽으로 달려가고. 저쪽에서는 벌써 돌이 날라다니고 큰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사고당한 가족들이 데모를 하고 있는 거다. 먹을거리 동네로 오니, 아까 먹을 걸 준 아주머니가 부르신다. '찌개를 끓였는 데, 현장쪽에 갖다줄려고 ... 옮겨줄 사람이 없는 데...' 찜통으로 절반이 넘게 끓인 찌개를 들고 따라 나섰다. 비가 오기 시작하여, 벌써 신발이 젖기 시작하였다. 가보니, 구조대원 서넛이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막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찌부러진 백화점의 단면이 보였는 데, 옷을 파는 층이었나부다. 옷감들이 두개의 콘크리트층 사이에 눌려 있는 게 보인다. 한층의 높이가 한뼘조금 더되게 찌부러져 있었다. 양동이 찜통을 내려놓다가 잘못해서, 그만, 찌게를 거의 홀딱 길바닥에 업질러 버렸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식은 땀이 흘렀다. 남은 국물로 밥을 말어 먹으며 농담을 하던 그 구조대원이 생각난다. 굴안에 있던 구조원을 불러 내는 동안 나는 다시 가서 다른 국을 새로 가져다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