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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MN ] in KIDS
글 쓴 이(By): jskkim (해피투게더)
날 짜 (Date): 1998년 7월 12일 일요일 오후 08시 36분 11초
제 목(Title): IMF와 설 풍경 


미네소타에서는 환율의 급락으로나 느껴지는 IMF현실을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혹은 전철에서,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더군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탑승한 
KAL기에서 제 주위에는 한국인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거의가 중국인 혹은 동남 
아시아인들이었습니다.
서빙하던 여승무원들이 저만보면 너무나 반가와했습니다. 한국말로 서빙한다는 
것이 그리도 즐거웠나봅니다. 덕분에 제 옆에 앉았던 중국인 모자는 덩달아 
한국말로 서빙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하철 안에는 에어콘이 잘 작동되어서 무척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곧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야 할 지하철 벽 
주위의 광고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보통 지하철에서는 시선 두기가 
어려워서 자연히 광고로 눈이 많이 가지요. 그런 이유로 뛰어난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지하철안 광고는 상당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 지하철 광고가 있던 
자리에는 휑한 빈 벽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온 다른 분들을 만나러 강남역에  갔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여자들은 레나님 말대로 모두가 모델같이 
보였습니다. 마른 몸에, 껑충한 키에,  화려한 외모들... 아무데서나 터진다던 
휴대폰들이 거리에 난무했습니다. 강남역에서 유명하다는 나이트클럽 앞에는 오후 
5시부터 거기에 들어가려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고 있더군요. 여기가 IMF로 
허덕인다는 나라의 한 모퉁이인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모임 장소 답사차 나갔던 종로에도 역시 많은 젊은이들로 거리가 
넘실댔습니다. 강남역에서 보았던 젊은 사람들이 모두 종로로 옮겨오지 않았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네들의 모습은 같았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스타일의 머리, 옷, 
구두,.. 자신만의 개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 같았습니다. 거리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homeless들이 아니었더라면, 거리 곳곳에 비워진 상점들의 
을씨년스런 모습들이 아니었더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거리가 아닐까 
착각할 수도 있을겁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자그만 화장품 가게에서 
여점원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이만원하던 립스틱 천원에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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