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jskkim (해피투게더) 날 짜 (Date): 1998년 5월 9일 토요일 오전 09시 40분 29초 제 목(Title): [군에서 겪은 일]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내가 군생활을 한 곳은 서울 근교에 있는 한 부대였다. 비록 방위로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동사무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투부대여서 시도 때도 없이 많은 훈련에 임해야했으므로, 남들이 생각하는것처럼 그렇게 쉽기만한 군 생활은 아니었다. 훈련소에서 같은 내무반에 있었던 동기들은 거의 반 이상이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나보다는 대개 3 - 4년 어린 후배였다. 나보다 선배가 두명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S라는 지금도 왕창 잘 나가고 있는 탤런트였다. 그의 유명세 덕분에 우리 내무반은 "황실"내무반이라고 불리웠고, 그만큼 편한 훈련병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 훈련받은지 한달이 지났다. 그 동안 S선배와 많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TV에서는 볼 수 없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우린 모두 자대에 배치 받았고, 본격적인 방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출근을 시작한 뒤 며칠 지나서, 고참들 눈치보기에 정신이 없던 어느날, 그 S선배를 부대안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품에 뭔가 넣어주곤 급히 가버렸다. 나중에 꺼내보니 영화초대권이 들어있는 봉투였다. 제목은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날짜와 시간은 X월 X일 저녁 8시경. 훈련소에 같이 있으면서 군에오기 바로 전에 영화찍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바로 그 영화가 개봉되었던 것이다. 영화제목이 넘 근사해서 무지 기대가 되었다. 사실은 낙타가 왜 따로 울지 않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영화표에 적혀 있던 그날, 부푼 가슴을 안고 극장으로 향했다. 시작시간에 약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서둘러 초대권을 표로 바꾸곤 지정된 좌석에가서 앉았다. 영화는 이미 시작 되어 있었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극장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 넓은 극장(우리나라에서 젤 큰 극장이었슴)에 앉아있는 사람의 수가 불과 몇십명에 지나지 않은 건 그렇다치고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머리에 털이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아~ 불교영화구나~" 라고 생각하곤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내용은 우리의 S 주인공이 돈많은 미국유학생으로 나와서, 할 짓, 못할 짓 다하다가 파멸하고 마는 것이 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내내 "저러다가 곧 참회하고 절로 들어가겠지" 하는 기대로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때까지 불교나 스님들에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기대했던 낙타는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참으로 이상하군"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극장안에 불이 켜졌고, 앞에 앉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모두 훈련소의 같은 내무반 동기들이었다. "너도 보러왔냐?", "아니..형도?" 그제서야 의문이 풀렸다. 표를 나에게만 준게 아니었다. 그날 그 시간 "낙타란 따로 울지 않는다"란 영화는 군대 쫄따구들에게 바치는 위문영화가 되어 버렸고, 낙타는 왜 따로 울지 않는지는 거기에 있던 모든 방위들에게 영원히 풀지못할 의문이 되어 버렸다. 요즘도 연기 잘하는, 그러면서 아주 잘나가는 S선배를 TV에서 볼때마다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의 표를 그 살벌한 부대내에서 모두 흩어져 있던 훈련소 내무반 동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품에 넣어 주었던 그 따뜻한 마음이 화면을 통해 전해져 오는것 같아 절로 미소짓게 된다.. ------------------------------------------------------------------------------ 난 바람! 넌 눈물? |